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의 해프닝

Driver(8회)

by 이은호



(이번 회는 좀 거시기한 내용이 있습니다. 줄거리 상 없어도 전혀 관계없는 내용인데.. 그냥.. 재미로 봐주이소~^^)


며칠 후..

그의 비번 날 한성수는 아침부터 바빴다.


그동안은 노는 날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특별히 할 일도 없었으니.. 그냥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꼈던 잠이나 보충하고 끼니나 거르지 않으면 다행인 나날이었다.


사실 잠이라는 게 매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날이 밝고 눈을 자신이 여전히 숨 쉬고 의식하고 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살아있다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어느 날 그냥 쓰러져 그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누가 알아나 줄 것인가?

찾아주는 이 하나 없는 이 공간에서의 침묵을.. 아니 죽음을...



그러나 그날 아침은 달랐다.

아침 일찍 눈을 떠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하느님께 감사한 다음.. 그는 활기차게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쩌면 근사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므로 깨끗하게 목욕재계 하기로 한 것이다.


담배 한 개비를 빼어 물고 불을 붙이고 볼이 오목해질 정도로 힘껏 빨아들였다.

담배연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가고 그 성분이 혈관을 타고 체내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밤사이에 어느 정도 희석된 니코틴과 타르의 농도가 적당히 채워지면서 머리가 잠깐 어질했지만.. 이내 몸의 세포들이 익숙한 자극을 받아 활기를 띠고 팔다리에 힘이 붙는 것이었다.

"그래 역시 이 맛이야!! 담배는 아침에 일어나서 빈속에 피는 첫 담배가 최고지~!"^^

그는 다시 한 모금 길게 빨아들이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목욕탕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는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락거리며 한껏 기운을 끌어올렸다.

냉탕의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수도관에서 쏟아지는 강력한 물줄기를 폭포수처럼 맞으며.. 그는 정수리를 내리누르는 강력한 압력과 은근한 통증을 즐겼다.

그러다 그는 단단한 돌머리가 떨어져 나가기 직전.. 얼얼해진 머리를 흔들며 밖으로 나왔다.


온탕에서 적당히 몸을 불린 다음 그는 한쪽 구석에서 때를 밀기 시작하였다.

구석구석 정성을 다해 때를 벗기는데.. 평소에 대충대충 샤워만 해서인지.. 오늘은 때가 줄줄 정말 많이도 나왔다.

혹시 남들이 보면 어쩌나.. 창피한 생각이 들어 힐끔 곁눈질로 주위를 살펴보는데.. 그의 눈앞에 엽기적인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뒤룩뒤룩 군살이 많이 붙은 사내가 아까부터 탕 주위를 씩씩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돌고 있었는데.. 운동을 하려면 옆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고 목욕하러 오면 되는데 꼭 목욕탕에서 홀딱 벗고 딸랑거리며 돌아다니는 별종들이 있음.. 꽤나 신경이 쓰였었다.

그러던 그 사내가 러닝을 마쳤는지 탕에 들어가 그 큰 체구로 허푸허푸 잠수를 하며.. "어이구 시원타~ 어이구 시원타~!"를 남발하였다.

덕분에 탕에 가득했던 물이 출렁이며 크게 넘쳐흘렀고.. 느긋하게 눈감고 탕에 잠겨있던 사람 몇몇이 이맛쌀을 찌푸리며 탕 밖으로 쫓기듯이 나오고 말았다.

그 사내는 몇 번 더 잠수를 하더니 탕에서 나와.. 맹꽁이 배같이 불룩 나온 자기 배를 손바닥으로 탕탕 치면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굳이 구석자리에서 열심히 때를 벗기고 있는 한성수의 옆에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 사내가 머리를 감는데.. 그것도 자기가 개발한 운동의 한 종목인지.. 희한하게도 선 채로 윗몸을 숙이고 있어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남산만한 배를 안고 그 자세를 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넘의 엉덩이가 한성수가 앉아있는 쪽으로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누가 자신이 때 미는 모습을 보지는 않나 눈치를 살피며 옆으로 고개를 돌리던 한성수의 눈 바로 30센티 앞에 펼쳐진 볼썽사나운 광경~!


쌍바위골 계곡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오밀조밀 주름이 잡힌 ×구멍은 물샐틈없이 입구가 꼭 막혀있는 다부진 모습이었지만.. 앞에 매달려있는 노후된 105밀리 견인포의 포신은.. 더운물에 노글노글해져 영 말씀이 아니게 헤벌쭉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구식 포를 위장한답시고 덮어놓았던 잡초는.. 물에 젖어 이리저리 휩쓸려 포신은 물론 바퀴 두 개까지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A C~!!"

순간적으로 한성수는 울화가 치밀며 자신의 내면 저 밑바닥으로부터 강렬하게 끓어 오르는 투지를 느꼈다.

두 손을 모으고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저 가증스럽게 앙다물고 있는 오밀조밀 주름 잡힌 ×구멍에.. 일침을 놓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한성수는 순간적으로 엄청 고민을 하였다.

찌를 것인가? 말 것인가?!



"앗~ 뜨거!"

한성수의 손에 들려있던 샤워꼭지에서 갑자기 뜨거운 물이 쏟아져 그의 허벅지를 적셨다.

원래는 적당한 온도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옆이나 앞에서 누가 찬물을 틀었던지 아님 뜨거운 물을 잠갔던지.. 찬물과 뜨거운 물의 혼합비율이 갑자가 달라졌던 것이다. (주, 원래 허접한 동네 목욕탕은 다 그렇다. --;)


조금은 온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뜨거운 물이 흐르는 샤워꼭지 바라보던 한성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샤워기를 서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오밀조밀 주름 잡힌 가증스러운 ×구멍에 정조준하여 샤워기의 물줄기를 발사하기 시작하였다.


쏴~~! 물줄기가 그 넘의 그 ×구멍으로 쏟아지는 순간.. 마치 '열려라 참깨~!'의 마법 주문인 양.. 굳건하게 앙다물고 있던 그 ×구멍이 움찔하더니 덩달아 바퀴 두 개와 포신이 출렁하며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그 넘은 머리며 얼굴에 여전히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채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자신에게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가를 뚤레뚤레 살폈다.


그 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엄청난 때 떼를 밀어내고 있는 한성수를 의심스러운 듯 째려보다가.. 눈이 매웠는지 도로 돌아서서 여전히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세우고는 샤워기를 머리에 갖다 대고 비누거품을 씻어내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연신 한 손을 뒤로 돌려 자신의 ×구멍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짜샤~! 그러기에 공중목욕탕에선 공중도덕을 지켜야지! 식당 앞에 화장실을 들이대다니..."

한성수는 슬며시 일어나 탕으로 들어가.. 물이 반쯤이나 빠진 탕에 뜨끈한 물을 채우고 목까지 몸을 담갔다.

그는 한결 좋아진 기분으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목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는.. 오는 길에 산 크림빵과 흰우유로 요기를 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그녀와의 식사시간에.. 지난번처럼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리 뱃속을 채워 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양치질을 새로 하고 노란색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색 양복을 입었다.

머리에 무쓰를 잔뜩 발라 빗으로 빗어 넘기고 옷깃에 향수도 살짝 뿌렸다.

무슨 향수인지는 모르겠고 길거리에서 만원에 산 건데 냄새는 엄청났다.

거울에 비춰보니 정말 멋진 놈이 히죽 웃으며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부모가 변변히 물려준 건 없었지만 그래도 허우대만큼은 멀쩡하게 낳아준 것 같았다.

한성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족해하며 집을 나섰다.


잠시 후 골목길에는..

마치 80년대 제비를 빼닮은 촌티 나는 사내 하나가 걸어가고 있었다.




한성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녀.. 차미혜의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채 신호가 가기도 전에 그는 핸드폰을 끄고 도로 양복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지금 전화하기보다는 그녀의 집 근처로 가서 전화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은 것이다.

그녀의 집 근처에서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그런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무의미하게 삶을 하루하루 죽여 왔던 자신으로서는...



그녀가 사는 아파트에 다다라서 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여보세요?"

신호가 한참 떨어진 후 수화기 저편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저 한성숩니다!"

"..예..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한 그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영 힘이 없었다.

"오늘 제가 미혜 씨한테 식사대접을 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저.. 그런데..."


그녀의 힘없이 주저하는 목소리에 그는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역시 그녀는 자신을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지난번엔 그냥 예의상 호감을 표시했던 것일까?

짧은 순간에 한성수의 머리엔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저 멀리 그녀가 사는 아파트 102동 입구가 보이고.. 그 앞에 검은 승용차가 서있고.. 떡대가 우람한 깍두기 두 명이 검은 양복을 입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오늘은 안 되겠는데요.... 담에 뵈면 안 될까요? 미안합니다."

그녀의 힘없는 음성이 떨려 나오고 있었다.

역시 그랬었군. 내가 맘에 없었던 거야~!

그런 것도 모르고 혼자 들떠서.. 바보처럼...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한성수는 힘없이 핸드폰을 떨구웠다.



이팔청춘의 혈기왕성한 아이처럼 아침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었는데.. 맘 졸였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리자 그는 한 발짝도 내딛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겨우겨우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녀를 위해서 양치질도 새로 하고 참고 참았던 담배인데.. 그는 라이터를 켜고 불을 붙이고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였다.

그래도 지금 자신을 달래줄 친구는 담배밖에 없었다.

흑~ 고마운 녀석...ㅜㅜ


후~ 내뿜는 담배연기 사이로.. 깍두기 두 명이 허둥대는 모습이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낀 사내 하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연녹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뒤따르고 있었다.

순간! 의미 없이 바라보던 한성수의 눈이 반짝 빛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담배가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졌다.

그녀는 다름 아닌 차미혜 그녀였던 것이다.


한성수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내달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 헛걸음질이 쳐졌다.

그가 주춤대는 사이.. 깍두기 일행과 그녀를 태운 검은 승용차는 서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가 아파트 102동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저 멀리 성냥갑만큼 작아진 승용차가 큰길 쪽으로 우회전하며 빠져나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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