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Oct 24. 2021

리더와 정치

경영이냐 VS 정치냐


"경영이란 말이지요.."


모 기업에서 오너가 회사에 칼잡이를 보냈는데.. 칼잡이가 회사의 A임원과 첫 만남에서 꺼낸 서두이다.

내용인즉 '오너로부터 당신 이야기 많이 들었다. 내가 당신이 승진하도록  도와줄 테니 앞으로 내 말 잘 들어라.'


칼잡이는 면담하는 직원마다 '협박' '회유'를 거듭하였는데.. 그런 상황을 처음 접한 순박한 직원들은 A임원에게 "이게 도대체 뭡니까? 회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습니까?"하고 하소연을 했고.. A임원은 총대를 메고 오너에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하고 반기를 들었다.


결과는 A임원을 비롯하여 칼잡이에게 비협조적이었던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옷을 벗게 되었다.

아마도 오너의 복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순진한 종놈들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객기'가 아니었을까..




어떤 오너는 가끔씩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


공급망 관리에서 쓰는 경제용어로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는 말이 있는데.. 긴 채찍을 쥔 손은 가볍게 조금 움직이지만 채찍의 끝은 크게 요동을 치게 된다는 의미이다.

기업에서도.. 오너가 조금 흔들면 밑의 말단 조직은 크게 휘청거리고 만다.


이 줄이 그 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군 연병장에 병력 100명이 4열 종대로 집결해 있다고 하자.

앞에선 지휘관이 90도 좌향좌를 하고 "내 앞으로 4열 종대 해쳐 모여~!"하고 명령을 내리면 맨 앞에 있는 병사는 불과 2~3미터만 움직이면 되지만 맨 끝의 병사는 거의 20~30미터를 움직여야 한다. 만일 병력이 1,000명이라면 그 끝은 수백 미터를 움직여야 할 것이다.

지휘관의 명령 한마디에 말단 병사는 그야말로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뛰어야 하는 것이다.


줄 세우기~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고.. 짬밥이 쌓이면서.. '업무능력'도 쌓이지만 '눈치''요령'도 쌓인다. 진급을 하고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고.. 사장이나 오너와 접할 기회가 늘어날수록 자의 반 타의 반 소위 '정치'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넌 누구 백이냐?" "너 김부사장 줄이지?"


백도 없고 줄도 없는 직원은 파리 목숨처럼 구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숨죽이고 있던지.. 썩은 새끼줄을 튼튼한 동아줄인 줄 알고 잘못 잡은 직원은 한순간에 훅~ 가는 수도 생긴다.




'경영'과 '정치'는 뭐가 다를까?


진정한 의미는 아니겠지만..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정치'는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다.

정말 가끔씩은 국가를 '경영'하는 진정한 지도자인 '정치가'가 있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정치꾼' 투성이다.  


감히 말하건대 정치꾼은 '대중을 선동질하는 선동꾼'이다. 그들에게는 뭐가 옳은지 뭐가 그른지가 중요하지 않다. 국민을 귀 멀고 눈먼 '봉'으로 알고 있으니까..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좌파는 우파를 걸핏하면 '친일파'로.. 우파는 좌파를 걸핏하면 '용공세력'으로 몰아세운다. 사실 그들에게는 친일파용공세력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국민을 선동하여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데에만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편이라도 소신이 있는 동료는 찍어내어 딴 소리를 못하게 만든다.

 

정권이 바뀌어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사람들을 '지도자'로 모셔야 하는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경영이란 말이지요..) 바로 정치란 말입니다."


기업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진정한 리더가 없고.. '정치'를 일삼는 무늬만 리더인 정치꾼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소신이 있는 직원들은 모두 쫓겨나거나 숨죽이고 있을 것이고.. 아부하는 세력들만 득시글거리게 될 것이다.

그런 조직에서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그런 조직의 미래는 뻔하다.


리더는 주위의 해바라기 직원들을 경계해야 한다.

오로지 '주인님'만을 바라보는 댕댕이처럼 눈치만 보고 아양이나 떠는 직원들은 리더에 약간의 위안이 될 뿐 회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진실되게 쓴소리를 하는 직원,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직원이 옆에 있다면 그는 행복한 리더이다. 당연히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그들마저 떠나버리면 끝이다.


국가의 정치인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 평가를 받는다.

그 사람과 그 비호세력의 권력이 효력을 다한 뒤.. 물론 평가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성과와 과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우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에서는?


아마도 거기까지 가지도 못할 것 같다.

그런 기업은 이미 사라지거나 사람이 모두 떠난 뒤 아무런 존재가치도 없을 테니까..



<끝>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의 덕목.. 경청(敬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