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과 바르셀로나
여행 후의 침묵이 길어졌다.
여행을 앞둔 설렘이나 다녀와서의 무수한 이야깃거리들이 이제는 혼자 끊임없이 곱씹어보는 날들로 차츰 변해간다. 폴폴 뛰던 즐거움이야 이젠 내 아이들도 안 하는 일이 되었고 어느 날 문득 또 다른 세상 속에서 노닐다 돌아온 여행자일 뿐이다. 이번엔 여행 후의 느낌을 혼자 그렇게 오래 느끼고 생각하고 지냈던 것 같다. 그게 벌써 서 너달 전 이야기가 되고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하게 공존하고 모든 이들이 조금씩 다른 다양성을 가진 존재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날마다 그런 사실에 무심한 일상이기 일쑤이다 보니 가끔씩 여행이 주는 깨달음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대단한 성찰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면서 여행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아는 만큼 보고 오고 몰랐던 사실을 한 두 가지쯤 더 챙겨 오는 게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 여행을 몇 달씩 혼자만 생각해보는 일은 참 오랜만이다. 여운을 오래 갖고 싶은 것이 몇 가지쯤 있는데 여행도 가끔 그렇다.
징검다리 연휴로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받아낸 남편이 계획한 여행지는 바르셀로나였다. 대한항공이 신규 취항한 지 일주일도 안된 즈음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을 개설한 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는 무조건 서둘러 티켓팅 해놓았던 것이다.
바르셀로나라면 나 역시도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뭐 그렇게 급하게 가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허구한 날 내 주변인들과 사진 찍으러 출사도 자주 나다니고 하다 보니 여행을 아쉬워할 기분도 아니었고 그즈음 내 일상이 뒤숭숭해서 그리 내키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항공사 일꾼답게 직항의 신규 취항지 노선을 빠르게 경험해 보고 싶은 그의 심리를 그동안 보아온 나로서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나는 그가 떠나고야 말 것을 안다. 더구나 바르셀로나는 유럽 여행객들에게 메카로 떠올라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다고 하는데.
더구나 남들 다 가본 터키를 내가 가보지 않았다며 이스탄불을 잠깐 들러서 가는 여정을 이야기해 왔다. 터키를 몇 번 다녀온 그가 굳이 그렇게 마음 써준다는데 마다할 일도 아니고 일단 따라나서기로 했다. 게다가 이어서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를 만나는 즐거움이 기다릴 테니... 무엇보다도 그동안 특별한 자기 시간도 없이 늘 직장일에 얽매이면서도 가끔씩 떠나는 여행이라면 못 말리는 여행 마니아인 남편의 계획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사실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에 동참해 주는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먼저 이박 삼일 정도 머물며 이스탄불을 들러볼 생각에 하루쯤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동양과 서양을 적절히 품은 완충지로 그곳만의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집을 나선 것이 지난 사월의 끄트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