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5000 보다 이것이 중요

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by 이은호


코스피 주가지수가 5000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연말 무섭게 산타랠리를 타더니 새해가 되어서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일 년 전에 비하면 딱 두배로 뛰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꽃은 주식. 주식시장이 뜨겁게 불타올랐으니 이제 우리나라 경제도 활짝 피어나는 걸까. 서민들이 살만한 세상이 오는 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아니다. 서민들이 느끼는 실물경기는 여전히 찬바람 몰아치는 시베리아다.


내가 일하는 북카페가 있는 광안리. 그래도 부산에선 아직 상권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많고 겨울방학을 맞아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꽤 많다. 우리 가게는 골목 안에 있지만 한 발자국만 나가면 광안리 지하철역과 해수욕장을 잇는 메인 도로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근처에 있는 저가 체인점 카페 두 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주에는 중국집까지 임대로 나왔다. 출근길 버스 타고 지나다 보면 2~3층 상가건물이 '임대중' 문패를 달고 통째로 비어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사실 우리 북카페도 그만 접어야 하는가 고민 중이다.


우리나라 주가지수 5000의 특징은 특정 산업에의 쏠림이다. 바로 반도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개의 시가총액이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30~34%를 차지한다. 따라서 주가지수 5000의 절대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두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지수가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라서 지금의 주가지수가 거품이라는 사람도 있고,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주가는 귀신도 못 맞춘다고 하지 않는가. 다만 일반인들까지 나서서 특정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나도 사볼까?' 하는 시점이 오면 거의 끝물이라는 말이 정설이다.



주가지수로 대변되는 자본시장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물경기와의 괴리현상이 왜 이리 크게 나타날까. 비록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특정 기업에 의해 주가지수가 견인되고 있기는 하지만,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도 호황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서민들이 느끼는 실물경기도 나아져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은 변수가 있다. 바로 산업별 고용유발효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장치산업 특성상 고용유발계수(매출액 10억 원당 고용인원)가 약 1.8명 수준으로, 타 제조업에 비해 고용효과가 낮다. 반면에 건설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유발계수가 10.8명에 이른다. 반도체 산업의 여섯 배, 제조업 평균의 두 배이다. 게다가 건설업은 우리나라 GDP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경기는, 특히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건설업이 살아나지 않고는 기대하기가 힘들다.


타일과 위생도기를 유통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이 있다. 요즘의 근황을 듣자니 긴급수혈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긴급수혈은 은행대출을 말한다. 그런데 요즘 주가폭등으로 사정이 더 어려워진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은행에 있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대거 이동함에 따라 대출이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업을 접을 수는 없어서 대출금리가 더 높지만 제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관련업계 전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하니 큰일이다.


최근 건설사 폐업이 역대 최대치에 근접한다고 한다. 3년 연속 폐업 규모가 늘고 있으며,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사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수도권보다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원인으로는 고금리, 원자재가 및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건설경기 침체, 일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한몫하고 있다. 특정지역의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전혀 관계없는 지역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에 따라 건설경기는 죽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특정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웠는데 정작 벼룩은 옆집으로 튀고 엄한 사람만 죽는 꼴이다.


자본시장의 주요 기능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자금조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가지수 상승은 그 기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장사가 잘돼 현금유보액이 큰 기업에서 굳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건설업과 같이 정작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신용도 하락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다. 따라서 자본시장이 본연의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고, 돈 놓고 돈 먹기의 도박장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제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풀어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내수경제를 살리고, 오히려 과열된 주식시장을 규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시행하려다 번번이 보류했던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들을 추진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Z세대도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무지출 챌린지' '현생(현금생활)' '거지방' 등 '저(抵) 소비'가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도 돈이 없고, 젊은 세대도 돈이 없다. 변변한 일자리는 없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지갑을 닫고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하는 것이다.


환율 금리 물가


요즘 서민경제의 발목을 휘감고 있는 불안의 그늘이다. 지금까지 그랬는데 앞으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정치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서민경제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좀 더 삶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선택하는데, 늘상 악수를 둔다.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몰아닥쳤던 코로나19 사태.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최대의 고비였다. 그때 나도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보다는 나았다.


2024년 6월. 북카페를 오픈하고 나서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자리 잡고 나면 괜찮겠지 하며 희망을 가졌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이것저것 아이디어를 내어 행동에 옮겼다. 한 해가 지나고 2025년이 되었다. 방송 매체에도 소개되고, 각종 행사도 열리고. 가게 홍보가 많이 되었음에도 성적은 별로. 아이디어가 부족했나, 홍보가 부족했나? 사장님은 반성하며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홍보를 하였다. 그리고 2026년이 되었다. 겨울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이맘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우리 가게뿐만이 아니다. 열에 일곱여덟은 그런 것 같다.


요즘 세상에 자영업 창업을 하면 바보라고 한다. 최저임금도 많이 올라 남의 가게에서 부담 없이 일하다 쉬고 싶으면 실업급여받으며 쉬면 되는데, 뭐 하러 자기 돈 들여 창업해서 돈도 못 벌고 골머리 썩냐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제 몇 달 지나면 2년 가게 임차계약 기간이 끝난다. 계속 바보로 남을 것인지, 바보 대열에서 탈출할 것인지. 이성적 판단으로는 결론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장님이 그동안 쏟은 노력과 정성이 얼마인데... 주가지수 5000을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한 요즘이다.


훈훈한 코타츠가 있는 북카페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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