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한 몸짓의 논둑길 붉은 꽃을 바라보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이어서 중부 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린다.
괴산쯤이다.
깊숙한 시골길의 수수한 여정이 퍽 흡족하다.
모내기를 막 마친듯한 논에 비치는 시골마을의 풍경,
평화롭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너무 자주 나타나 차를 멈추곤 한다.
그 논둑길에 양귀비가 벌써 피어있다.
도심 공원에 가득 심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붉디붉은 양귀비와는 많이 다르다.
수줍어 다 붉지 못하고 논가에 몇몇 송이 나란히 서성이며 물 댄 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씨를 뿌리고 새순을 고르고 물을 주는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땀 흘리는 농부의 겸허한 몸짓에 조용히 응원하는 논둑길의 붉은 꽃에 내 마음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