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위에 핀 장미꽃

by 이은호


부산시 해운대구 석대동에 위치한 '해운대수목원'은 과거 1987년부터 1993년까지 쓰레기 매립장으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1996년에 폐기물 처리시설 지정이 폐지되었고, 2000년대 중반부터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2011~2019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수목원이 조성되었으며, 2021년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총면적이 19만 평에 이른다고 하는데, 단계적으로 정비되면서 자연복원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주변은 평소에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찾지 않던 곳인데 장미정원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처조카가 인터넷을 통하여 수목원 투어 예약을 해주어, 전기카트를 타고 한 시간가량 전문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 수가 있었다.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숲 속의 여러 나무와 꽃들을 살펴보니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이제 수목들이 자리를 잡으며 조금씩 자연 정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수목원은 전체적으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는데 군데군데 방목해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니, 여기가 과연 쓰레기 매립장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어린이집에서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종종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곳의 입장료, 주차료, 투어료는 모두 무료였다.




수목원 전체 투어를 마치고 나서 장미정원에 가 보았다. 총 200여 종, 35,000여 그루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고 하는데, 정말 넓은 꽃밭에 가득 피어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장미를 보니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더구나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정원 가득 퍼지는 향긋한 꽃내음은 사람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드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장미정원을 찾는 사람 중에 얼굴을 찌푸린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었다. 모두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사진도 찍고 꽃 향기도 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관계가 아무리 서먹한 사이라 할지라도 함께 이곳을 거닐면 저절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하고 싶다면 장미정원을 함께 거닐어 보아요!^^




서울도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환경친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자연복원을 도모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곳곳에 비슷한 장소가 많이 존재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쓰레기 산이 점점 높아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을 묻고 덮어서 공원을 만들고.


쓰레기는 사람들이 뱉어놓은 배설물과 같다. 어질러 놓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걸 해결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르는 양은 최대한 최소화하고 치우는 노력은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후손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오염되고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의무라고 할 것이다. 이번에 둘러본 해운대수목원은 작은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피어난 장미꽃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 향기는 짙고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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