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 Oct 15. 2019

술 익는 병영마을과 갯벌생태공원, 그리고 다산(茶山).

강진에 가거들랑 ~







▶병영성-하멜기념관-병영마을-은행나무-병영 양조장-강진만 생태공원-남도음식문화 큰 잔치-다산초당

남도 땅 강진에 가면 옛 병마절도사의 영(營)이란 명칭에서 유래된 병영마을이 있다.

이곳에 사적 397호로 지정되어 오던 병영 성지가 남아있어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이 병영성은 조선왕조 시절에 전라도와 제주도를 포함한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의 총지휘부였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으로 불타고 갑오경장 이후 폐영 되어 지금에 이르렀는데 현재 성곽의 일부만 남아있고 지금도 복원 중이다.

전라병영성 성곽 전체 길이는 1,060m이며, 높이는 3.5m, 면적은 93.139㎡. 



특히 이곳 병영마을에는 우리가 하멜 표류기로 잘 알고 있는 하멜의 체류지 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1656.3 ~ 1663.2월까지 약 7년간 억류생활을 했던 곳이다. 전라 병영성 하멜 기념관은 코스모스로 둘러싸여 있다.


전시실을 돌아보면 당시의 기록이나 하멜 일행 33명의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하멜표류기’를 비롯하여 하멜의 생애, 17세기 조선과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적 상황 및 생활문화 등 각 주제별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의 동서양 도자기와 생활도구, 고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골목'이라 하는 병영마을 골목을 걷다 보면 빗살무늬 형식의 하멜식 담쌓기를 볼 수가 있다.

타지방과 다르게 독특한 축조 방식은 하멜의 네덜란드식으로 추측하는데 그들이 잡역을 하면서 쌓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를 서양에 처음 소개했고 이렇게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병영 마을에 남기기도 했다.


골목을 돌아나가면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가 있다.

500년 전후의 수령으로 짐작되는 이 마을의 상징목이다. 은행나무 옆에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피뢰침이 인상적이다. 그 옛날 전라도의 군수권을 통괄했던 병영 성지 마을엔 따사로운 가을볕이 가득하다.



그런데 병사들이 상주했던 병영마을엔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60년이 넘도록 술을 빚어온 병영 양조장은 설성동동주·병영 소주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생막걸리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강진에 가거들랑 병영 마을에 들러 누구라도 인심 좋은 병영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기회를 꼭 만들어 볼 일이다.



술 익는 마을을 지나 잠깐만 더 달려보자.

가을 햇살에 강진만 생태공원의 갈대숲이 반짝인다.

탐진강과 강진만이 만나는 곳에 숨 쉬는 갯벌이 있다. 대략 70만㎡(약 20만 평) 넓이다.


3.2㎞의 데크 위를 걸으며 잘 보존된 자연 속에 서식하고 있는 생태자원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진흙 속에서 짱뚱어와 게가 기어 다니고 큰고니의 날갯짓을 볼 수 있고 벌과 나비도 윙윙거린다. 만조 때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바스락 거리는 갈대숲의 소리를 들으며 생생히 살아있는 자연 속에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요즘의 강진 생태공원이다. 



갈대숲을 돌아 나와 둑방으로 내려가면 흥겨운 잔치 소리가 들린다.

코스모스 밭과 조각 작품들이 한껏 멋을 더한다. ‘남도의 맛과 멋! 세계로·미래로’라는 주제로 펼쳐진 제26회 남도음식문화 큰 잔치가 한창이었다.


남도음식과 강진의 고려청자를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어서 해마다 이맘때쯤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강진군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는 천년의 비색을 담은 고려청자를 제작했던 지역이다. ‘고려청자박물관’도 가볼만한 곳이다. 



강진이라 하면 떠올려지는 몇 명의 인물들이 있다.

그중에서 다산(茶山) 정약용을 먼저 꼽게 된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은 18년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이때 후학을 양성하며 목민심서를 비롯해서 500여 권의 방대한 양의 책을 저술했다. 다산초당은 이곳의 다양한 정약용 유적들을 통합해서 사적 107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아이들과 유홍준 님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이곳을 찾았었다. 그 이후 강진에 왔어도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곳에 들르지를 못했다. 이번엔 마음먹고 올랐다. 오르기 전에 마을 입구의 다산 박물관에 먼저 들러도 좋다. 동백철에는 이어지는 동백숲길에 뚝뚝 떨어진 붉은 동백 꽃잎이 카펫을 이룬다는데...


30분도 채 안 되는 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 여전히 변함없는 다산초당을 바라보니 다산의 유배생활과 내가 찾았던 그해 여름이 동시에 겹쳐 떠오른다. 거기 올라 백련사 가는 길에서 예전엔 바다였던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다산(茶山)의 사색의 길, 오르길 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제문화 속으로, 부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