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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pr 05. 2019

달마고도(達磨古道)를 걷다

해남 미황사 템플스테이. 고산 윤선도 유적지와 비자림







이 땅의 끄트머리  바다를 내다보며 세상을 품은 듯이 장엄하게 우뚝 선 달마산(達摩山)이 있다. 그 장대한 산세에 천년고찰 미황사를 있게 했다. 신라 경덕왕 8년에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싣고 온 돌배가 닿은 곳이 이곳 갈두항이다. 이때 경전과 불상을 싣고 앞서가던 소가 누운 곳에 절집 미황사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있다.  

 

입구부터 위로 올려다보면서 한참을 걸어서 오른 미황사는 산에 스며있는 절이라는 인상을 준다. 산을 다듬어서 평지에 지어진 모습이 아니다. 산의 높이에 그대로 맞추어 각각 앉혀졌다. 건물마다 비탈길이나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높낮이가 있다. 그래서 아래서 올려다보는 절의 처마나 기둥,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내는 풍경소리가 남다르다. 산이 감싸 안은 안온함도 느껴진다.


비탈진 길을 따라 달마선원 뜰에  비로소 적요한 세상을 내려다본다. 저 멀리 매일 달라지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월당 김시습은 일출은 낙산사, 일몰은 해남 미황사를 꼽았다고 한다.

   

미황사 템플스테이의 첫 번째 일정은 저녁 공양후 남도문화의 체험이다. 구수한 남도 소리를  눈앞에서 들으며 함께 추임새도 넣어본다. 이어서 황지우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길,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산사의 밤이었다.



정갈하고 깨끗한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템플스테이다.

새벽녘 정적을 울리는 목탁소리에 잠을 깬다. 문을 여니 어둠이 가득한 절마당으로 가만히 오가는 발자국 소리들이 들린다. 조용히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아침 공양을 마치니 산속의 사찰도 세수한 듯 신선하고 상쾌하다.



아침 공양후 달마선원의 차방에서 금강스님과 함께한 다도 시간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안경 너머로 느껴지는 스님의 눈빛이 엄격한 듯 따뜻하다. 스님이 만들어 주시는 '미황사 차'를 마시며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들려주신다. 매일매일 살아있는 숲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대하며 걸은 후 기운이 충만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미황사를 둘러싼 달마산에 달마고도(達磨古道)가 열리고 그것을 기념하고 시작하는 축제가 오전에 열렸다. 지역을 위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해남사람들의 열의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그리고 달마고도를 잘 걷기 위한 몸풀기 체조와 금강스님의 걷기 시범도 유용하다.


달마고도는 각 4코스가 있다. 총 17.74km / 6시간 30분 거리다

제1코스는 2.7km 미황사~큰 바람재,

제2코스는 4.37km 큰바람재~노지랑골,

제3코스는 5.63km 노지랑골~몰고리재,

제4코스는 5.03km 몰고리재~인길~미황사



금강스님은 말씀하신다. 천년이 지나도 반가운 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장비나 기계가 아닌 호미와 삽, 괭이와 지게를 이용해서 있는 그대로의 길을 내었다. 해마다 쌓이는 낙엽이 스며들고  길을 걷는 발아래 편안함이 있도록 자연 속의 흙과 돌을 그대로 고집했다. 길가다가 정신도 차려야 한다며 걷는 도중에 몇 번쯤 만나는 큼직한 돌들이 쏟아져 내린듯한 너덜길 이야기도 있었다.


봄날, 땅끝마을에 명품 둘레길이 생겼고 나는 그 길을 걸었다. 땅끝에서 산길을 걷고 돌길을 걸으며 속세의 고단함도 함께 한다. 힐링 트래킹이다. 혹시라도 사색과 명상을 하고 부처를 만나고 돌아올 수 있다면 더 바랄게 무엇일지. 과거 달마대사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바다 건너 달마산 동쪽으로 온 것은 사실일까. 달마산의 설화도 떠올려 보는 날이다.  

     

달마산의 숲에 난 조붓한 길은 적당히 걷기 좋았고 숲을 이룬 나무 사이로 봄햇살이 눈부시다. 이렇게 는 행복을 만끽해다. 기분 좋게 심신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다 보니 때로 숨차서 헥헥거리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맛을 준다. 언제라도 찾아와 걸어보고 싶은 길이 내게 또 하나 생겼다.

  


달마고도를 세 시간쯤 걷고 내려와 버스로 조금 더 달려서 고산 윤선도의 산중신곡의 무대 비자림 숲에 든다.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입구에서 든든히 지키고 있는 녹우당 뒷산에 비자나무 숲이 있다. 숲의 촉촉함이 온몸의 세포에 스민다. 바람이 불 때 정말 녹우(綠雨) 소리가 날까 귀기울여 보기도 한다. 400여 그루의 비자나무숲은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 제241호로 국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초은 사당이 보인다. 현재 녹우당(綠雨堂)은 고산 윤선도의 14대 손이 살면서 차밭을 일구고 제사를 모시며 종가를 돌보고 있다. 숲을 나와 입구로 가는 길엔 꽃을 피운 동백이 붉은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귀가를 위해 목포역으로 가기 전 우수영문화마을에 잠깐 들렀다.

진도대교 아래 충무공이 울돌목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관에는 충무공이 이룩한 명량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옛 성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명량대첩의 역사적 산 교육장으로 볼거리도 많고 체험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관광레저로 12 //  ☎061-286-5263



어딜 걷거나, 어딜 돌아보아도 환하게 꽃을 피워낸 봄날이다.
고산 윤선도 고택 가는 길에 넓은 밭 가득 피워낸 냉이꽃



생각만으로 막연히 멀다 했지만 언제라도 한반도 끄트머리 땅끝마을 해남으로 훌쩍 떠나볼 만하다.

그곳엔 붉은 동백이 피고지고 있었고 애끓는 남도창 고단한 마음을 달래준다. 수천만 년 전의 신비의 공룡이 화석이 되어있었다. 고요한 산사 곁에 달마고도와 같은 명품 둘레길이 폼난다. 푸근한 인심과 맛있는 밥상엔 인정이 넘친다. 지금 거기엔 청보리가 일렁이며 싱그럽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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