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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May 22. 2019

비밀의 정원, 쑥섬을 아시나요?

전남 고흥의 나로도 쑥섬쑥섬의 초여름은 반짝반짝~








몇 년 전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관심 있게 본 적이 있다. ‘그 섬엔 비밀정원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전남 고흥의 작은 섬 쑥섬에서 그들만의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부부의 일상 이야기였다. 잔잔하면서도 이쁘고 감동스러운 이야기 덕분에 그 후에도 가끔 그 섬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그 섬에 들어가는 날은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적당한 바닷바람이 불었다. 마침 쑥섬지기 김상현 선생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흥의 중학교 교사와 약사가 만나 부부가 되었고 18년 전 두 마음이 모아져 현재의 쑥섬을 이루어낸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는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도에 평생계획을 각자 글로 써서 교환했는데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자는 공통의 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의견을 나눈 끝에 외할머니 댁이 있는 쑥섬에 멋진 정원을 꾸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사회적 경험이나 경제적인 능력도 없던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는 쑥섬에 관련한 법 공부를 시작으로 깊이 있게 공부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사회복지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부부의 연구 노력과 피와 땀으로 18년이 흐른 지금 이렇듯 쑥섬이 이루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전남 고흥의 섬 나로도에서 출발하는 작은 배 쑥섬호는 12인승으로 3분이면 바로 눈 앞의 쑥섬에 도착한다. 지루하거나 배 멀미할 틈이 없다. 쑥섬 마을에 들어서면 사람의 인위적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울퉁불퉁한 돌담길이 정겹다. 입산을 위해 갈매기 모양의 건물 옆으로 오르는데 길 옆에서 열심히 쓸고 닦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김상현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 제가 할 테니 그냥 두세요" 말하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대꾸도 없이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하신다.


약 400 년간 출입이 금지되었던 쑥섬 안의 작은 숲은 난대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도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그동안 신성시하던 산에 제를 올리러 남자 어른들만 오르던 산이었다. 아무나 오르지 않던 쑥섬의 숲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숲에 오르면서 세월이 느껴지는 고목과 잘 정비되지 않아 뒤엉키고 설킨 숲이 마치 신령스러움으로 다가온다. 그 세월을 살아온 육박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이 고스란히 군락하고 있어서 산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숲에서 정화된다.


숲을 오르다 보면 저 멀리 시원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땀을 식히며 쉬다가 다시 걷다 보면 산 정상의 비밀정원이 눈앞에 나타난다. 섬 밖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던 정원이었다. 작은 섬마을과 바다 위를 달리는 배가 시원하게 한눈에 다 들어온다. 별정원 달정원이란 이름으로 조성된 이곳에서 일 년 내내 피고 지는 400여 종의 다양한 꽃들과 일출과 일몰의 어우러짐을 누릴 수 있다. 쑥섬지기 김상현 선생님은 로즈메리 화단으로 얼른 다가가더니 식물에게 인사하듯 두 손으로 마구 흔들어 허브향기를 즐긴다.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어른의 미소를 본다.



지금은 각종 허브는 물론이고 꽃양귀비와 당아욱, 작약, 페튜니아, 조팝나무 등이 지천으로 눈부시다. 숲길에는 수국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새하얀 찔레꽃도 한창이었다. 쑥섬지기님도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반기며 사진도 찍고 꽃잎과 나뭇잎이 떨어져 내린 탁자를 빗자루로 쓸어내며 숲길을 지나간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대가 있다. 성화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성화 등대에선 쑥섬의 뒷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다시 마을로 가는 길가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서 꽃이 피고 질 때는 길가에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져 동백꽃길이 된다고 한다.



쑥섬은 개방된 지 3년 남짓 되었지만  희귀 난대림이 조성돼 있어서 전남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되었다. 누군가는 한국의 카프리섬이라고도 한다. 또한 해마다 가볼만한 섬, 쉴 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쑥섬은 규모가 크거나 손길이 많이 간 숲은 아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섬 자체가 신성한 자연의 정원이고 꽃밭이다. 고양이가 많은 섬 쑥섬은 스무 명 남짓의 거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향긋하고 질 좋은 쑥이 많이 나서 행정 명칭은 애도(艾島)다.


쑥섬을 천천히 한 시간쯤 돌아보면 심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고즈넉한 섬의 고요와 숲의 고요를 통해서 힐링을 선물 받는다. 특별한 여행지가 그립다면 자연 속에 꽃이 만발한 고흥 나로도의 힐링파크 쑥섬이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 애도길 43

*전화 : 010-2504-1991, 010-8672-9222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 타고 3분

*탐방비 5,000원 + 뱃삯 2,000원*10명 이상 단체는 예약 바람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큰 배낭과 음식물 반입 반려동물 동반 자제










추가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쑥섬호 타기 전에 쑥섬지기 김상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잠깐 듣는 시간,

현재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 김상현(50)· 나로도의 약사님이신 고채훈(47)씨 부부의 쑥섬 이야기는 마음속 잔잔한 감명을 전한다.

쑥섬 마을의 돌담 골목은 외할머니댁을 찾아가는 따뜻한 설렘을 준다.



쑥섬 비밀의 정원에 오르는 길목에 어느 할아버지의 묵묵한 노동

아들의 묵묵한 쑥섬 가꾸기.

父子...

父子의 뒷모습이 닮았다.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해충퇴치를 위해서 탐방로를 따라 군데군데 포충기가 매달려 있다.

바다를 향한 그 산엔 언제나 꽃이 피어 있다.


`어? 며칠 전에도 안 피었었는데 찔레꽃이 벌써 피어있네? 숲길을 걷다가 반가이 인증샷을 담는 쑥섬지기,

`쑥섬을 위해 자그마한 기부를 해주신 분의 성의로 만들어 놓은 탁자라고 했다. 밑에 매달린 빗자루로 탁자 위를 쓸어내리시고 지나가신다.

`정원에 오르자 얼른 푸릇한 로즈메리에게 다가가 마구 문지르듯 흔들며 허브향기를 즐기시는 모습.

`쑥섬 정상 해발 83m


쑥섬은 오월이 한창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별 모양이라 해서 별정원이라 이름 붙여졌다. 주변에 나로도 우주센터가 있어서 착안된 이름이기도 하고. 각종 야생화와 다도해 어우러진 해안 절경이 일품인 곳.



쑥섬 뒤편에 성화 등대의 해안절경,

탐방로 마지막 코스다.

널찍한 바위에서 즐거웠던 이야기 시간들...

그 바다를 가르는 쾌속정~



우끄터리 쌍우물,

쑥섬 큰애기들의 정보교환장소였고 썸 타던 장소라고 했다.

복원 예정.


가다가 쉬고

쉬면서 섬을 느끼고...



운치를 더해주는 400여 년 된 마을 돌담길

바닷바람이 스며들어 전설처럼 아릿한 돌담 풍경의 애도(艾島)


쑥섬,

다시 한번

그 섬에 가고 싶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9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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