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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Jul 26. 2023

생계를 위한 공부의 유효성



요즘 '글쓰기 지도사' '독서 지도사'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내 글쓰기 실력이 좀 더 좋아지고 소설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면 글쓰기 강의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러려면 일반적인 강의 스킬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체계와 글쓰기 지도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독서 지도사'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요즘은 평생학습의 시대라고 한다. 사람은 왜 배워야 할까? 나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을 믿는다. 인간의 본성은 ()하므로 이를 도(道)로써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동물이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면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지만 그것은 모성애를 자극하여 자신을 보살피게 하기 위한 본능이다. 아이는 젖꼭지를 입에 무는 순간부터 무엇이든지 잡으면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커가면서 엄마에게 배우거나 주위 사람들을 모방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과자를 비로소 남에게 내밀게 된다. 배움의 시작이다.




배움에는 생계를 위한 공부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공부가 있다. 생계를 위한 공부는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고, 가치를 추구하는 공부는 자신의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잡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얻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생계를 위한 공부에 너무 치중하고 있다. 남을 이겨야 하고, 남들보다 잘나야 하고, 남들보다 좋은 학교에 가야 하고, 남들보다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르치고 있다. 바로 호승심을 키워주는데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생계를 위한 공부는 그 효용가치와 유효기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오늘날과 같이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고 사회구조가 다변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과연 미래에 효용가치가 큰 지식이 무엇일지 현재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어른들이 과거에 경험했거나 또는 현재에 유용한 지식을 마치 미래에도 여전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습득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의대 보내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많은 학자들은 대부분의 의술이 앞으로 로봇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20년, 30년 후에도 의사가 지금과 같이 각광받는 직업으로 남아있을 것인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직업이 평생 여섯 번쯤 바뀔 거라고 한다. 나의 경우에도 비록 한 직장에서 30년을 넘게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작가로서의 길이 네 번째인 셈이다. 그러므로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생계용 공부의 대부분이 실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업이 바뀜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생계를 위한 공부 외에 사고의 넓이와 깊이를 깊게 해주는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가치를 추구하는 공부이다. 따라서 학습은 어려서부터 생계를 위한 공부와 가치 추구를 위한 공부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치추구를 위한 공부를 통해서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거기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찾아서 배울 수 있직관과 통찰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사람이 지식을 넓히는 방법으로는 본인의 직접경험, 타인의 경험을 통한 간접경험 그리고 책을 통해서 얻는 독서가 있다.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은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실제로는 책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물론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얻기가 쉬워졌지만 중요한 건 단순히 그 지식을 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유(思惟)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지식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지혜로 축적될 수 있다. 여기에 책을 읽는 독서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요즘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이 전자책 포함하여 일 년에 세권 정도라고 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직관과 통찰력을 키우는데 너무 소홀한 셈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은 언제 쓸모없는 지식이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학습이라는 것은 바로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접하게 하여, 아이들이 사고의 폭을 넓히고 미래의 사회에 스스로 적응하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생계를 위한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들이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낙오자들에 대한 대책이 없기도 하다. 경쟁에서 이긴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사회 지도층이 되어서 올바로 판단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필요한 소양을 키우지 못함에 따라 온갖 편법과 비리를 저지르는데 앞장서게 된다.




인간은 가장 이기적인 동물이다. 거기에 경쟁심을 부추기는 공부만을 계속 시켜서는 안 된다. 가치 추구를 위한 공부를 통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일어나는 학교폭력, 교권추락, 학생들의 우울증과 자살, 묻지마 살인 그리고 사회 지도층의 이기적인 행동들. 그런 일들이 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를 통해서 인간의 악함을 다스려야 한다.'라고 이천년도 전에 옛 성현은 길을 안내하셨다.




* 이 글은 독서지도사 민도식 강사의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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