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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Oct 18. 2021

리더의 덕목.. 경청(敬聽)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을 칭송하는 경전인 천수경의 첫 구절에 나오는 '정구업진언'이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은 입으로 지은 죄, 즉 말로써 남을 해치는 악업을 사하는 법문이란 뜻이다.


관세음보살은 일반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보살이다. 바로 일반 대중의 근심과 염원을 들어주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을 다른 말로 '천수천안 관자재보살(千手千眼 觀自在菩薩)' 이라고 하는데, 근심과 염원을 비는 대중들이 워낙 많아서 그들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어려움을 헤아려 준다는 의미로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졌다.


왜 하필 천수경의 첫 구절이 입으로 지은 죄를 용서해 달라는 내용일까?


그만큼 우리는 일상에서 남에게 아픔을 주고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나쁜 말들을 너무도 쉽게 또 너무도 많이 내뱉으며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하루를 돌이켜보면 '그런 말을 하는게 아닌데..' '쓸데없는 말을 했네..' 하는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음에는 안 해야지 하면서도.. 하루하루 어리석은 삶을 사는 중생인지라 또 유사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렇듯 말로써 지은 죄가 그렇게 많고 또 중하기 때문에 천수경의 첫 구절이 바로 '정구업진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이 모진 말들을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똑똑하신 분들이라 그런지 어떻게 그렇게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들을 콕콕 찍어서 하는지 그 재주가 참으로 신통하기까지 하다.

서로가 경쟁적으로 상대방을 헐뜯다 보니 나중에 자기가 내뱉은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곤경에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모진 말들을 내뱉는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진정한 정치인이 되려면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입을 다물면 귀가 열린다. 비로소 국민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조직에서 리더의 경우는 어떨까?

말 많은 리더, 말만 많은 리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 리더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먼저 입을 다물고 자신이 직원들의 소리를 얼마나 듣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말을 가려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잘 듣기'이기 때문이다. 


잘 듣기, 특히 직원들의 말을 잘 듣기.


리더에게 있어서 이 잘 듣기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힘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직원의 말을 끊고 자기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이 달막달막 할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윗사람들의 말을 공손하게 들으며 살아왔다. 그것이 미덕이었다. 반면에 아랫사람의 말은 조금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네가 뭘 안다고 나서니?"

대부분의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오랜 세월 상명하복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회사에서는 부하직원을 부르는 말투부터 '야' '너' '누구야' 식이다.

그리고 부하직원이 의견을 이야기하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 하고 윽박지른다.


이런 조직에서 변화를 원한다면 우선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쓸 것을 권유하고 싶다. 존대어를 사용하면 뒤이어 거친 말이나 욕설을 덧붙이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먼저 존댓말에서 시작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 꼰대 소리를 듣는다.

이제는 아랫사람의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야 최소한 대접은 못 받더라도 가끔 끼워주기라도 한다.

신제품과 새로운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는 젊은이들의 흡수력이 월등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관성이 강한 구세대보다는 사고가 비교적 유연한 신세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직 내에서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해서 아이디어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이 첫걸음이 바로 리더가 '경청(敬聽)'하는 자세이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가급적 내가 할 말을 줄이고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냥 듣는 게 아니고 그들의 말에 성의를 다하여 '집중'하는 것.


TV에서 정치인들의 유세현장을 보면 유권자들과 악수를 할 때 채 악수도 하기 전에 이미 고개가 다음 사람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물론 악수해야 할 사람은 많고 일정은 바쁘겠지만 이것은 상당히 잘못된 인사예절이다.

악수를 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고 진심으로 '반갑다' '감사하다'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바로 집중의 중요성이다.


리더와 직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의 입장에서 '리더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있구나'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자세가 되어 있구나' 하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속의 말을 꺼내 놓는다.


다음은 '공감'하며 잘 들어주는 것이다. 직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조해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건설적인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것이다.




내가 회사 베트남 현지공장의 법인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하여 회사 곳곳에 '건의함'을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근무시간에 현장을 돌며 직접 안에 들어있는 의견서를 수거하였다.

꼭 근무시간에 수거한 이유는 '저 건의함에 의견서를 넣으면 적어도 중간에 없어지지 않고 법인장이 직접 읽어보는구나' 하는 현지인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나서 내용을 확인해보고 수용 가능한 것은 수용해주고 불가능한 것은 그 사유를 사내 게시판에 공지해 주었다.

점차 신뢰가 쌓인 후에는 건의사항 외에도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들어와 공장 운영에 무척 큰 도움이 되었다.

'잘 듣기'는 마음먹기 따라서 이렇게 의사소통이 어려운 현지인 현장직원들과도 가능한 것이다. 


'경청(敬聽)'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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