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May 02. 2018

하동에서 배우는 茶문화

하동의 차밭. 차맛









하동.

경남 하동은 이른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하면 거의 점심 무렵에 도착하는 곳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너무나 참하고 수수한 산하가 내게 다가왔다. 순간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 잡은 하동에 하동녹차가 자라고 있었다.

차나무가 생장하기 적합한 토양과 기후인 하동 정금리에 갔을 때는 야산의 녹색 차밭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삼국유사와 신라본기를 근거로 '한국 최초 차 시배지(茶 始培地)'로 공식 인증받은 야생차밭이다. 하동군은 신라 흥덕왕 3년 김대렴이 당에서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심은 차 시배지라는 역사적 전통을 가진 고향이다. 그 후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시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하동 야생차는 지방기념물 제61호로 지정되어 있다.
 

잘 정돈된 곡선의 드넓은 차밭과는 다르게 야생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자연스러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한 패턴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차밭의 풍경과는 달리 군데군데 이어짐이 끊어지기도 하고 들쭉날쭉하기도 하다. 그러나 대체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수령 500년의 보호수로 긴 세월 속에서 하동 사람들이 깊은 차맛을 지켜온 차밭이다. 사월의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초록빛 가파른 산비탈엔 차나무들이 천천히 차맛을 익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하동의 차를 음미해 볼 시간이다.

매암차문화박물관은 차의 역사와 다원의 정취를 모두 느껴볼 만한 곳이다. 세월이 스민 아담한 나무문이 열린 입구부터 편안함을 준다. 차문화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초입의 박물관 전시장은 볼거리가 많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나오니 생각보다 넓은 차밭이 눈 앞에 펼쳐졌다.

2만3000여㎡의 넓은 녹차밭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산책로와 나무 그늘 아래의 쉼터가 휴식을 준다. 방문자들은 차 이야기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도 있고 각자 편한대로 녹차밭 옆에 마련된 작은 찻집이나 정원의 나무의자에 왕의 녹차라 불리는 하동녹차를 마실수 있다. 정원의 나무에 매달린 오래된 무쇠 주전자와 차 끓이는 도구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초록빛의 다원과 잘 어울린다. 그림같은 이 곳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졌다.




차시배지에서 하동녹차가 자라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매암차문화박물관에서 다원의 정취를 듬뿍 느꼈으니, 이제는 수제다법을 배워보면 좋을 것 같다. 차시배지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하동야생차 박물관이 있다. 차에 관한 하동의 역사와 차에 관한 정보를 이곳에서 모두 알아볼 수 있다.


먼저 1층에서 차 덖음을 배우고 체험했다.

불 앞에서 일일이 덖고 꺼내어 비비고 말리고 하는 잠깐의 과정에도 땀이 난다. 조용히 온 마음으로 덖음을 한다. 차 체험은 차 잎이 나는 5월에서 10월경까지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어서 3층 차문화센터로 올라가 다례를 배웠다.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추어 차를 우리고 따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정을 이끈다. 거친 비탈길의 돌 틈에서 자란 슬로시티 하동의 야생 차맛의 오묘함을 비로소 조금 알았던 행복한 시간이다.   




여행에서 기분전환을 얻거나 새롭게 에너지 충전을 하는 등의 흔한 이유가 있다. 이번 하동 여행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여유를 보았다. 그리고 차(茶)를 통해서 한국의 정신문화의 예(禮)를 비로소 배우고 익혀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추가 사진으로 더 알아보기~~~

지리산과 섬진강이 있어 안개가 많고 다습하여 큰 기온차로 차 재배지로 최적의 지역이다.

차시배지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오래오래 보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파른 산비탈의 지형을 따라 햇살이 쏟아지고 그 길을 느릿느릿 걷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힐링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차가 익어갈 무렵이거나,

찻잎을 다 따낸 후일지라도 언제라도 찾아가 볼 만한 곳. 매암차문화박물관



http://www.tea-maeam.com/

055-883-3500  // 경남 하동군 악양면 악양서로 346-1 매암다원문화박물관



봄날의 잔잔한 풍경화,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

매암다원의 부부가 부러웠던 곳.





250~350도의 고온에서 차를 덖고

꺼내어 면포를 깐 멍석 위에서 손으로 문질러 비비고
흩어서 펼쳐 널고
건조대에서 말리는 과정. 


http://www.hadongteamuseum.org/


다례체험,

하동군에서 운영한다. 그래서 무료다.(덖음 체험은 5000원)

한복도 대여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외국인들의 체험 때 입고하면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이쁘겠다.

굳이 체험이 아니라도 시간 내어 한 번씩 차를 만들어 마시는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을 듯하다.



올해로 22회를 맞이하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해마다 5월 중순경에 개최한다. 올해는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하동군 화개면 차시배지에서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제22회 하동야생차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동엘 가거들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