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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Feb 20. 2023

오십견, 매달려야 산다


왼쪽 어깨에 오십견이 와서 고생을 한 지 4개월쯤 되어 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낫기를 바라다가 점점 심해져 가는 어깨통증에 정형외과를 찾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의 진찰과 Xray를 찍고 나서 오십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에는 일주일에 두 번 병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고 약을 받아먹었다. 약은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먹는데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각각 한알씩이었다.


"두 손 모으고 팔을 앞으로 들어 올리세요!"

시도 때도 없이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열심히 따른 결과, 열흘쯤 지나자 팔이 조금씩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일주일에 두 번 가던 병원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



"어깨를 따뜻하게 해서 근육을 풀어준 다음 철봉에 자주 매달리셔야 합니다."

팔이 조금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그동안 '만세 부르세요!' 하던 의사 선생님 처방이 '매달리세요!'로 바뀌었다.


"처음엔 통증이 심할 건데 꾹 참고 매달리셔야 합니다!"

진료실을 나가는 내 뒤통수에 대고 의사 선생님이 한번 더 주의를 주다.



철봉에 매달려? 근데 날이 이렇게 추운데 어디서 어깨에 땀이 나도록 풀어주고 매달린 말인가?

학교 운동장도 그렇고 집 앞 하천변에 있는 운동기구 앞에도 찬바람이 씽씽 부는데 말이다. 허참!


밖에서 매달릴 곳을 찾기는 틀렸고 집안 어디를 둘러봐도 역시 철봉을 대신하여 매달릴만한 구석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문틀에 고정시키는 철봉을 생각해 내었, 인터넷을 뒤적여 쓸만해 보이는 것을 찾아 주문하였다.


그렇게 해서 며칠뒤,

드디어 문틀에 철봉 장착 완료!




일단은 핫팩으로 어깨를 충분히 덥히고, 헛둘 헛둘~ 준비운동도 좀 하고, 힘들게 두 팔을 들어 올려 철봉을 잡았다. 그리고 체중을 이용하여 몸을 축 늘어뜨리니...


"악!"

어찌나 아픈지 입에서 비명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통증이 심할 건데 꾹 참고 매달리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 말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두 팔을 모아서 매달리고, 두 팔을 벌려서 매달리고


한번 매달리고 나서 손으로 아픈 어깨를 한참 주무르고 또 매달리고... 이를 악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였다.

그런데 통증이란 게 참 묘해서, 통증뒤에 이상하게도 짜릿하면서 시원한 느낌이 오는 것이었다. 아픔 뒤의 단맛이랄까?

아얏! 아~~

은근히 중독이 되었다. 그래서 자꾸 매달렸다.



그렇게 일주일쯤 매달리다가 다시 병원엘 찾았다.


"좀 어떠세요? 철봉에 매달리고 있나요?"

"네, 완전 열심히 매달리고 있습니다."

"계속 부지런히 하셔야 합니다."

"근데 선생님, 약은 도대체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가요?"

"밤에 잘 때 통증이 없어요? 통증을 참을 수 있으면 안 먹어도 됩니다."

"아 예..."

나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10일 치 약을 처방받아 병원문을 나섰다.



참을 수 있으면 먹지 마라?!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의사 선생님 말씀이, '네가 약을 안 먹고 견딜 수 있겠냐?' 하는 말로 들려 은근히 오기가 생겼다.


어디 한번 약을 먹지 말고 버텨봐?!


이제 약을 끊은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물론 이젠 병원에도 갈 이유가 없다. 오로지 나와의 싸움이다.

팔이 뻐근하고 통증이 온다. 특히 밤에 잠을 잘 때 통증이 심해진다.

참는다. 에잇! 오기다.


밤사이에 팔이 굳어서인지 아침에 철봉에 매달리는 게 제일 힘들다. 그래도 한번 매달릴 때마다 통증이 줄어들고 팔이 많이 펴진다.



매달리는 것 말고도 아령을 들고 가볍게 팔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운동을 통 못하는 바람에 팔에 힘이 너무 빠졌다. 여자들이 러닝 하면서 가볍게 쥐고 흔들 정도의 겨우 3kg짜리인데 그것도 왼쪽 팔에는 무리다.

왼쪽 팔 근육에 힘이 갈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따른다. 그러나 참을 수 있을 정도의 통증이다. 어깨 위로는 아직 들어 올리지도 못한다.



하~ 이제 곧 푸른 잔디가 펼쳐지는 봄이다.

이 봄에는 드라이버를 들고 멋지게 휘두르는 꿈을 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심한 경우는 3년까지 가는 분도 있습니다!"

첫날 나를 보고 말씀하시던 의사 선생님의 말이 공포(恐怖)가 아닌 공포(空砲)에 그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문틀에 서서 매달려 본다.


오십견, 매달리는 게 답이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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