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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Oct 17. 2019

한옥의 멋 사의재(四宜齊)와
남도 미식의 완성

강진의 잘거리, 먹거리, 쉴거리




여행지의 숙소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찾아가는 숙소는 쉼을 예견하는 짜릿함을 동반한다. 사람에게 먹고 자는 일이 엄연한 삶의 일부이기에 당연히 중요한 일일수밖에.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셰프는 그렇게 말했다.

여행의 기억도, 마음을 흔들던 풍경도, 그 시간의 말소리들도 되돌려주는 맛의 이야기들은 여행 후의 즐거움을 더 해 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남도 여행의 맛도 어느덧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중이다.

‘생각은 맑게 하되 더욱 맑게,

용모는 단정히 하되 더욱 단정히,

말은 적게 하되 더욱 적게,

행동은 무겁게 하되 더욱 무겁게’ 


다산 정약용이 기거하던 주막의 방에 붙여두고 스스로 주문하며 실천했던 네 가지였다.

이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의 사의재(四宜齋).


전남 강진에 가면 고민할 것도 없이 선택해도 좋을 만한 한옥 숙소.

사의재(四宜齊)는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와서 유배 봇짐을 풀고 4년간 묵었던 자그마한 주막이다. 이 주막의 할머니의 "어찌 그냥 헛되이 사시려 하는가? 제자라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얘기에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경세유표 등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과 같은 대학자가 세상에 나온 것은 이처럼 그를 품어준 강진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강진군에서는 그 뜻을 기리고자 그 시대의 토속적인 모습 그대로 사의재를 복원하여 운영하고 있다.


  

삐그덕 소리를 내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장을 풍성하게 하는 대나무에서 사라락 소리를 내며 운치를 더한다. 내가 묵은 곳은 초가동 별채. 소박하다. 좁은 뜰에 올라 마루에 들어서니 향긋한 나무목재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한옥의 편안함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실내로 들어가니 독특한 문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바깥 동정을 살피거나 잠깐 날씨를 느끼려 할 때,

누가 왔는가 방 안에 앉아 빼꼼히 열어보는 쬐끄만한 문,

옛사람들의 세밀한 생각들이 엿보이는 한옥 구조들,

이게 뭘까 궁금함에 여기저기 열어보는 재미도 있다.


출입할 수 있는 마을 입구의 청조루에 올라보면 저잣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옛 향수를 불러오는 주막(동문배반가), 점방, 약방, 예쁜 물건을 파는 집, 찻집도 있다.

주말엔 공연과 행사도 있다고 하니 가히 복합문화공간이다.

의외로 높지 않은 가격으로 인기가 좋아 예약이 밀려서 강진 군청에 미리 예약해야만 가능.


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사의재길 27 사의재 // 061-433-3223

 http://www.gangjin.go.kr/sauijaehanok



 


한 잔의 녹차,

예부터 녹차를 가까이하던 문인 선비들의 전통사상이 면면이 이어져 온 강진,

강진의 월출산 아래 녹차밭에서 채엽한 녹차 한 잔은 남도 미식의 완성~





200년 된 옛 서당이었던 한옥이

'허브정원 느린 풍경'이라는 건강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집으로 변신했다.

날씨 좋은 날은 뜰에 나와 식사를 하면 멋질 듯하다.

진열된 각종 허브와 소스들... 플로리스트인 여주인의 솜씨를 실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문밖엔 나이 먹은 소나무가 우뚝,

월출산 남쪽 자락의 '느린 풍경'에서 하루쯤 호사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지.(예약 필수) 


허브정원 느린 풍경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 3길 83 // 010-4518-5208




여행길에 한 번쯤 그 지역의 한정식도 맛볼만하지 않을까.

모란 한정식은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집.

신선한 해산물과 마지막 녹찻물에 밥 말아서 보리굴비와 먹는 맛이 기억에 남는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오감길 2 // 061-433-2211




강진의 갯벌에는 짱뚱어가 산다.

짱뚱어는 강진의 청정 갯벌에서 서식하는데 양식이 되지 않고 수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강진의  짱뚱어탕은 우리가 흔히 아는 추어탕과 비슷하다.

난 추어탕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을까 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먹어보았다.

다들 맛있게 먹는다.




바다가 있는 지역의 밥상엔 언제나 해산물이 서너 가지는 기본이다.

낙지 비빔밥  주문했는데 전어회가 오르고 낯설지만 김국이 있다.

김국은 그냥 물에 소금 조금 넣고 김을 부수어 넣고 파와 깨소금을 올리는 게 전부라는 주인의 말씀.

별다른 비법 없이 간단하다. 그런데도 비빔밥과 어울리며 개운하고 독특하다.

집에 김이 많아서 해보려니 과연 내가 그 맛을 낼지 모르겠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보은로 안길 18  // 061-433-6133 월미도 식당





강진군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병영 양조장의 전통주를 빠뜨릴 수 없는 일,

이곳에의 대표 브랜드인 설성사또주는 조선시대 전라병영절도사가 즐겨 마셨다는 술이다. 이젠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제조해서 여행길에 한 번 맛볼 수 있다면 강진의 맛과 멋의 기억이 한층 더할 것이다.

http://www.byjujo.co.kr/




여행 중에 한 번쯤 쉬어가야 할 때가 있다.

100년 전통의 한옥을 개조해서 재탄생된 이색 카페&갤러리 펜션이다.

요즘 트렌드에 부합하는 맛이나 인테리어, 사진 담고 싶게 하는 풍경들...  


뒤편에 있는 갤러리에서는 전시 중인 작품을 볼 수가 있다.

옛날 창고를 개조한 전시실의 외관도 내부도 멋스럽다.


창가에 앉아서 가을볕 쏟아지는 정원을 내다보며 쉬는 시간은 평화롭다.

이런 여유도 여행의 일부분이고 이미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느루 갤러리 앤 카페//전남 강진군 강진읍 목리 안 3길 3 // 010-6629-3302


   






                 '오매 단풍 들겄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러와

                누이는 놀란 듯이 쳐다보며

                '오매 단풍 들겄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잦아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오매 단풍 들겄네.'


                  - 김영랑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3417&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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