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구운 수제 쿠키

그 남자의 홈베이킹

by 이은호



브런치 이웃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취미생활로 홈베이킹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손을 놓은 지가 꽤 되었다. 이게 참 묘해서 한번 손을 놓으니 귀차니즘이 몰려와 다시 손에 잡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이러다 취미생활 하나가 날아가버리는 거 아닌가 걱정하던 즈음 억지로라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꼭 만들어 주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대상은 바로 처조카. 수원에 살고 있는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이다. 성격이 밝고 마음이 따뜻하다. 그리고 부지런하다. 요즘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는 전시회에도 참여하고 상도 받았단다. 조카의 유화 소품 두 점이 우리 집 거실에 걸려있는데, 내가 그림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다. 참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사는 조카이다.


이 조카가 정도 많다. 이모에게 자주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내가 글을 쓰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11월 말, 밤늦은 시간에 아내를 통해 연락이 왔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내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대상자를 모집한다며 이모부도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자격이 된다며. 정작 부산에 사는 나는 모르는 일을 수원에 사는 조카가 챙긴다.


혼자 끄적끄적 글 쓸 생각만 했지 이런 방면에는 소홀했던 나는 조카가 보내온 자료를 살펴보고 그다음 날 아침 부산문화재단에 전화를 해보았다. 조카가 다음 날까지 사전 설명회를 진행한다며 연락을 해보라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자리가 남아있었고 나는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게 처음이라고 하니 관련 자료를 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고 써두었던 단편소설 두 편을 첨부하여 무사히 신청을 완료하였다. 심사를 거쳐 내년 2월에 발표를 한다고 하니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열심히 글을 쓰면 될 일이었다.


조카는 작년에도 예술인 등록신청 안내를 해주었고 이것저것 내가 해볼 만한 것들을 찾아서 알려준다. 참 고마운 조카이다. 그런 조카에게 뭘로 보답을 할까 생각하다 그래도 내가 할 줄 아는 베이킹으로 선물을 하자 싶었다. 몇 달 전에 조카가 갑자기 부산에 내려올 일이 있다며 쿠키와 마들렌을 만들어줄 수 있냐고 했었는데, 그때 마침 재료가 떨어진 것들이 있어서 들어주지 못했던 게 생각나서이다.


내가 만든 쿠키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예전에 만들어 보냈던 쵸코 마들렌과 피칸 시나몬쿠기 외에 새로 시도하는 헤이즐넛 쵸코쿠기를 추가하여 세 가지를 구워보기로 하였다.


홈베이킹의 열악한 설비로 수제 쿠키를 굽는 게 만만치 않다. 그것도 이왕에 만드는 것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서 넉넉하게 그리고 세 가지나 구우려니 시간이 많이 걸려 이틀에 걸쳐 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취미생활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드디어 다 만들었다. 포장까지 완료하고 나니 한편으로 뿌듯하고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으로 구운 선물이니 아이들과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맙데이, HJ야!"






다른 것들의 레시피는 예전에 소개를 하였고 오늘은 헤이즐넛 초코쿠키 레시피를 소개해 본다.


* 헤이즐넛 초코쿠키 레시피 *
수량; 35개
재료;
- 박력밀가루 360g
- 아몬드분말 80g
- 코코아분말 60g
- 버터 240g
- 설탕 180g
- 소금 3g
- 꿀 20g
- 베이킹파우더 6g
- 바닐라빈분말 4g
- 계란 2ea
- 헤이즐넛 150g
- 초코칩 100g 총중량 1,300g
분할; 35g/ea
굽기; 180°C / 11분


1. 반죽

먼저 헤이즐넛의 습기를 없애고 고소한 맛을 더해주기 위하여 오븐에 살짝 구워 둔다. 스텐볼에 상온에서 미리 녹인 버터를 넣고 핸드믹서로 풀어준 다음, 설탕, 소금, 꿀을 넣고 섞는다. 이어서 계란을 넣고 핸드믹서로 섞어준다. 크림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속으로 가볍게 섞어주기만 하면 됨.


밀가루, 아몬드분말, 코코아분말, 바날리빈분말, 베이킹파우더 등 가루재료를 체에 밭쳐 내려 준 다음 주걱으로 가르고 뒤집으며 골고루 섞어준다. 이어 헤이즐넛과 초코칩을 넣고 섞어준다. 밀가루 반죽처럼 손으로 치대서 단단하게 뭉쳐줄 필요는 없고, 주걱으로 내용물 전체가 균일하게 섞일 정도면 반죽 완성.


2. 분할 및 성형

반죽을 35g씩 분할하여 동그랗게 뭉쳐준 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오븐팬 위에 올려놓는다. 손으로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들되 수제쿠키 특유의 모양을 살리기 위해서 너무 매끈하게 정리하는 것보다는 끝이 투박하게 두는 것이 좋다.


3. 굽기 및 완성

미리 달궈둔 오븐에 팬을 넣고 180°C 온도로 11분 정도 구워주면 됨. 구워진 쿠키를 식힘망에 올려 식힌 후 개별 포장하면 끝.





맛 검증차원에서 다음날 커피와 함께 맛을 보았다. 쿠키도 하루 묵혀서 먹는 게 더 맛있는데 특히 처음 만들어 본 헤이즐넛 초코쿠키의 맛이 궁금하였다. 헤이즐넛의 고소함과 바닐라향이 은은한게 먹을만하였다. 어른들은 커피나 홍차랑, 아이들은 우유랑 함께 먹으면 딱 좋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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