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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16. 2022

몽키 비즈니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탁 트인 도로를 잘 달리다가도 갑자기 차가 밀리고 정체가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차로가 4개에서 3개로 혹은 3개에서 2개로 줄어든다던지, 차들이 진출입을 하는 나들목이라던지 이른바 차들이 엉키는 '병목(bottleneck)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현장에서도 일련의 설비들로 이어지는 흐름 생산을 하는 곳을 보면 전체적으로 잘 진행되다가도 갑작스럽게 정체현상을 보이는 공정이 발생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설비 고장이나 원재료의 결품(shortage) 등의 사유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예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설비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차량의 흐름이건 기업의 흐름 생산이건 전체의 처리능력은 이 병목공정의 처리능력에 제한을 받게 되는데, 결국은 이 병목공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


사무실에서의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각종 진행업무나 보고서 등이 주로 누구에게 몰려있고 지체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그 사무실의 병목공정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의 병목현상은 주로 관리자인 팀장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회사에 이런 병목공정이 다수 존재하게 되면 회사 전반적으로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회사의 경쟁력이 저하된다. 경쟁사의 입장에선 박수를 치며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이런 관리자들의 업무처리능력을 끌어올려주는 게 회사가 는 길이다.




철이 좀 지난 경영도서 중 윌리엄 언컨이 쓴 '몽키 비즈니스'란 책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숭이'는 조직 내 두 당사자간 대화가 끝났을 때 실행에 옮겨질 '다음 행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팀장에게 부하 직원 B가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를 들고 왔을 때 A팀장이 무심코 '검토해보고 알려주겠네.' 하는 순간 원숭이가 B에서 A로 올라타게 다.

다음날 B가 A에게 '팀장님 검토가 다 되었나요?'라고 묻는다면 거기서  팀장은 실무자로 부하직원은 감독자로 상하 간 역할의 역전현상이 발생해 버리는 것이다.

(원래 일은 실무자가, 진도 확인은 관리자가 하는 게 정상이다.)


이런 식으여러 부하직원들의 여러 마리 원숭이를 관리자가 짊어지게 되면 관리자는 맨날 바빠서 쩔쩔매는 반면 부하직원들은 하릴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일을 제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관리자를 무능하다고 욕하게 된다.


회사에서 관리자의 시간을 뺏는 업무영역은..

첫째, 상급자로부터 받은 업무 지시

둘째, 조직 간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협력 업무

셋째, 자신 및 부하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

넷째, 고객, 거래선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업무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첫째 둘째 넷째의 업무영역은 사실상 본인의 의지로 임의 조정이 힘든 영역으로 반드시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한다.

반면 셋째 업무영역은 본인의 의지로 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셋째 영역을 잘 관리함으로써 시간과 노력을 세이브하여 첫째 둘째 넷째의 업무영역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유능한 관리자가 되는 길이다.


몽키 비즈니스는 바로 셋째 업무영역인 관리자와 부하직원 간의 업무 수행에 대한 이야기로 부하직원들의 원숭이를 관리자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관리자가 원숭이 관리에 실패하면 자신은 물론 회사와 부하직원 모두 망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고, 원숭이 관리를 잘하면 부하직원들을 제대로 육성시키면서 회사의 성장발전에 기여하고 본인은 유능한 관리자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회사생활을 시작하던 초기에 회사 내에 모 부장님이 계셨는데, 그분은 인물도 훤칠한 데다가 능력도 출중하여 남들의 존경과 시기를 한 몸에 받는 그런 분이었다.

그분의 취미이자 특기는 이었는데 퇴근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꽃단장하고 성인클럽으로 출근하여 사람들은 그를 '제비 박'이라고 불렀다.


박 부장님은 처리능력도 탁월하여 부서 내 아무리 많은 일이 생겨도, 위에서 아무리 많은 오더가 떨어져도, 부서 간에 아무리 많은 협력사항이 발생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업무를 잘 분류하여 부하직원들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면 부하직원들만 일에 파묻혀 매일 야근을 하며 혹사를 당했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분은 일의 핵심을 잘 파악하여 부하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일만 시켰고 그것도 퇴근시간이 다 되어 던져주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 또한 별다른 불만을 지 않았다.

몽키 비즈니스 논리대로 하면 그분은 원숭이를 잘 다루는 프로 조련사인 셈이었다.


그분은 부하직원들을 잘 리드하여 해야 할 일들을 오전 중에 대부분 다 처리하고 나서 느긋하게 오후 시간을 보내다 퇴근시간이 되면 사내 목욕탕에서 목욕재계하고 성인클럽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취미생활의 즐거움만끽하곤 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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