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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ul 21. 2019

자연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식사,​ 알랭 뒤카스~

“모든 감각에 맛있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 스포일러 포함입니다.

-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먹는다는 것이 요즘처럼 소란스러울 때가 또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한 걸음만 나가도 먹을 것, 마실 것이 준비된 무수한 가게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방송마다 먹방이 지천이고 숱한 맛집 정보와 요리 프로그램이 판을 친다. 유튜브 중 요리 컨텐츠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네 삶의 문화 중에서 맛의 관심이 커진 건 이젠 도무지 이상할 일이 아닌 때다. 이제는 방송인이라는 사람들과 연예인뿐 아니라 소위 셰프라고 불리는 사람들까지 가히 방송인 이상이 되어서 채널만 돌리면 나타난다. 확연히 달라진 그들의 위상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알랭 뒤카스는 프랑스의 셰프다.

요리 프로그램으로 많이 알려진 박준우 셰프의 말을 빌리자면 “프랑스와 양식 문화를 얘기한다면 ‘알랭 뒤카스’를 얘기하지 않고서는 진행할 수 없는 큰 존재”라고 했다. ‘최연소 미슐랭 3 스타 획득’, ‘최초 트리플 3 스타 달성’ 등 화려한 미슐랭 스타 이력만 보아도 호기심이 확 당겨지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인 그가 요리를 향한 끊임없는 탐구와 세상의 모든 맛을 위한 집착과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랑스 남부 농가에서 태어난 알랭 뒤카스는 요리 재료 본연의 맛, 자연주의를 지향한다. 최고와 최상의 품격을 함께 하는 화면은 관객의 눈을 호사시킨다. 그뿐인가. 지구 자원 보호에 힘쓰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회운동가로서 면모까지 보여주니 살짝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의 여정을 쫒는 관객들의 시선은 선물 받는 기분이다.


최고의 요리를 시식한 후 그는 말한다.

완벽하다. 그러나 그 완벽을 넘어서는 맛을 내야만 한다...고. 맛의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모여 전부가 된다고 촌철살인의 평가를 한다. 최고는 완벽함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완벽을 뛰어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만족하지 못하는 장인정신이 깃든 그의 선구자적 집념은 날마다 고군분투 속에 산다.


- The Quest of Alain Ducasse


2015년 9월 프랑스가 베르사유 궁전을 두고 호텔 사업자 공모전을 열었다. 프랑스 국내외에서는 2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고 호텔 레스토랑 운영권은 ‘알랭 뒤카스’에게 돌아갔다. 셰프 필생의 프로젝트를 맡게 된 알랭 뒤카스는 2년간의 준비에 돌입한다.


자연 가까이에서 구한 로컬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그는 이번 영화 속에서 최고의 재료로 맛있는 추억을 선사하는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고자 미식 로드 트립을 떠난다.


런던, 홍콩, 베이징, 도쿄, 마닐라, 파리, 뉴욕, 리오, 뉴욕, 브라질, 몽골 등의 미식 여행의 행보가 다양하다. 그러면서 그의 철학과 예술적 표현, 미식 탐험의 집념을 보여주는 요리 천재의 면모를 보게 된다. 텃밭에서 들판에서 바닷가에서 제철 식재료를 즉시 냄새를 맡고 질감을 느끼고 날것을 그대로 씹어먹어 보며 세상의 모든 맛을 본다. 더불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자연 풍경이 힐링 미식 여행으로 데려가 주는 볼거리이기도 하다. 그렇게 직접 경험을 통해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요리의 거장답게 세계적인 수뇌부들과 함께 있어도 존재감이 부각되는 아우라가 있다. 심지어는 대통령과 함께 있어도 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 멋지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프로페셔널은 거장이라는 호칭이 잘 맞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예상할만한 그의 사생활이 나오지 않는다. 그의 현재가 있기까지 함께 했을 가족이나 주변인들을 보여줄 법 한데 오직 셰프인 그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아쉬운 것은 요리하는 그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요리를 위한 사업가로서의 여정과, 요리 외적인 매니지먼트로 전략가의 면모, 음식철학과 경영 노하우 위주로 보여주어 아쉬움이 컸다. 다만 세계 최상층의 사람만이 가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식기, 유니폼 등의 세심한 부분의 품격을 볼 수 있다.


식재료를 따라가는 여정 중에 날카로운 칼로 캐비어의 배를 가르며 복권을 긁는 기분이라고 한다. 누구도 감히 가 볼 수 없는 세계 최고 식당의 건축현장을 보는 건 마치 궁전을 짓든 지나치게 거창하다. 그의 열정을 위한 고군분투와 전략가로서의 활동은 요리하는 셰프의 모습을 보고 싶은 관객으로서 조금 동떨어지는 공감력일 때가 있다.


사생활을 가려준 것은 상관없으나 셰프의 이야기인 만큼 요리와 요리하는 모습과 맛있게 먹는 화면이 적어서 조금 아쉽다. 기대한 것이 많아서인지 80분은 너무 짧다. 그럼에도 지금도 그 화면들이 내내 떠오른다.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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