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점원의 일상이야기
손님 없는 평일 오후. 온풍기 덕으로 달궈진 실내에 혼자 있자니 잠이 쏟아진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끄덕하고 떨어지는 고개에 깜짝 놀라 정신을 가다듬는다. 입가에 흐르는 침 닦고 일어나 홀 한바퀴 순회하면서 흐트러진 책도 정렬하고, 바닥 구석구석 스캔하며 긴 머리카락도 찾아내어 수거한다. 그래봤자 흐르는 시간은 10분 남짓. 한가한 만큼 시간은 더욱 더디게 흐른다.
나사 풀린듯한 머리도 조일 겸 시원한 말샷추 한잔 내려 창가 자리로 간다. 말샷추는 판매용 메뉴에 없지만, 가끔 만들어 먹는다. 북카페 점원의 특전이랄까.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음료이다. 말차라테에 에스프레소 한잔을 얹으면, 말차 특유의 비릿하고 텁텁함이 사라진다. 게다가 말차의 쌉쌀함, 커피의 쓴맛 그리고 우유의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럴듯한 음료가 만들어진다.
말샷추 한 모금하며 창문너머 바삐 오가는 사람들, 골목에서 퐁퐁 연기 뿜는 젊은 남녀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편으로는 행여라도 문 열고 손님 들어올까 기대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미동도 없다. 혹시 일층 출입문이 닫혔나 싶어 확인해 본다. 하지만 열린 문으로 손님대신 찬바람만 휭- 분다. 바람에 날린 낙엽과 비닐봉지와 휴지조각이 입구에 쌓인다. 할 일도 없는데 잘됐다 싶어 빗자루 들고 내려간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니 비로소 손님 한 팀이 들어온다. 그리고 음료 주문이다. 아싸, 오늘 내가 올린 첫 매출이다.
북카페 점원생활 21개월째. 처음의 호기는 온데간데없고 하루하루가 힘들다. 서민의 삶을 도외시한 암흑 같던 시대가 가고 새 시대가 온 지도 제법 되었다. 이제 서민들 삶에도 동이 틀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캄캄하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야장천 구시대 청산만 외치고 있으니, 날이 밝기에는 애당초 그른 것 같다. 늘 그렇듯 기대는 항상 실망으로 끝난다. 내우외환.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정세도 회오리바람 속이다.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그리고 고금리. 4종 세트의 경기침체 시그널이 깊은 수렁을 연상케 한다.
실물경제에서 흘러야 할 자금이 투기장으로 몰린다. 개미들 빛투가 34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의 매매동향을 보면 기관에서 떠받친 주가의 혜택을 외국인이 고스란히 받아먹는 형국이다. 거기에 뒤늦게 달려드는 개미의 선택이 위태롭게 보인다. 제발 막차 탄게 아니길 바라본다. 개미가 털리면 실물경제는 더욱 바닥을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안 되는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정리할 건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말샷추가 맛있다. 언제까지 이 맛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