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 하고 싶은 말
'where'가 아니고 'how'에 대해서
회사에 있을 때 매년 신입사원들을 선발하여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면 꼭 2~3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강의를 하곤 하였다.
내가 인사 업무에 관여하는 위치에 있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직장생활을 하고 인생을 경험한 선배로서 직장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이 회사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때 내가 신입사원들에게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어디서(where)'가 아니고 '어떻게(how)'라는 관점에 관한 것이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난다. 어느날 문득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부터 긴 인생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필이면 돈 한 푼 없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궁핍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어쩌다 장애를 가진 몸으로 태어나 많은 제약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하필이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 취업하기 정말 힘든 시기를 만나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아무리 비관하거나 원망을 해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자신의 몸과 마음만 상할 뿐이다.
요즘 청년들의 취업문제를 보면 정말 심각하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일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로 일정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를 앉혀놓아도 큰 무리없이 수행할 정도인데, 변변한 자릿수는 제한되어 있고 지원자는 많다 보니 정말 바늘구멍 뚫기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를 보면 그렇게 큰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앞다투어 달려들 정도는 아니었으나, 해가 갈수록 국내 명문대나 해외 유학파를 포함한 우수한 학생들의 지원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런 지원자들이 잘 버텨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해야 할 일에 비해서 오버스펙인 경우도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택이 가능하다는 직장조차도 나의 '의지'보다는 회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거기다가 지원할 때 지원분야를 적기는 하지만 실제로 배치되는 부서가 다를 수도 있고, 지원했던 부서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맡는 업무가 딴판일 수도 있다. 또 회사 분위기가 엉망일 수도 있고, 부서 상사로 '꼰대'를 만날 수도 있고, '진상'인 동료들 사이에서 고생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지는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직장조차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태도'에 초점을 맞춰볼 것을 권한다. 즉 '어디서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회사를 그만 두면 된다. 그러나 회사를 옮긴 들 또는 자기 사업을 한들 그 새로운 환경이 나에게 꼭 맞을까?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어디든 다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특히 사람 간에 이해관계가 얽힌 직장에서는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현재의 조직에서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다음에 잘하면 되지'가 될까? 내 경험상으로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환경이 바뀌어도 잘하지, 현재에 무기력한 사람이 환경이 바뀌었다고 잘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하였다.
우선은 내가 처한 환경이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거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내가 바꿀 수 없는 환경일수록 그 좌절감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되는데, 거기에 매달려봤자 어차피 해결은 안 되고 내 마음만 아프다.
때문에 이럴 경우 나로부터 좀 떨어져 '제삼자적' 입장에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정말 마음먹기에 따라서 180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다음은 업무를 대하는 자세이다. 신입이라고 그냥 주어진 일을 생각 없이 하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그냥 기계적으로 그 일을 처리할 뿐 발전이 없다.
항상 '왜(why)'라는 의문을 품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 일은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하는 상사보다는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이 일의 앞뒤 연결 업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알려주는 상사를 만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 상사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가 의문점을 갖고 일을 하다 보면, 업무 전체를 꿰뚫는 안목을 키우게 되고 개선점을 찾아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고 공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실력은 바로 '연봉'과 '승진'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절실한 과제일 수 있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실력도 쌓이고 기회도 생기게 된다. 그 기회는 외부일 수도 있고 또 내부일 수도 있다. 정말 앞이 캄캄하다고 생각했던 조직에서도 '쥐구멍에 볕 드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내 경우를 보면 회사는 점점 망해가는 것 같고 부장 진급조차도 생각하기 힘든 정말 암울한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뀌었다. 그야말로 일순간에 회사 환경이 확 변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나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회사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자가 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신입사원들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들을 올바로 교육시키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신입사원 한 명을 채용해서 그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육성하는 데는 제법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회사는 직원들이 제대로 정착하도록 하여 이 '채용비용'을 줄이고 직원들의 성과창출을 통하여 '본전' 이상을 뽑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사팀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부서에 배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수시로 모니터링해서 신입사원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회사에서 어렵게 선발한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