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호 Mar 28. 2022

우리는 밥값을 하고 있을까

연공급과 직무급


오래전 내가 신입이던 시절, 하늘과 같이 우러러 뵈던 부장님들의 하루 일과를 보면  여유가 있었다.


당시는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이나 PC가 보편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보를 방송이나 인쇄매체를 통해서 얻던 시절이었다.


부장님 정도 되면 여직원이 타주는 커피를 느긋하게 마시며 일간지, 시사주간지에 월간지까지 탐독하며, 각종 사건사고나 시사이슈에 대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파악하고, 나아가 경제계나 정치계의 숨은 비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보 축적에 열을 올리 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일이라곤 직원들이 작성한 보고서나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한 시간 남짓이 끝이 났다.


그런 부장님들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회사를 다니면 저런 날이 오겠지' 하고 막연한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부장이 되고 보 그런 호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IMF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무실 근무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많은 부장님들이 설자리를 잃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특성상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의 기업문화가 여전히 탄탄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이 볼 때 그런 불합리한 부분이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급여체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크게 '연공급''직무급'이 있다.


연공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호봉제'가 대표적이다.

보통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으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직급 승진을 하게 되는데, 승진에 따른 급여 인상도 연공급의 일부라 볼 수 있다.


*연공급 - 근속년수에 따라 급여가 상승함


반면에 직무급은 근속연수에 관계없이 '직무'에 따라 급여 수준을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업무 중에는 난이도와 중요도가 높은 직무가 있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직무가 있다.

따라서 직무의 수준과 직무수행 능력에 따라 급여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성과주의 보상제도 관점에서는 연공급에 비하여 좀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직무급 - 직무가 바뀌면 급여수준이 상승/하락할 수 있음


예로부터 연공서열이 중요시되던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기업에서 연공급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급여 인상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성과창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고용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기업 입장에서 연공급인건비 부담으로 나타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데, 그 수준을 벗어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직무급'으로의 급여체 전환이 필요해 보이는, 연공서열 중심의 사회문화적인 특성과 노조의 반발로 대부분의 회사에서 실현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인다.


때문에 기업들은 진작부터 자동화 성력화를 통해 인원수를 줄이거나 인건비가 싼 해외로 진출을 추진하여 왔,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젊은이들이 일자리 찾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급여체계 하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연공서열 중심의 기업문화와 성과주의 보상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히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급여체계가 '직무급'이 기본인 선진기업에서는 직무별로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직원들의 연차가 늘어난다고 급여를 인상시켜줄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 직무에 그 급여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Fire'이다.

즉, 연공서열의 개념보다는 직무 수행에 따른 성과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직원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고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해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직무에 해당하는 적당한 급여를 받으며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열심히 하고, 땡~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온전히 개인 시간을 즐긴다.

우리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허구한 날 능률도 오르지 않는 잔업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바로 '워라밸'이다.


서구사회의 경우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하지만 우리자녀들 학비에 결혼자금까지 부모가 부담을 다.

나이가 들고 근속연수가 늘어감에 따라 급여 수준이 올라가야만 생활이 가능한 구조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몸으로 때워가면서 급여를 많이 받아야 한다.


러한 사회문화적인 차이가 우리는 연공급이, 서구사회는 직무급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 배경이 아닌가 싶다.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서, 호칭을 '님' 또는 '매니저' 등으로 통일하고, 대리 과장 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조기 발탁하고, 성과중심으로 보상을 한다는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중요한 건 그런 형식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기업문화가 '개방적이냐' '소통이 잘 되느냐' '성과중심의 사고가 자리 잡고 있느냐'이지만, 그런 노력을 시도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망쳐먹는 건 순간이다.


경영자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