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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도 새끼는 귀여워

그때는 말이쥐~ #7

by 이은호



쥐 이야기는 이제 클라이맥스로 넘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야기는 좀 깁니다. 중간에 끊을까 하다가 김 빠질까 봐 갈데까지 갔습니다.

한번 볼까요?!




난 상황실 근무를 서다 사고를 쳐서 일주일간 군기교육대를 다녀온 후 취사병으로 보직이 바뀌어 사병식당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주특기도 '060(전투정보)'에서 '100(보병)'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주특기 변경까지 거론하는 것은 쥐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지어낸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게 아니라고.. 신빙성이 높은 이야기라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당시의 주특기 번호이므로 현재와는 다름 주의)



취사반에서 첨엔 밥돌이 자질도 없는 데다 딴 데서 쫓겨왔다는 이유로 엄청 구박을 받았다. 그러나 손재주가 좀 있어서인지 그럭저럭 고비를 잘 넘기고 정착할 수 있었다.

하다 보니 밥 짓고 식재료 다듬고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는 게 나름 재미가 있어 새로운 적성을 찾은 것 같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때 배운 솜씨가 요즘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니, 세상사 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 생각하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싶다.^^



식당이라는 곳이 먹을 게 많다 보니 쥐가 정말 많이도 들끓었다.

사람 먹을 것도 모자라는 판에 쥐한테 곡식 다 뺏긴다고 선임하사한테 혼도 많이 났다.


'우쒸! 쥐 끓는 게 내 잘못이냐?!'


선임하사는 해결하지 못하면 정량을 줄인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취사병들을 틈만 나면 갈궜다.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선임하사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반대편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창고에 식재료를 가지러 들어갔는데 포개진 쌀가마 사이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바로 갓 태어난 새끼쥐가 아닌가?!


어미는 어디로 가고 그것도 마치 누가 갖다 놓은 것처럼 새끼 한 마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엄지손가락보다도 작은 것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털도 나지 않아 살색 그대로였다. 아무리 쥐새끼지만 그래도 새끼는 새끼였다.


'아이~ 귀여버!'^^*


쥐와 악연이 깊은 나였지만 새끼쥐가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고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주물럭 거리며, '넌 누굴 닮았니?' 신기해하며 살펴보았다.


그러다 내가 식사 준비 중인 것을 문득 깨달았다.

'아차! 국을 끓이는 중이었지!'



창고에서 나와 국의 간을 맞추려고 커다란 국솥으로 다가갔는데, 마침 식당문을 열고 선임하사가 들어오는 보였다.

안 그래도 쥐에 노이로제가 걸려있는 양반이, 내가 쥐새끼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난리를 칠 것 같았다.


난 얼른 고놈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끓고 있는 국 간을 보고 나서 선임하사를 피해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이후 정신없이 바쁘게 점심식사 배식을 했고 부대원들 모두 식사를 마쳤다.

텅 빈 배식대 옆에 서서 한 숨을 돌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데, 혼자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서 식사를 하던 선임하사가 날 부르는 것이었다.


"오늘 국이 배추된장국 맞지? 된장국에 고기를 넣나?"


선임하사가 들어 올린 숟가락 위에는 형태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진 고기 한 점이 담겨 있었다.


'아뿔싸!'




야전잠바 호주머니에 덮개가 있는데, 내가 고놈을 주머니에 넣는다는 것을 너무 서두르다 보니, 주머니 덮개를 채 열지 못하고 넣는 바람에 밑으로 흘러 국솥에 빠진 것이 분명하였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내가 그만 눈도 못 뜬 어린 생명을 '육보시(肉布施)'로 삼고 말았구나!ㅜㅜ


그리고 그날,

우리 전우들은 진국을 맛있게 먹었었다.--;;



나나 선임하사는 그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한테 밝힐 수가 없었다.

식당을 책임 진 선임하사로서도 그런 사실을 스스로 떠들 이유는 손톱밑의 때만큼도 없었다.

그때만큼은 나나 선임하사나 한마음이 되어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 사건으로 인해선임하사한테 완전 찍혔고, 쥐 잡기에 소홀했다며 정량이 반으로 줄었으며, 결국 일주일간 군기교육대에 다시 가야만 했다.


군기교육대에서는 단골이 왔다고 크게 환영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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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하사의 변(辯)


내가 군에 있을 때 전방 사단 사령부의 사병식당 선임하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은 모 상병이라고 상황실 근무 중 쥐를 이용하여 일직부관에게 테러를 가했다가, 일주일간 군기교육대를 갔다 와서는 취사병으로 온 넘이 있었다.


그 넘이 상관 알기를 쥐새끼보다도 우습게 아는 터라 첨부터 군기를 잡아야 했다.

"식당에 쥐가 들끓는다. 못 잡으면 들 정량을 줄일 것이다. 니들이 굶고 쥐를 먹여 살릴 것인지, 쥐를 잡아 니들이 살 것인지 선택해라!"



그러던 어느 날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 은 상병이 뭔가를 주물럭 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 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에 든 것을 황급히 주머니에 넣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떨어진 게 뭔가 하고 보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그것을 잽싸게 물고 달아나는 것이었다.

는 얼른 식당 문을 닫고 쥐새끼를 잡으려고 포위망을 좁혀 나갔다.

그놈은 한쪽 구석에서 위를 쳐다보더니 나무 기둥을 타고 쪼르르 기어 올라갔다.


눈으로 그놈을 좇으며 자세히 보니, 입에 물고 있는 게 바로 새끼쥐가 아닌가?!


'헉!'


저걸 놓치면 또 얼마나 쥐가 불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옆에 놓여있는 기다란 국자를 오른손에 단단히 거머쥐었다.

그리고 쥐가 가로질러진 기둥을 타고 중간쯤 왔을 때, 정확하게 조준하여 국자를 크게 휘둘렀다.

국자가 거의 쥐 대가리를 맞추듯 스쳤고, 그놈은 깜짝 놀라 물고 있던 새끼를 떨어뜨리고 천장구석에 난 구멍으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아~ 조금만 더 어깨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스윙을 했더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아까웠다.


그러나 비록 어미쥐는 놓쳤지만, 새끼쥐를 떨어뜨렸으니 '최소한 번식은 막은 셈이다' 위로하며 새끼쥐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새끼쥐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혼자 움직이지는 못했을 텐데, 포물선을 그리는 낙하각을 모두 고려해서 찾아봐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사병들 식사 배식이 다 끝나고 느지막이 혼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날따라 배추된장국이 맛이 있었다.

선임하사 식사라고 건더기도 푸짐하게 넣어주어 한참을 맛있게 떠먹고 있는데, 뭔가 숟가락 끝에 야채와는 다른 감각이 전해지는 것이었다.


'두둥~!'


숟가락 위에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진 고기 한 점이 올라와 있었다.ㅜㅜ


난 너무도 놀라고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숟가락을 든 채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은 상병을 불렀다.


고깃덩이를 본 은 상병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더니, 자기 잘못이라고 순순히 자백을 하였다.

'새끼쥐가.. 주머니에 넣는다고 넣었는데.. 흘러가지고...'


그런 모습을 보고 불현듯 든 생각으로 '이넘에게 모든 걸 덮어 씌우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일은 떠들고 다닐 사건이 아니었다.

은 상병에게 '내가 무마해 줄 테니까 입 다물어라!' 하고 다짐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은 상병이 확실히 자기 잘못이라고 인식하게끔, 정량도 반으로 줄이고 덤으로 일주일간 군기교육대 구경을 시켜 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고깃국이나 된장국은 절대 안 먹는다. 그리고 가끔 은 상병이 생각난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미안하다! 그땐 사실 니 잘못이 아니었어~!"




본부대 행정병의 회상

(부제; 3대에 걸친 비극)


내가 전방 사단 사령부의 본부대 행정병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이다.


본부대는 사단 사령부의 일반행정과 경비임무 등을 맡은 병사들로 이루어진 부대인데, 경비소대 참모소대 본부소대로 나뉘어 있었다.

본부대장은 소령이었고 각 소대는 중위가 소대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본부대의 행정 및 관사 장교식당 사병식당 등 사령부의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본부소대의 행정반에서 근무를 하였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내 취미생활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었는데, 특히 햄스터 같은 작은 동물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군에서는 그런 취미생활을 할 수가 없어, 나날이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다.

특히 사단 사령부 특성상 높으신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의 요구사항이 꽤나 까다로워 본부대장이 고생을 많이 하였는데, 옆에 있는 나한테도 허구한 날 불똥이 튀었다.


그렇게 힘든 군대생활을 하다가 짬밥이 좀 쌓이고 나서부터는, '도저히 안 되겠다, 애완동물이라도 키워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군에서 일개 사병이 대놓고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특별한 방안을 고안해 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햄스터와 최대한 비슷한 쥐를 키우되, 우리에 가두어 두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방목을 한다.'



쥐를 길들이는 비법은 바로 '약물'이었다.

마침 외삼촌이 오래전에 비누장사를 했었는데, 약물을 이용하여 쥐를 길들였고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휴가 때 외삼촌을 찾아뵙고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비법 약물도 얻을 수가 있었다.


부대로 복귀한 나는 쥐가 나타난다는 사병식당 창고를 타깃으로 삼아 약물을 섞은 먹이를 놓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다.

약물에 중독된 쥐들이 사병식당 창고로 모여들었고, 그들은 내가 주는 먹이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왕성한 식욕으로 사병식당 창고에 쌓여있던 식량을 먹어치웠다.


갑자기 쥐가 불어난 이유를 모르는 사병식당 선임하사는 골머리를 싸매었고, 당초 몇 마리 애완쥐만 원했던 나도 이런 결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스러웠다.

결국 대대적인 쥐소탕 작전이 벌어졌고, 애완쥐의 전멸을 우려한 나는, 그래도 제일 괜찮은 놈으로 몇 마리를 빼돌려 숲 속으로 피신시켰다.


그러나 그중에서 제일 예쁘장한, 내가 제일 좋아하던 암놈 쥐가 그렇게 배신을 때릴지는 몰랐다.

그깟 건빵이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경비소대장이 건네주는 건빵에 폭 빠져 내 곁을 떠나버렸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배신의 대가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기는 하였지만...



예쁘장한 암놈 쥐가 세상을 떠난 후 새카만 새끼였던 아들쥐가 장성하여서는, 집 나간 엄마를 찾는다며 온 사령부를 쥐 잡듯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엄마쥐를 찾을 수는 없었고, 흔적을 발견하고 찾아 간 지하벙커에서, 상황병의 어이없는 발길질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엄마쥐에 이어 아들쥐까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덧붙여 또 하나 안타까운 사연은 그 아들쥐에게는 임신 중인 마누라 쥐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복자로 태어난 새끼쥐 세 마리...

아빠 없는 자식이 다른 야생 들쥐들의 텃세에 눌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은 뻔한 일! 결국 태어나자마자 한 마리가 희생되고 말았다.


나는 '이러다가 애완쥐 다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은신처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새로운 은신처는 바로.. 등잔밑이 어둡다고.. 사병식당 창고가 제격이었다.

얼마 전 쥐 잡기가 끝난, 쥐들이 없는 천국 같은 곳!^^



나는 눈도 못 뜨고 털도 아직 덜나 살색 그대로인 새끼쥐 두 마리를 데려다 창고 쌀포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 뒤를 쫄쫄쫄 따라온 어미쥐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며칠이 지난 뒤 보니까 새끼쥐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미쥐 뒤로 이제 눈을 뜬 새끼쥐 한 마리만이 쫄래쫄래 따라다닐 뿐이었다.


'한 마리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끝내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마지막 남은 새끼쥐 한 마리나마 정성껏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어미쥐는 야생 들쥐와 눈이 맞았는지 배가 불러왔고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

밥 먹고 하는 짓이 그 짓밖에 없는지 어미쥐와 더불어 새끼쥐들도 곧 새끼를 낳았고, 쥐들은 이내 수십 마리로 불어났다.


사병식당 선임하사는 쥐소탕 작전계획을 다시 꺼내 들었고, 나는 애완쥐 대피계획을 다시 수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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