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Apr 14. 2023

오십견, 세월이 약이다



딱 육 개월 만에 아파트 지하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과연 스윙이 될까? 무리하지 말자고 어프로치랑 7번 아이언 두 개만 고 갔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왼쪽 어깨가 아픈 상태이다.




작년 11월 초부터 시작된 오십견으로 정형외과를 두 달 가까이 다녔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이 부담스러워 의사 선생님께 '도대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합니까?'하고 물으니, '통증을 참을 수 있으면 안 먹어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 세대야 참는데 이골이 난 세대 아닌가? 이까짓 통증이야 참지 뭐! 싶었다.

그래서 병원도 끊고 집에서 문틀에 달아 놓은 '철봉 매달리기'만 열심히 했다. 철봉 매달리기는 의사 선생님이 '팔 앞으로 들어 올리기'에 이어서 2단계로 내려준 운동처방이었다.

처음에는 통증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수록 점점 참을만해져 갔다.


오십견에 걸리고 나서 보니까 주위에 오십견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어떤 분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주사처방을 받고, 어떤 분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어떤 분은 세월이 약이다 하고 세월이 흐르기만을 기다린다하였다.



오십견으로 고통받다 보니 아무래도 관련 정보를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한 번은 티브이에서 전문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증을 다스리는 것은 의사 몫이고, 회복하는 것은 환자 몫입니다!"

즉, 통증 완화를 위해서 의사가 약물처방은 해주지만, 회복기간을 단축하거나 100%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환자의 노력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환자의 10% 정도는 100% 정상회복이 안되고 어깨의 가동범위가 축소된다고 하였다.


어라? 

죽자 사자 매달리고 근력운동도 하고 회복이 환자 하기에 달렸는데 운이 나쁘면 정상회복이 안될 수도 있구먼!


잠을 잘 때도 이따금씩 어깨통증이 왔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어깨를 움직일 때 통증이 제일 심했다.

스트레칭을 해서 어깨를 좀 풀어주고 나서 철봉에 매달렸다. 통증이 왔다. 어깨를 손으로 주무르고 다시 매달렸다. 통증이 좀 약해지고 참을만했다.

3kg짜리 가벼운 아령을 들고 팔 흔들어주기나 근력운동을 번갈아 하면서 매달리기를 계속하였다.



그렇게 몇 달을 속했더니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통증도 점점 줄어들고 팔이 움직이는 각도도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다.


병원에 다닐 때 팔이 앞으로도 잘 안 올라갔지만 옆으로는 더 안 올라가서 의사 선생님께 물으니, '앞으로 쭉 들어 올릴 수 있으면 옆으로도 올라간다'라고 했었다.

과연 옆으로 조금밖에 안 올라가던 팔이 신기하게도 점점 더 올라갔다.


오십견에서 해방된 분들이 육 개월쯤 지나면 늦어도 일 년쯤 지나면 낫는다고 하더니, 역시 세월이 약이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아~ 이 정도면 스윙이 되지 않을까?' 싶어 골프채 두 개를 들고 연습장을 찾았던 것이다.


먼저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왼쪽 팔을 독려해 가며 어렵게 스트레칭을 하였다.

어프로치를 들고 가볍게 살짝살짝 흔들어보고 나서 공을 톡톡 쳐보았다.

오랜만에 클럽을 잡아서인지 어색했다. 스윙을 좀 크게 해서 흔들어 보았다.

백스윙할 때 왼쪽 어깨가 당기면서 약한 통증이 왔다. 통증을 참으며 하프스윙으로 공을 몇 개 쳐다.

어색했지만 공이 맞아나갔다.


이번엔 7번 아이언을 잡고 스윙을 해보았다.

어깨 회전이 커지니 백스윙할 때 통증이 좀 더 크게 왔다. 통증을 참으며 스윙을 좀 더 크게 다.

아직 정상스윙이 안되어 클럽을 대각선으로 크게 들어 올리며 왼팔을 'ㄴ'자로 만들어 피니시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치 어깨 위로 쌀자루 러매듯 어정쩡한 피니시밖에 되지를 않았다.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자며 총 50개쯤 공을 치고 끝냈다.

일단 골프채를 들고 스윙을 해서 공을 쳐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 필드에 나가는 건 무리다. 왼팔에 근력이 떨어져 비거리가 엄청나게 줄었을게 분명하였다.

앞으로 스트레칭뿐만 아니라 근력운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근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퇴직하고 나이가 들면서 그나마 일 년에 한 번쯤 아내와 함께 베트남이나 태국으로 골프여행 가는 걸 낙으로 삼았는데, 오십견이 오면서 혹시나 못 갈까 봐 얼마나 낙심했는지 모른다.

삶의 질이, 삶의 의욕이 뚝 떨어졌었다.


내일은 드라이버를 들고 스윙을 해봐야겠다.

벌써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빠, 나이스 샷!





매거진의 이전글 홈베이킹에 진심일 이유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