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시월에 난,
한가로운 산책로일까?
그곳은 늦가을 기온인데도 푸른 수목들이 흔하다. 유럽의 가을은 가는 곳마다 내가 익숙한 우리의 가을과는 사뭇 다름을 때때로 느끼곤 한다. 기후도 하늘도 맛의 풍취도 다름을 느낄 때마다 살짝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다카우 수용소로 들어가는 길이다.
뮌헨에서 다카우(Dachau) 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본 남부 독일,
그리고 뮌헨 북쪽의 들녘...
이곳을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나선 뮌헨 중앙역에서 사람들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다카우 수용소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왜 그럴까. 어쩐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단 한마디 "히틀러"라는 말을 했더니 아하~ 하면서 열차 티켓팅 하는 곳을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그리 멀진 않았는데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다카우 수용소엘 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시 독일군이 점령한 곳엔 수백 개의 수용소에서 유대인이 죽어갔는데 가장 잔인한 집단학살 수용소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다카우 수용소( Dachau )라고 한다. ( 사실은 독일어에서 ch는 ㅎ으로 발음하기에
다하우 수용소라고 읽어야 맞는다는데 그냥 우리 식으로 다카우 수용소~^^)
산책로와 같은 이 길을 걸어 들어간다
입구에서 바라보니 비에 젖고있는 다카우 수용소는 그저 쓸쓸하기만 했었는데...
전시물과 영상물을 보면서 마음이 갑갑하다.
어두운 과거의 흔적을 꼼꼼히 읽느라 멈춰있는 사람들을 훌훌 지나쳤다. 대부분 유럽 방문객이 훨씬 많다
히틀러가 총리 취임 5주 후 만든 최초의 집단 포로수용소, 원래는 정치범과 집시 부랑자들을 수용했었는데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25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이 수용소를 통해서 학살되고 강제노역이나 영양실조로 죽어갔다고 한다.
저 창 밖에도 봄은 오는가.
어디까지가 진실일지는 의심하지 않는다
모두 다 보여주고 있는지가 조금 궁금하긴 한데 과장하지도 않고 왜곡하지 않고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만행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독일 정부의 모습에 경의를 보내고 싶어 졌다. 반성의 의미를 읽을 수 있으니까.
나치 해방 60주년 기념식에서 슈레더 총리가 나치 만행에 대해 독일은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 시기 역사를 정확히 기록해 영원히 잊지 않겠다.. 며 무릎 꿇고 헌화했던 뉴스가 있었다. 세계인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그릇된 역사를 처절히 참회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하려는 독일 정신과 비교되는 곳도 있다.
역사왜곡을 밥먹듯이 하고, 신사 참배를 강요하고, 전쟁의 만행을 희석하여 합리화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는 일본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일본에도 이런 전시장이 있을까? 바보 같은 생각은 집어치우고!~
사진이나 동영상, 소장품 등의 자료 외에도 전체적으로 무척 넓다.
감시도 만만치 않았던 분위기들.
유대인과 정치범은 물론이고, 소수인종, 장애인, 동성애자들이 대량 학살되었던 곳이 이제는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불행했던 과거를 참회하게 하는 장소로 유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어둠 컴컴한 구조물도, 가스실도, 생체 실험하던 곳도, 시체를 태우는 곳도...
악명 높았던 수용소는 오늘 비를 맞고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온 다카우 역은 수용소를 쭈욱 돌아 나온 내 기분처럼 비에 젖어 우울하고 축축한 분위기에 영 을씨년스럽다.
기차는 다시 뮌헨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