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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Mar 12. 2018

석유에서 문화로 바뀌었어요.

마포 문화비축기지






  

새로운 장소에 가면서 새롭게 보여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곳은 1970년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 아주 오래전 석유파동으로 온 나라가 바짝 조이며 살아야 했던 적이 있었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마포구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있다. 그러나 그 바로 맞은편에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41년간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던 1급 보안시설이었던 석유비축기지가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지난해인 2017년 9월이다.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마포의 매봉산 자락에 저장탱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5층 건물 규모의 비축 탱크 6개와 지원시설을 건설하고 총 6907만 리터의 석유를 저장했던 거대한 장소였다.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2000년까지 비밀리에 석유를 비축해왔던 곳이었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상암에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그때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어 유휴지로 남아있다가 문화비축기지라는 뜻밖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1974년 오일쇼크에 따른 혼란에 대비해 설치됐다가 2000년 폐쇄 이후로 약 15년 간 시민 기억에서 잊혔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기본설계를 마치고 오는 10월 드디어 착공한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화 유산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산아래 앉혀있는 탱크가 보인다.

오랜 세월 동안 땅에 콕콕 박혀있다가 고개를 쏘옥 내민 듯 보인다. 광장과 공원, 그리고 산책로만 즐겨도 휴식이 된다. 산책로를 따라 야생화 정원, 공연마당이 있어서 시민들이 휴식과 함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 표지판을 따라 실내·외 공연장, 기획 및 상설 전시장, 정보교류센터가 있다. 군데군데 6개의 탱크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실내로 들어가면 전시와 워크숍으로 쓰일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있다.

예정된 창작공연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빛이 환히 들어오는 유리탱크도 있고 하늘을 담을 수 있는 천정에 둥근 구멍이 뚫린 탱크도 있어서 석유비축기지의 놀라운 변화를 볼 수 있다. 다시 밖으로 나가면 극장을  감싼듯한 산자락 아래 야외무대가 있는데 돌다리와 같은 콘크리트 의자가 널리 깔려 있다. 징검다리 건너듯 아이들이 뛰어놀고 마주 앉은 연인들이 정답다.  



  

40년 동안 비밀의 공간처럼 단절되어있던 곳이 이렇게 유적처럼 남아 시민의 공간이 되었다. 같이 걷던 어른이 그 시간을 떠올렸다. 어느 날 출근하려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올 때가 되어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기다려서 출근했지만 지각이었다면서 갑자기 길어진 버스 배차간격으로 석유파동을 직접 느끼기 시작했다고 그 시절을 추억했다.

 

이곳의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건축과정을 진행했다고 한다. 세월의 질감을 살린 채 석유에서 문화로 공간을 변신시킨 산업유산을 아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마포 상암지역에 가면 문화비축기지가 있다.   


                     













#공원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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