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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Aug 02. 2023

날도 더운데 미래도 없는 나라



모 정당의 혁신위원장이 한 발언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안 그래도 날이 더워 작은 일에도 화가 치미는 실정인데 그 발언은 화를 넘어서 참담한 생각이 들게 한다.


투표권을 1인 1표가 아니라 남은 수명에 비례하여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한테 똑같이 권리를 주는 것은 맞지 않는단다. 그러나 법으로 그렇게 차등해서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단다. 본인은 노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미래에 살날이 많이 남은 청년세대에 용기를 붇돋워 주기 위하여 한 발언이라고 했다.


워낙 시작부터 존재감이 없었던 혁신위원장이라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참 씁쓸하다. 그런 논리라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입법을 하고 지도자로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이에 비례해서 투표권을 운운하기 전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은 선거 때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이 먼저지 싶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한테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살아갈 나라의 미래를 맡기기 싫다.


정치꾼들은 왜 그런 소리를 할까? 바로 지지층 확보를 위하여 편 가르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정치꾼들은 국민들을 편 가르기 해왔다. 영남 호남으로 편 가르기를 하여 잇속을 챙겨 오더니 요즘은 나이로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방송에 나오는 자료를 보면 나이대별로 지지하는 정당이 분명하게 갈린다. 정치꾼들이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렇게 해야 자기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고 자기 잇속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하는 것이다. 결코 말실수가 아니고 철저한 계산에 의한 속마음이다.


솔직히 따져보자. 그동안 나이 든 사람들이 어떻게 이루어 낸 나라인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표권에 제한을 받아야 하냔 말이다. 정치꾼들이 앞다퉈 나라를 거덜내고 있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피땀을 흘려서 여기까지 이루어 놓은 나라이다. 분명한 기여도가 있는 것이다. 기여도가 있는 사람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 정권은 5년 동안 과거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결과 최소 20년의 장기집권을 장담했던 정권이 5년 만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 자들이 지금 청년세대를 부추겨 미래를 운운하고 있다. 먼저 자기가 말한 논리대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지도자로 나서서 젊은 사람들이 살아갈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한마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개념이 바로 '다양성(diversity)'이다. 다양성은 '성별, 나이, 인종, 종교, 학교, 지역, 출신 국가, 장애 여부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우열'이나 '차별'이 아니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다양성은 인간존중의 정신에 기초하고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대접받고 존중받아야 하고 또 상대방도 그렇게 대해야 한다.


남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들이 국민을 편 가르기하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들은 제발 그만두고, 진실을 마음으로 느끼고 실천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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