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을 수필집 위주로 읽는 편이다. 소설을 쓰려다 보니 여러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나 세밀한 심리묘사가 필요한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수필집을 읽으며 작가의 경험과 그것을 느끼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글로 표현해 내는 기법을 배우고자 함이다. 그리고 덤으로 작가의 진솔한 고백에 감정이입되어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훈훈해지는 소득을 얻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이 덤이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필이건 소설이건 단순한 재미보다는 독자의 마음 언저리를 툭 하고 건드리는 것이 맛이니까.
장영희 에세이집을 읽었다. '내 생애 단 한번'과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두 권이다. 작가는 책 제목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책 제목을 중요시하는 것은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장영희 작가의 책 제목을 보면 작가의 정체성이 뚝뚝 묻어나는 것 같다.
'내 생애 단 한번'
많은 사람들이 '내 생에 단 한번' 또는 '내 생의 단 한번'으로 오해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내 생애 단 한번'이다. '생애(生涯)'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한평생'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내 생애 단 한번'은 '단 한번뿐인 내 인생, 내 삶'인 것이다. 작가가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작가는 첫돌 무렵 열병을 앓고 소아마비 장애를 얻었다. 힘든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고 커서는 장애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비장애인도 견디기 힘든 유학생활 7년을 보내고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영문학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신은 여전히 그녀에게 가혹하였다. 또 다른 시련을 주었다. 작가는 병마와 싸우면서 글을 썼다. 이 책의 퇴고까지는 직접 하였지만 출간된 책은 끝내 보지를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책 제목에 작가의 순탄치 않은 인생과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다. 장애를 안고 병마와 싸우면서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의지와 희망이 담겨있다.그러나 작가의 소망처럼 살아갈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중간에 포기하고 마는 삶이기도 하다. 삶을 포기하기까지 그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뇌의 시간들이 있었을까만은 차라리 독하게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은 왜 내지를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번뿐이다.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살아내야 한다. 장영희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줄을 알았다. 조금도 불평하면 안 되는 삶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