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상동호수공원, 동네공원이야기
하루가 부쩍 길어졌다.
새벽 다섯 시인데도 창 밖은 이미 환하다. 이 시간이면 가벼운 아침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그리고 남편과 아들이 5시 50분에 문 밖을 나선다. 요즘은 이들의 출근차에 내가 잠깐씩 편승을 하는 중이다. 이 참에 간단히 새벽 출사를 한다. 내가 원하는 몇 군데의 장소가 남편의 출근길에 방해가 될만한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히도 친절히 데려다주고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올 땐 혼자서 한가로이 버스를 타고 오는 시간도 기분 좋다.
동네 근처나 인근 지역에 계절을 느낄만한 풍경들이 제법 많다. 내게 이런 새벽 나들이는 이즈음에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꽃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빛나고 아침햇살을 등진 할레이션이 멋스러울 시간이다. 지난밤에 비가 조금 내렸다.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이쁠 것이다.
혼자 새벽의 논둑길을 걷거나 공원을 돌다가 한 군데 한참 동안 매달려 있어도 누군가에게 방해되거나 방해받을 일이 없어서 좋다. 무리지어 다니며 다름을 구분지을 일도 없다. 또는 함께 하는 즐거움이나 편리함과는 확실히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더없는 행복의 최고점을 향해가고 있는 나만의 이 시간이 좋다.
새벽, 참 좋다.
신광진
새벽을 여는 행운을 잡은 기회
비에 젖어 반짝이는 파란 풀잎들
뜨겁게 벅차오른 환하게 밝혀주는 빛
비를 가득 먹고 피어나는 영롱함
바라보는 눈길마다 푸름의 가르침
맑고 깨끗한 바르게 걷는 새로운 다짐
한 해가 지나도 똑같았던 그 자리
마음만 앞서는 넘지 못한 현실의 벽
짐이 되는 아픔보다 파랗게 가꾸는 내일
상처 난 아픔을 딛고 뒤뚱뒤뚱 걷는
하나둘 하얗게 집을 짓고 달리는 청춘
푸르게 싹이 난 절룩이는 아름다운 몸짓
다시 태어난 듯 짙게 물든 싱그러움
새벽을 함께 여는 뿌듯한 행복
푸름을 가득 먹은 마주치는 눈빛들
새벽공기가 상쾌하다.
아무도 걷지않는 길에 아침볕이 환하다.
잡념없는 홀가분함으로 잔디에 털썩 앉아 찍은 사진들을 느긋하게 확인하는 여유를 부린다.
주변은 조용하고 가끔 새소리가 들린다. 편안하고 느긋한 이런 시간이 너무 좋다.
무리 속에 있다보면 큰 목소리나 그런 겉모습이 우선이 되고 기득권이 되어 그렇게 바삐 떠밀려 간다. 어쭙잖은 힘의 잣대를 휘두르거나 그 영향력에 편승하는 가벼움이 쉽게 통한다. 방향을 잡고 열심히 조종을 한다 해도 물이 얕아서 밑이 쉽게 보이니까 암초를 피할 수 있는 줄 안다. 배를 올바로 조종하고 더 나은 앞으로 전진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는 걸 간과한다. 그저 함께 맴돌지만 방해물 없이 편리하면 그만인 단세포적 현상이 우선하는 걸 흔히 본다.
고요한 새벽을 혼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밤새 조용히 흐르던 안양천의 맑은 반영에
아파트와 빌딩, 코스모스와 흰구름이 함께 한다.
안양천변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걷거나 뛰거나 하는 사람들,
이 날따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여명을 헤치고 달리는 사람들,
안양천의 새벽 데이트는 바라보기만 해도 이쁘다.
부천 상동호수공원도 새벽길 나서기에 좋다.
멀지도 않고 차도 안 막히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서울 쪽 노선의 버스도 있고 지하철 환승노선도 있다.
상동호수공원은 이틀 연속 갔었는데
빛이 좋았던 첫날과는 달리 내내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그냥 나름대로 놀다 왔다.
보리와 꽃양귀비로 잘 가꾸어졌던 이전과는 다르게
초봄엔 튤립을 심더니
이제는 양귀비와 코스모스, 갖가지 풀들이 어수선히 뒤섞여 있다.
각자 알아서 프레임 구성을 할 일이다.
가끔은 돌아오는 길에 동네 공원에도 잠깐 들러볼 때가 있다.
유아원 아가들이 숲체험 하러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들어오고
숲지기(?)께서는 유아숲 체험장이나 물고기들의 웅덩이를 살피는 모습을 본다.
초록이 무성한 숲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빼꼼한 하늘도 올려다보며 쉬는 시간도 흐뭇하다.
아마 내일 새벽에도 나는 남편과 아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후다닥 카메라 가방을 챙길 것이다.
새벽에 후딱 나가서 두어 시간 셔터를 누르며 노닐다 들어와 시원하게 씻고 치우고 혼자서 보내는 조용한 오전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새벽,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