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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n 22. 2018

소리 내어 Good morning~

서서울 호수공원의 아침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서 데크 저 편에 잠깐 앉아있었다. 열심히 뛰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가고 짝을 이루어 두런두런 걷는 이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그 새벽 공속에 있었다. 아침 운동하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연못을 가득 덮은 연잎 위에 군데군데 수련이 피어났다. 누군가 그 앞으로 다가서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굿모닝~"


신선했다.

운동하러 나오는 공원에 날마다 눈맞춤하는 수련들에게 아침인사 한 마디, 그동안 나는 왜 그걸 못했을까. 그 인사를 받는 연밭의 꽃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날마다 조금씩 피어났을 것이다.


연못가 데크로 반갑게 뛰어내려가 꽃들을 내려다보며 인사하는 젊은 아저씨의 밝고 힘찬 그 목소리에 오늘 화들짝 놀란 듯 나는 오늘 한 가지 배웠다. 어릴 적부터 배워온 인사를 누구에게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아기들이 말 배우면서 "노랑꽃 안녕?"  "개미야 잘 가" 하듯이 내 기분과 연결된 모든 것들에게도 소리 내어 인사하는 것을 차마 못했다. 괜히 부끄럽고 체면상 어렵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것이 그래서 답답하다.


그 멋진 젊은 아빠처럼 아침 운동하다가 날마다 조금씩 피어나는 연꽃에게 안부인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나도 당장 시작해 보았다.

아주 조그맣게  Good morning~~~









추가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이날 새벽에는 정말 오랜만에 <서서울 호수공원>으로 발걸음 했다. (6.18일 월요일)



아주 오래전 겨울에 이곳에 온 적이 있다.

쨍~ 하게 추웠던 겨울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장갑을 잊고 온 나는 셔터만 누르는데 뭐 얼마나 추울까 하는 배짱으로 그냥 나갔다가 손가락이 얼어버릴 듯 시려서 더 이상 못 하고 멈추었다. 그때 함께 오셨던  담당 선생님께서 직접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한참 걸어가셔서 본인의 남은 장갑을 가져다주셨다. 내 손에 커서 헐렁거리는 감사한 장갑을 끼고 사진을 찍었던 따뜻한 기억이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늘 그 생각이 떠오른다. 고마운 기억은 아주 오래간다.



수직과 수평의 선이 조화를 이룬 몬드리안 구성기법을 도입한 정원이 독특하다. 예전 정수장 침전조 건물을 재활용하면서 기존의 골조를 그대로 살리는 자연스러움을 볼 수 있다.


연못의 분수도 조용하고 그 옆의 야구장도 아직은 텅 빈 아침이다.

이곳의 명물이 바로 이 연못의 물분수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므로 그 소음이 날 때 소리분수가 함께 해준다는 것. 분수의 노즐이 41개나 된다.

이착륙 시 소리감지가 작동되어 멋지게 솟아오르는 소리분수를 구경하거나 사진 촬영하러 사람들이 찾아든다.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가동되기에 내가 갔던 새벽엔 볼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이곳에 <100인의 식탁>이란 게 있었다.

100명이 앉을 수 있는 빨간색 식탁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학생들의 야외수업이나 사람들의 모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풍경을 보기도 했다. 공원 초입의 '백인의 식탁'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한참 못 온 사이에 이런 나무 식탁으로 바뀌어 있다. 공원에 어울리는 친환경 100의 식탁이다.     


사진폴더에서 아주 오래전 눈 내린 겨울 사진을 찾아냈다. 빨간색 <백인의 식탁>

여름에는 식탁 위로 푸르른 등나무가 덮이도록 설치되어 그늘 아래의 풍경도 괜찮았었는데.

나름대로 빨간색 식탁일 때의 강렬함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철봉, 각종 체력단련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쉼터와 공연장은 물론이고 휠체어나 유모차 운행도 손쉽도록 데크시설이나 걷는 길이 편리하게 되어 있다.


2009년 10월 개장한 서서울 호수공원은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옛 신월정수장을 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물'과 '재생'을 테마로 한 친환경공원입니다. 1959년 김포 정수장으로 처음 문을 연 것을 50년 만에 시민의 쉼터로 멋지게 새 단장을 하여 공원으로 개방하였습니다. 이후 청소년 유스타운 건립, 임대주택 건립, 영어체험마을 건립 등 다양한 개발계획이 거론되었으나  2006년경 서울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서남권의 대표적인 테마공원을 만들어 지역 활성화의 발판을 삼고자 최종적으로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또한 부천시와 경계를 이루는 능골산 또한 건강한 숲으로 복원하고 등산로를 정비하여함께 공원으로 조성하여 여의도공원, 양재 시민의 숲에 버금가는 규모를 자랑하며 서남권 최대 규모의 테마공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퍼옴






관람시간 : 상시개방

주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남부순환로64길 20 (신월동)

전화 : 02-260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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