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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an 05. 2023

오십견이 뭐라고 이리도 아프다냐!



"양손을 잡고 팔을 앞으로 쭉 펴고 위로 올려보세요."

의사 선생님 지시대로 양손을 잡고 팔을 올리니 앞으로 90° 짓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일단 X-ray를 찍고 다시 봅시다."

의사 선생님 말에 간호사 안내를 받아 왼쪽 어깨 X-ray를 찍은 후 다시 진료실로 갔다.


"아야~ 아야야~~"

의사 선생님이 내 왼쪽 어깨와 가슴 사이 오목한 부분을 누르자 심한 통증이 왔다.

"아야야야야~~"

의사 선생님은 자기 왼손으로 내 왼쪽 손목을 잡고 앞뒤로 움직이면서, 오른손 엄지 손가락으로 어깨의 아픈 부위를 사정없이 꾹꾹꾹 누르는 것이었다.


"자 이제 다시 양손을 잡고 팔을 위로 올려보세요."

의사 선생님 말대로 팔을 들어 올리니 신기하게도 아까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자~ X-ray 필름 보시죠. 여기랑 여기 사이에.. €£$£¿¡$ 염증이 생긴 일종의 오십견입니다."

의사 선생님 말의 앞부분은 못 알아들었고, 어쨌든 오십견이란다. 헐~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일단 치료를 해보죠. 그래도 안되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고요. 주사 맞고, 물리치료 하고, 약을 드릴 테니 아침저녁으로 드십시오. 그리고 집에서 핫팩으로 찜질하시고 아프더라도 스트레칭을 부지런히 하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 말이 '안 그러면 너 수술해야 돼!' 하는 엄포로 들렸다.


그날 치료를 받고도 팔은 여전히 아팠지만, 그래도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속 시원한 설명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두 달 전쯤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차가 급정거하면서 왼팔에 힘이 실릴 때 어깨 쪽이 살짝 따끔한 기운을 느꼈었다. 

별일 아니려니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도 정상으로 회복이 안 되어 한의원을 찾았다.


"뭐 별거 아니네요. 침 좀 맞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녹용성분이 들어있는 약침을 같이 맞으면 효과가 더 좋은데 그렇게 해드릴까요? 다섯 번 맞으면 한 번은 공짜입니다.ㅎㅎ"

"네 그렇게 해주시죠."

별거 아니라는 한의사 말에 안심을 하고 일주일쯤 침 맞으면 낫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한의원을 다녔다.


그런데 그만 코로나걸렸다. 당연히 한의원에 못 갔고 집에서 꼼짝 못 하고 누워있다가 열흘쯤 지난 뒤부터 다시 한의원엘 다녔다.


"좀처럼 좋아지지가 않는데요? 되게 오래가네요."

"네 차라리 손목이나 이런데 인대 같으면 좀 나은데  어깨는 근육으로 움직이는 곳이라 오래갑니다."

그 후 2주 동안 착실히 한의원에 가서 약침에 일반 침에 수백 회 바늘로 찔리는 고통을 참아가면서 치료를 받았는데, 한의사 말은 '아직 멀었다'였다.


온 어깨가 붉고 푸른 피멍이 들도록 고생을 했지만 좀처럼 어깨는 낫지를 않았고, 통증 때문에 가급적 팔을 쓰지 않다 보니까 일상생활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었다.


- 승용차 운전석에 타서 왼쪽 팔로 차 문을 여닫기가 힘들고, 왼쪽 손가락으로 방향지시등을 켜기가 불편하다.

- 높은 선반에 있는 무거운 물건을 양손으로 내릴 수가 없다.

- 샤워할 때 왼팔을 들어 오른쪽 어깨 쪽을 씻을 수가 없다.

- 윗도리 특히 목티 같은 옷을 벗기가 힘들다.

- 양팔로 균형을 맞추어하는 근육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을 할 수 없어서 몸이 무거워지고 진다.

- 몸이 불편하니 의욕이 없다.


갑자기 삶의 질이 팍 떨어졌다.




한의사 선생님 말만 믿고 코로나 기간 포함하여 한 달이 넘게 한의원엘 다녔는데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더니..

오십견이란다.

이런 덴장~!

결과적으로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으며.. 와중에 코로나 꼼짝 못하고.. 가급적 아픈 팔을 쓰지 않은 게 병을 더 키우는 꼴이 되고만 것이었다.


불과 세 달 전만 해도 철봉에도 매달리고, 골프채를 잡고 풀스윙을 했는데,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될 수 있을까?

기가 막혔다. 그때 조금 이상을 느꼈을 때 정형외과 병원에 가서 X-ray도 찍고 진단을 받았더라, 그리고 아프더라도 부지런히 팔을 놀리고 스트레칭을 했더라, 이지경까지는 안되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선생님, 팔이 옆으로도 만큼 밖에 안 올라가는데 이것도 같은 원인인가요?"

"아 그거요? 팔을 앞으로 들어 올려 만세 부를 수 있으면 옆으로도 올라갑니다."

"아.. 예~"

두 번째 진료 때, 내 질문에 대한 의사 선생님의 대답은 짧고도 명료했다. 잔말 말고 열심히 치료나 받으세효!^^



연말에 대구에서 직장엘 다니는 아들이 와서, 헬스 하면서 근육 풀어주는 걸 배웠다며 나보고 누우라고 한다.

왼쪽 어깨의 앞 뒤로 근육의 뿌리 부위까지 고루 마사지를 받고 나니 아픈 부위가 한결 시원하였다.

역시 배운자가 다르군~!^^

아들이 작은 볼 같은 것으로 아픈 부위에 대고 수시로 굴려 주라고 한다.


다이소에 들러 살펴보니 이미 비슷한 상품이 나와 있었다.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고 거기에 효과가 있으니 만들어졌겠지 생각하며, 작은 아이템 하나를 2천원에 득템 하였다.

그걸로 아픈 부위를 살살 문질러 주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이제는 팔이 얼굴 근처까지 올라가는 게.. 만세 부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좀 어떠세요? 팔 한번 들어 보실래요? 음.. 많이 좋아졌네요. 아픈 팔 갖고 힘들게 이것저것 운동하지 마시고 앞으로 들어 올리는 것만 열심히 하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세 번째 진료날 의사 선생님의 말이었다.


그래서 난,

헛둘 헛둘~

오늘도 열심히 만세를 부른다. 헛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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