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춤을 출까?

그 남자의 횡설수설

by 이은호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저녁시간 해가 저물 때쯤 집 앞 하천변을 걷곤 한다. 작은 물병 하나 들고 때로는 앞만 보고 빠르게 또 때로는 이것저것 주위 풍경을 감상하며 느리게 걷기도 하는데, 요즘 저녁시간에 늘 보이는 풍경 하나가 있다. 바로 아주머니들 몇십 명이 모여 라인댄스를 추는 광경이다.


아주머니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서 경쾌한 트로트 음악을 틀어 놓고, 동서남북 방향을 틀어가면서 동작을 맞추어 춤을 춘다. 어떤 아주머니는 동작을 작게 하여 조심스럽게, 어떤 아주머니는 경륜이 좀 쌓였는지 한결 가벼운 몸동작으로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평상복 차림이지만 간혹 몸매에 자신 있는 분은 한껏 드러낸 복장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리더를 하시는 분은 반짝이가 달린 무대 복장에 팔다리를 쭉쭉 뻗는 모습이 대번에 리더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내가 즐겨 걷는 산책코스에 아주머니들이 라인댄스를 추는 곳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우리 동네이고 하나는 하천 건너 대각선으로 보이는 남의 동네인데, 재밌는 것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세 과시를 하는 모습이다. 한쪽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 싶으면 다른 쪽에서 인원 모집 현수막까지 걸어 놓고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스무 명 남짓 모였던 자리에 오륙십 명이 모이기도 한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돈된 동작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보기 좋기는 하다.


남자가 남의 아주머니들 춤추는 모습을 오래 지켜보기도 뭣해서 잠시 보다가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천천히 걸으며 곁눈질로 훔쳐보기도 하는데, 두 곳의 라인댄스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분명히 차이가 있기도 하다. 평균 나이대에도 한 다섯 살 정도는 차이가 나지 싶다. 아마도 리더를 하시는 분의 나이대에 맞추어 모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이렇게 야외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훤한 공간에서 춤을 출까? 남자 같으면 도저히 쑥스러워서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하지 못할 일이다. 나도 과거에 직장동료들과 나이트에서 일렬로 서서 허슬을 춘 적이 있었는데 그거야 술 한잔하고 알딸딸한 기분에서 그랬던 거고, 맨 정신에 야외에서는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이 야외에 모여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작년에 방문한 베트남에서는 특이하게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이 긴 원피스를 입고 나와 춤을 추었다.




지난달 말, 밤에 우연히 바닷가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엑스포 부산유치를 기원하는 행사가 있었다. 족히 만 명은 넘을 정도의 사람들이 백사장에 빽빽이 모였었는데, 거기서 아주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였다. 아래 동영상을 보고 무엇인지 짐작해 보시길 바란다.



그렇다. 거기서 몸을 흔드는 사람들은 죄다 여자들이라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남자는 단 한 명도 춤을 추지 않았다. 심지어 남녀 일행이 같이 왔더라도 남자는 두 다리 굳건하게 모래사장에 발을 묻고 있었고, 여자들은 마치 뜨거운 철판에 맨발로 올라선 것 마냥 몸을 팔딱거렸다.



동물 특히 새는 수컷이 화려한 복장을 차려입고 구애행위로 춤을 춘다.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암컷이 찾아들고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신방을 꾸민다. 그러면 사람은 여자가 구애행위로 춤을 추는 것일까? 소싯적에 나이트에 가면 무대에 많은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물 반 고기 반. 그러면 남자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라 슬슬 접근해 부킹을 시도했었다. 여자들은 춤을 추기 위해 나이트에 가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남자들은 춤만 추기 위해 나이트에 가는 경우는 결단코 없었다.


옛말에 '춤바람 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대개 여자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춤바람 나서 밖으로 나도느라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혹시 여자의 DNA에는 춤 신이 깃들어 있는 아닐까?


오늘도 하천변 산책로에서 라인댄스를 추는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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