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전 학교에서 경영학을 배울 때 기업 경영의 목적을 '이윤의 극대화'라고 배웠다.
즉 돈을 많이 버는 게 기업 경영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면 뭘 할 건데?
재투자를 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야지!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면 뭘 할 건데..?
또 재투자를 해서 더더 많은 돈을 벌어야지..!
개인의 삶은 어떨까?
넌 왜 사니?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목적이 뭔데?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뭘 할 건데..?
더 열심히 일해서 더더 많은 돈을 벌어야지..!
넌 돈의 노예구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술한 책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르면, 모든 생명체나 종의 본질적인 주체는 유전자이며 각 개체는 후대로 유전자를 이어 주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즉 각 생명체는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기계처럼, 유전자 정보를 후대로 후대로 넘겨주는 생식 활동을 반복할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은 각 유전자의 노예(또는 숙주)가 되는 셈이다.
경제적으로는 돈의 노예로, 생물학적으로는 유전자의 노예로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참으로 허망하고 슬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돈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진다.
모든 활동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그 많고 적음에 따라 귀천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기업 경영의 목적을 단순히 '이윤 창출'에 둘 경우 자칫 인간의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
돈을 위해서 구성원들을 소모품으로 인식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진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산업 재해나 건축 중인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들은 다 돈을 목적으로 한 기업 경영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영리 단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영리 단체도 결국 자신들의 목적 사업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운영자의 돈에 대한 사적인 욕심이 들어가게 되면 당초의 사업 목적은 뒷전이고 인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까지 서슴없이 저지르게 된다.
대부분의 비영리 단체의 설립이 '인간 존중'의 정신에 기초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의 지배와는 별개로 인간은 자유 의지와 문명을 통해서 대항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바로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자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단순히 유전자의 노예로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경영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의 목적은 '인간 존중을 기반한 이윤 추구' '고객 행복을 전제로한 이윤 추구' 등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즉 기업 경영은 구성원 나아가 고객과 사회에 풍요로움과 가치를 주고 함께 번영해나가는 데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돈은 그 활동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이다.
개인은..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똑같은 논리로 경영자는.. '기업 경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 기업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과 그러한 고민들을 공유해야 한다.
분명한 결론이 안 나와도 좋고, 사실상 분명한 결론이 나오기 힘든 명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함으로써 최소한 단순히 돈의 노예나 유전자의 노예로 삶을 살다가 마감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