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서야 할 이유

사진 한컷

by 이은호



맨발을 바닷물에 담그고 모래사장을 걷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여 바닷가를 찾았다. 전통 중국식 만두집이 있어 만두로 배를 채우고 나서 맨발로 해변을 걸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철 지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걷다 보니 백사장 한편에 있는 무대에서 음악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이미 중년을 한참 지났을 올드 밴드의 공연이었다. 노숙자들 무료급식을 위한 자선공연이라고 했다. 십 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지 목이 잠긴 홍일점 여성보컬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오히려 좋았다. 밴드는 가요와 팝송을 오가고, 빠른 템포와 슬로 템포를 오가는 다양한 장르의 곡을 적절한 감성으로 소화해 나갔다.


그들의 공연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을 즐겼고, 바닷가를 찾은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고 살랑살랑 몸을 흔들고.


공연이 거의 막바지에 이를 무렵 경쾌한 리듬의 노래를 배경으로 등장한 한 아저씨.


'니들은 노래를 불러라! 나는 물구나무를 설게!'


아저씨는 무대 앞에 수건을 깔고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섰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도록 그 자세로 굳어 있었다.


'노숙인들 한 끼 차려줄 밥값은 벌어야겠고 공연은 끝나가고 딱히 할 줄 아는 것은 없고... 에라 이렇게라도 이 한 몸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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