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Jul 24. 2023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용기

무모한 도전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지혜라 하고,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한다.


- 순자(荀子) / 최종엽 저 '오십에 읽는 순자'에서 인용 -




살다 보면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도 힘들지만,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는 것도 참 힘들다.


세상에는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다. 사람들은 그걸 또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도 한다.


내가 회사생활을 할 때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워낙에 똑똑한 사람들이 사실을 그럴듯하게 왜곡해 포장을 잘하고 희한한 논리를 내세워 호도하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정도되었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비록 내가 그른 것을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그른 것을 다고 할 때 나는 비겁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을 때, 보스는 나에게 그랬다. 왜 진작에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냐고.




오래전 일이었다. 자회사에서 신사업 추진에 대한 업무보고가 있었는데, 보스의 지시로 그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발표자의 번지르르한 발표가 있었고 보스의 격려 말씀 끝났다. 거기서 회의를 마쳤으면 좋았을 텐데 보스가 굳이 나보고 한마디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렇게 하다가는 자금이 다 떨어져서 신사업은 고사하고 직원들 월급도 제때 게 될 겁니다.'


전부 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그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는 보스에게 불려가 꾸중을 들어야 했다. 본인의 격려 말도 다 끝났는데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하고.


그들은 자금은 당연히 본사에서 다 해결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얼마를 어떻게 투자해서 언제부터 어떻게 회수할 건지' 투자의 기본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업계에 흘러 다니는 이야기만을 번지르르하게 장미빛으로 늘어놓았다. 사업의 현금흐름이 너무 안 좋았다. 그것 말고도 내가 보기에는 허점 투성이었다.


얼마 못 가 그 사업은 당연히 망가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 뒤부터 나는 가급적 입을 닫고 있었는데, 보스로부터 '왜 진작에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냐'는 책망을 들은 것이었다.




말했다고 꾸중 듣고 말하지 않았다고 책망 듣고, 그럴 바엔 차라리 할 말은 하고 살자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최대한 '아닌 건 아니다'고 말하려고 노력하였다. 결과적으로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살다 보면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도 힘들지만,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는 것도 참 힘들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용기가 때로는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기도 한다. 옛 성현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하지만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성현의 가르침이 더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리자는 가라, 리더가 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