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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은호
Mar 21. 2022
김 팀장이 일을 하는 이유
'받는 만큼 일하겠다'는 직원 입장과 '하는 만큼 주겠다'는 경영자의 입장, 어느 쪽이 옳은 걸까요?
직원 입장에서는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는데 일은 내가 다 하는 것' 같고, 경영자 입장에서는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월급만 축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조직 내 구성원들의 업무능력을 살펴보면 천차만별이죠. 매사에 깔끔하게 일을 잘 처리하는 직원도 있고, 근무년수가 제법 됐음에도 늘 허둥대는 직원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량 자체도 차이가 있겠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원이 내는 업무성과는 개인별로 많은 편차를 보이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하시나요? 그리고 최선을 다 하시나요?
"김 팀장, 올해 수행과제로 선정한 A 과제는 좀 약한 게 아닌가요? 이것보다는 B 업무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하는데..."
"네 맞습니다 본부장님, 당연히 올해엔 B 업무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기조실에 넘겨줄 A 과제는 이미 아웃라인까지 완료해 두었습니다. 걔네들은 뭐가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그냥 결과가 숫자로 분명하게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조직평가를 받는 과제는 기조실 입맛에 맞게 적당하게 만들어주려는 겁니다.
A를 하나 B를 하나 평가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을 걸요?"
P기업의 관리총괄을 하고 있는 본부장과 그 밑에서 사업관리팀을 맡고 있는 김 팀장과의 대화이다.
그 회사에서는 평가제도를 '조직평가'와 '개인평가'로 나눠서 시행했는데, 조직평가는 기조실에서 개인평가는 인사팀에서 주관하고 있었다.
매년초에 각 부서에서는 그 해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수행과제를 도출하여 기조실에 제출하고, 기조실의 검토를 거쳐 조직평가의 기준이 되는 과제를 확정하였다.
기조실에 넘겨줄 팀별 과제를 본부장이 최종적으로 검토하다가 의문을 품게되어 김 팀장에게 질문을 한 것이었다.
김 팀장은 회사에서 보배와 같은 존재로, 회사를 위해서 년도별로 해야 할 과제를 이미 3~5년 치는 계획하고 있는 친구였다.
그리고 평가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묵묵히 수행하곤 하였다.
"제가 팀장으로 있는 동안 적어도 이 정도는 만들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저 자신에게도 그렇고 후배들에게도 떳떳할 것 같구요."
사람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할까?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의 가치가 너무 값싸고 보잘것없게 느껴지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보다는 일의 성공에서 얻는 성취감이 더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더 어렵고 더 복잡하고 더 힘든 일일수록 성공에서 얻는 성취감 자존감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해서 도전하는지도 모른다.
비록 월급은 쥐꼬리만큼 받아도, 평가결과는 잘해야 '보통' 수준이어도, 이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기조실 애들이 몰라주더라도, 묵묵히 일을 하는 직원들이 있다.
왜? 그게 자신의 일이니까!
같은 일을 하더라도 '돈'이 결부되면 그건 스트레스가 되고, 동기부여를 깎아먹는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반면에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이 되면 그건 즐거움이요, 하고자 하는 동기를 올려주는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서 하는 일과 좋아서 기꺼이 하는 일과의 성과 차이는 서너 배에 이른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을 잘하는 직원은 월급도 많이 주고 승진도 시켜주고 싶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직원은 그 반대일 것이다.
그래서 회사마다 평가제도가 있고 매년 평가결과에 따라 개인별 보상을 달리하게 되는데, 이 '평가'라는 게 참 어렵다.
학교에서 처럼 획일적으로 시험을 쳐서 등수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회사라는 게 각자의 직무와 업무 경험이 다르고 경영환경에 따라 수시로 업무의 긴급성과 중요성이 변하는 상황에서, 제반 사항을 고려해서 공정한 평가를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보내다가 평가기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평가를 한다.
이 평가를 주관하는 인사부서에서는 평가업무가 그냥 루틴한 업무에 불과하기 때문에 각 부서의 평과 결과를 기계적으로 집계하고, 인사위원회에서는 체면상 약간의 손질을 거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대충 마무리 짓는다.
결국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불만을 갖는 평가보상 결과로 마무리되고 만다.
조직평가를 위한 과제를 선정할 때 각 팀에서는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정작 이것들은 회사의 성장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반면에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은 등한시 된다. 어렵고 힘든 과제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들 과제의 수행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직원들은 안다. B과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김 팀장은 전략과제는 A로 제출하고 실질적인 일은 B를 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김 팀장을 믿고 따른다. 회사에 대해서는 실망을 하더라도 적어도 김 팀장한테는 배울게 있다.
직장인으로서 일을 대하는 자세, 일을 풀어나가는 방법, 일에서 얻는 성취감을 김 팀장을 통해서 배우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김 팀장은 이미 업계에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더 나은 회사로 옮길 수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회사에 여전히 자신이 하려고 계획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그런 속사정을 모른다. 우수한 직원들이 언제까지나 남아서 회사에 충성해줄 것으로 믿는다.
심지어 직원들이 떠나고 나서도 떠난 사유를 잘 모른다.
평가제도를 잘못 운영하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성과를 갉아먹는 '악법'으로 작용하게 된다.
때로는 훌륭한 직원들을 쫓아내는 촉매로 작용하기도 한다.
평가를 주관하는 부서에 '평가를 왜 합니까?' '그래서 직원들이 그 결과에 만족을 하나요?' '결과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요?' '직원들이 불만투성이인 제도를 왜 운영하지요?' 등의 질문을 하면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평가라는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원 입장에서, '제도에 문제가 없는지' '대다수의 직원들이 만족을 하는지' '결과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헤아려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실제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직원들이고,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도 직원들이기 때문에, 평가제도는 당연히 여기에 기여를 하도록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평가로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성과를 갉아먹는다면 안하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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