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를 향해서 ~

Sep 10. 2016

가끔 그곳에 왜 가는지를 묻는 사람을 본다.
여행자에게 목적지가 그리 중요한가. 나는 그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을 만나러 가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속의 풍광과 희로애락을 만나고, 그 시간 속의 나 자신이 추억이 되는 것이 여행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목적지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내 여행의 목적지이다. 이번 내가 떠나는 록키 여행은 여름이 배경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가을이나 겨울이 될 수도 있겠지.

밴쿠버 다운타운을 출발한 버스가 록키를 향해서 9시간 달려서 가는 동안 나는 대자연 속에 편안히 갇히는 행운을 맛보았다. 길고도 먼 여정인데도 단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는 길에 높은 산에서 새하얗게 부서져 흘러내리는 모습이 면사포 같아서 브라이덜 폭포라 불리는 곳에도 들렀다. 인디언들이 살았던 조용한 동네의 산 속이었다.

1번 국도를 계속 달리면서 Farm market에도 들러 BC주 블루베리와 체리도 사 먹으며 여행길의 피로를 날린다. Gold rush의 거점도시였던 호프에서 높푸른 하늘 아래에 자리한 중국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달리고 또 달린다. 그렇게 달리는 길 옆의 산에서는 아기곰이 내려오고 다람쥐가 노닌다. 그리고는 아주 이쁜 호수와 강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버스에 주유를 하기 위해 캠룹스에서 30분 정도 멈췄다. 워낙 멀리 달리는 차들이 많아서 기름을 가득 넣느라 주유시간이 한참씩 걸린다. BC주의 남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코키 할라 하이웨이를 따라 준사막지역인 메릿과 목재의 도시이고 내륙교통의 중심지인 캠룹스 주유소엔 캠핑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캐나다의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고개를 들어 하늘 보기에 정신 팔릴 수밖에 없는 그곳.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한 버스가 도착한 첫날의 휴식처는 레벨스톡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빨간 뾰죽지붕이 이쁜 호텔 옆엔 오후의 빛을 받은 호수의 반영이 잔잔하다. 그 호수에는 카야킹 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평화롭다. 여행길에 푹 쉬면서도 그 시간을 또 즐기는 모습들이 가득한 호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놓치지 않음을 본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인 숙소에서 쉬는 것은 힐링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 속에 푹 파묻혀 하루를 쉬고 나니 창 밖 호숫가엔 밤새 쉬고 있는 보트들이 나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