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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n 14. 2023

쓴 것과 단 것의 차이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을 수 없다.


선한 자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밖으로 드러내는 자는 선한 자가 아니다.


지혜로운 자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모든 것을 안다고 하는 자는 지혜롭지 못한 자이다.

 

노자(老子) / 도덕경(道德經)




오래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한창 열심히 뛰었던 주니어 시절, 정말 존경할만한 선배님께서 퇴임을 하게 되었다. 직급이 전무셨는데 앞으로 사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받던 분이셔서 갑작스러운 퇴사 소식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후배들이 아쉬운 마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송별식에 참석하였는데, 술을 몇 잔 걸치신 전무님께서 후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셨다.


"니들, 오너가 하고 싶은 말 허심탄회하게 다 얘기하라고 할 때 절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입이 달막달막 하더라도 꾹 참아야 한다. 내가 주제넘게 회사를 위한답시고 오너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해서 결국 이렇게 안 됐나 말이다. 허허허."



오너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대학동창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오너 귀에 단 소리를 잘했다. 오너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막상 그 일을 하려면 직원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럴 때 친구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건 네 회산데 뭘 망설여?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뭐 아랫것들 눈치를 보냐?"




회사의 오너나 경영자들은 쓴 소리 듣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단 소리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게 비록 입에 발린 소리란 걸 알아도 그렇다. 왜냐하면 자기가 항상 잘났고 갑이기 때문에 못난 아랫사람들이 자기에게 쓴 소리 하는 것을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막상 헛발질을 일삼고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짓은 자기가 죄다 저지르곤 한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을까? 국민을 무시하고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직원을 무시하는 경영자가 성공할 수 있을까? 직원을 무시하고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운이 정말 좋은 경우이다. 하지만 운은 계속해서 좋을 수가 없다.




"자 이제부터 모두들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시오!"


옛날 어떤 독재자가 부하들을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 그의 뒤에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 심복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쓴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들과 무엇이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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