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맛은 기차. 프라도 미술관
기차를 타고 떠나기 좋은 시절이다.
이동거리가 긴 해외에서는 항공편은 물론 기차 이용을 종종 하게 된다. 달리는 기차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여행의 맛을 돋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벌판이나 산과 강, 바다를 스쳐 달리는 것은 다가가 바라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감흥을 준다. 구름과 하늘만 보이는 비행기와는 달리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때로 역사적인 장소를 차창밖 가득 담긴 풍경으로 바라보는 의미 있는 시간도 있다. 광활한 대륙을 달리며 몇 날 며칠씩 긴 여정을 마음껏 즐기는 기차여행은 아직은 버킷리스트에나 있다.
세비야의 산타후스타 역에서 우리나라의 Ktx와 같은 Renfe를 타려면 약간의 입국심사 비슷한 걸 한다. 그런 절차 후 탑승한 만큼 승차감이나 시설도 괜찮다. 두 시간 반쯤 휴대폰과 배터리 충전도 하고, 앞으로의 여행 매뉴얼도 숙지하고 드넓은 벌판을 내다보며 충분한 휴식이 되었던 시간이다.
스페인의 벌판은 거친 느낌으로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휙휙 지나가는 풍경에 스페인의 태양이 쏟아지고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기차는 역시 여행할 맛을 나게 하는 교통수단이다.
우리 너무 오래 떠돌았다
울 한 번 눈 맞춘 그 순간에
지상의 모든 봄이 꽃 피었느니-
류근, ‘이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中에서
마드리드 중앙역인 아토차(Atocha) 역은 고속열차부터 지하철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복잡하다. 규모가 커서 원하는 플랫폼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역 안에 식물원도 있어서 재미있다.
역시 역 앞에는 쏟아져 나오는 여행자들이 북적이고 애틋하게 이별하거나 뜨거운 조우를 하는 연인들이 있다.
쾌청한 하늘이 반기던 마드리드 중앙역의 오후...
짐보따리를 끈 채로 바로 프라도 미술관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공원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사진도 찍으며 쉬어야 했다. 우툴두툴한 길에 여행가방 바퀴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기차 안에서 얻었던 평화롭던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간다. 게다가 프라도 미술관 앞엔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시작부터 설렘보다는 지루함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규모가 엄청난 프라도 미술관은 그림을 보다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온전하게 하루를 통째로 시간 내어 돌아봐야 할 곳을 단 몇 시간 훑듯이 돌아본 것으로 프라도 미술관을 다녀왔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게다가 슬슬 지쳐가는 중이었기에...
Museo del Prado
15세기 이후 스페인 왕실에서 수집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그림과 조각을 위한 전용 박물관으로 설립되었으며 5,000개 이상의 그림과 2,000개 이상의 판화, 1,000개 이상의 주화와 메달 그리고 2천 개 이상의 장식물과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상은 700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스페인 회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미술의 걸작 등 유럽의 다양한 회화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1785년 카를로스 3세가 후안 데 비야누에바에게 자연과학박물관의 설계로 의뢰한 것이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이 건물의 건축은 나폴레옹 전쟁 중에 중단되었다가 1819년 완성되어 왕립 회화관으로 공개되었다. 왕궁 및 에스코리알에 있는 그림들을 모아 이 소장품을 확장시킨 이사벨 2세가 추방된 뒤 1868년 프라도 국립미술관이 되었다.
소장품은 스페인의 합스부르크가 와 부르봉가의 군주들이 수집한 미술품으로 이루어졌다. 20세기에 다른 부속 건물들이 지어지고 수집품도 더욱 늘어났다.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프란체스코 데 고야, 호세 데 리베라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Daum 백과에서 퍼옴
프라도 미술관을 나오니 마드리드는 이미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예약된 숙소가 있는 솔(Sol) 광장 주변으로 오니 밤거리가 활기차다.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은 마드리드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태양의 문’이란 뜻의 푸에르타 델 솔은 흔히 솔 광장이라고 불린다. 이곳을 중심으로 왕궁이나 미술관 등이 있고 도보로 이동거리가 편리한 위치여서 이곳에 숙소를 잡았다.
암튼, 아.. 그러나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짜증 많이 났던 그날이 떠오른다. 예약했던 숙소 찾기도 코 앞에 두고도 한참 걸렸다. 기절할 듯 침대에 쓰러져 저녁 먹을 생각도 전혀 없다. 밤새도록 솔(Sol) 광장에서 노니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지만 그 소리가 잠을 설치게 했다거나 듣기 싫은 건 아니었다. 호방하고 쾌활한 그들의 삶이 느껴져서 그 소리도 여행의 일부로 기억에 남는다. 벌써 기억 속의 마드리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