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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20. 2017

단풍절정도 잠깐, 선운사 문수사

산사의 가을을 떠나보내며~







가을 길목의 끄트머리다.

한적한 사찰에 들러 조용히 가을의 정취를 느껴본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 계절을 즐기기 위한 발걸음이 선운사 단풍나무 아래에 넘치고 있다. 절 입구의 인파(?)를 지나며 도솔천 아래엔 가을의 절정이 모두 담겨 있다. 오색단풍의 반영이 계곡을 물들이고 물 위에서 노닐듯 물결따라 낙엽이 아쉬운 듯 흐른다.



천황문을 지나고 절 마당을 들어서면 나오는 만세루,

만세루는 설법을 위한 강당으로 사용되는 곳인데 다도 시간을 준비해 놓은 것인지 탁자마다 다기들이 천으로 덮여 있었고 개방된 창문으로 가을볕이 들고 있다.


지금은 이곳이 열려있는 다도를 체험할 수 있는 차 한잔의 공간이라고도 한다.

알아서 잘 마시고 잘 치우고 가면 된다고 하는데 차마 시도하지 못하고 구경만 했다. 다음엔 그 마루에 나도 자리 잡고 앉아 강의도 듣고 누군가와 이야기도 나누고 차를 마시는 시간을 함께 해볼 참이다.



푸른 가을 하늘 높이 뻗은 감나무에 얹힌 새 둥지와 주렁주렁 달린 감들, 

그리고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여행자들에게 계절을 흠뻑 안긴다.


 

경내를 거닐면 여행자도 구도자도 사유의 시간이 된다.

각자의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걷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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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천 년 고찰이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보물 제279호인 금동보살좌상, 제280호인 지장보살좌상 등 19점의 유물을 가지고 있다.
 



벚꽃이 흔한 봄이면 연등조차 눈부시게 매달리고, 녹음의 싱그러움으로 남도의 여름이 사찰에 가득하고, 구월이면 꽃무릇의 군락으로 붉은빛을 토해내듯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절을 에워싼 나무들의 단풍이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동백에 눈이 내리면 선연한 붉음이 어찌나 쨍하니 이쁘던지 나는 겨울의 선운사가 좋다. 눈 쌓인 극락교를 건너 경내 뒤편에 언제까지나 속절없이 서있는 늙은 감나무 위에 올려진 흰 눈이 녹아내리는 눈물 같은 물방울이 겨울 햇볕에 빛나던 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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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 송창식♬선운사



근처 유스호스텔에서 하룻밤 묶고 새벽에 산책길에 만나는 쾌청한 가을 아침, 

계절이 밤사이 촉촉히 더 무르익은 듯하다.

단풍나무 아래서 이슬 맞으며 보낸 텐트 속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온 마음으로 가을을 품었을 것 같다.   


 

이 가을을 놓치지 않고 오솔길을 걷고,

좋은 사람들과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산사의 가을은 늘 아쉽게 떠나가고 있다.



더러는 이미 다 떨구고 가벼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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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이 그랬던가.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또 그랬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그러나 아직은 이 계절의 운치가 풍성한 선운사의 가을이다.

사계절 언제나 그렇다.












덧붙여~...  < 문수사 단풍나무 숲 이야기 >


단풍이라면 국내에서 손꼽을만한 곳 중에 문수사[文殊寺 ]가 있음을 이제야 뒤늦게 알았다.

전북 고창 고수면 은사리 문수산 중턱에 단풍나무 고목으로 가득 찬 엄청난 풍경을 보고 누구나 놀랄 것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수령 100년에서 400년으로 추정되며 500여 그루의 단풍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오랜 고목으로 이루어진 단풍나무 숲은 정말 보기 드문 경관이었다.


그래서 단풍나무 숲이 처음으로 천연기념물 제463호(고창 은사리 단풍나무 숲)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유적이나 사찰보다는 덜 알려져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고적하고 정갈한 모습의 문수사의 퇴색한 기둥과 단풍나무 숲이 변함없이 지켜지기 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마음도 생긴다.


느릿느릿 단풍숲의 운치를 마음껏 즐기며 걷다가 문수사의 돌계단을 오르면 누구라도 조용한 사찰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대웅전은 전북 유형문화재 51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단풍 숲과 경내의 고즈넉함에 반할만한 문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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