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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22. 2019

늦가을, 금강 소나무 숲으로...

울진 금강송 숲길 트레킹, 걷고 걷다... 건강한 여행




이날 걷기로 한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숲길 1호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준비할 정도로 보존 가치가 높아서 숲에 들려면 삼림보호법에 의해 철저하게 예약제다. 누구나 마음대로 오를 수 있는 산이 아니다. 가능 인원은 숲해설가를 동반한 하루 8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약속한 10시에 울진금강송 관리센터에서 숲해설가와 만났다.

숲은 조용했다. 우리 일행들의 발걸음 소리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설가님의 설명이 소리의 전부다. 물론 새소리와 계곡을 흐르는 자연의 소리는 당연히 배경음이다. 숲해설사가 당부한다. 자기를 앞지르지 말며 탐방로 지역을 벗어나지 말라는 말은 숲길내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멧돼지가 출몰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을 걷는 사람으로서 숲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강 소나무숲길 중에는 12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십이령바지게 길이란 이름도 있다. 울진과 봉화로 꼬불꼬불 열두 고개의 먼 길을 오가던 바지게꾼들이 오가며 장사를 하던 길이다. 소금과 미역, 간고등어, 그리고 피륙과 곡물을 등에 진 보부상들의 애환이 깃든 길이고 작가 김주영의 소설 '객주'도 이런 이야기들이 바탕이 된 곳이다. 발걸음마다 스토리가 있는 길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가다가 멈춰서 듣는 숲 이야기와 소나무에 얽힌 내력을 배우며 비로소 자연을 이해하게 된다. 소나무의 성장이나 수난을, 꽃과 나무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숲해설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들으며 숲에 드는 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시킨다. 손에 들고 있던 장대로 멀리 가리키며 못난이 소나무라고, 미남송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멀리 산꼭대기쯤의 숲에 섞인 잘생긴 미남송을 찾아낸다.


숲에 드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분이 상쾌하다. 울진 금강송 숲길은 다른 곳보다 피톤치드가 5배라더니 정말 몸으로 느껴진다. 쾌적하다. 도심을 벗어나 삼림욕이 필요하다면 금강송 숲길이다.


숲에 파묻힌 미인송을 보면서 몇 년 전 기사를 장식했던 ㅈ**이라는 사진작가가 생각난다.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불법 출입해서 금강송을 전문적으로 찍었던 사람. 그런데 작품의 구도 설정 등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대표적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멋대로 베어낸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 데 다른 나무가 앞을 가로막아 앵글이 나오지 않아서 방해가 되어서 베어냈다 하여 당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지. 자칭 예술가라는 사람이 자연이나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없이 자연을 표현한다는 건 생명력 없는 작품을 하고 있음이 아닐지. 물론 그는 이제 공공미술관의 전시도 거부되고 사진작가협회에서도 영구 제명되었다.


멀리 미인송도 찾아내어 보고 길옆의 못난이 나무도 마주 본다. 못난이 나무는 암벽에 뿌리내리고 긴 시간 굳건히 자라온 너무나 잘난 나무다. 반어법일 거란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점점 오르막길이다. 숨을 헐떡이며 "얼마나 남았을까요?" 인내심 부족한 내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거의 다 왔어요" 쉽게 말씀하신다. 아직 멀었군... 반만 믿는다. 대체로 평이하고 짧은 코스인데도 오르막은 만만찮다.


미인송이 보인다. 깊은 산속에 독야청청 굳세게 그 지리를 지키며 하늘 높이 솟아오른 잘 생긴 소나무. 우람하고 지조 있어 보인다. 사람들이 두 팔 벌려 미인송을 안아본다. 귀하신 몸을 영접하고 땀을 식히니 하늘에서 쨍하고 가을볕이 비춘다.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소나무 숲.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 자연이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다가가 만나보는 귀한 가치를 느껴본다.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많이 걸었다. 시간이 조금 빡빡해서 빠르게 움직였어야 했던 것이 조금 버거웠다. 막바지에는 기어이 해내려고 스스로 조용히 안간힘을 다했다. 야심 차게 걷기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걷다가 근육통이나 다리에 쥐라도 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행복감을 듬뿍 얻었다. 최고의 친환경 숲에서 내가 걸었다. 남들은 한 달씩 또는 여러 달씩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가며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고 하는데 난 겨우 이틀 걸은 것이 자랑이다.


내려오며 비로소 가을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올라올 때 보지 못한 꽃 내려올 때 보았네 하듯이 숲엔 단풍이 절정이다. 걷느라 수고했다 쓰다듬듯 그 길을 걷는 머리 위에서 최상의 색감으로 빛나고 있다. 최고의 가을 속에 내가 있다는 생각에 마냥 뿌듯하다. 숲 기운에 머리가 맑아졌다.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걸어내려가고 있다.









사진으로 조금 더 보기~

      ▶탐방 코스:산림수련관 집결→500년 송→못난 이송→미인송

             →제2탐방로→산림수련관(5.3km/3시간 소요)

      ▶운영 예정일: 2019. 4.20 ~11.30(매주 화요일 휴무)

      ▶예약방법: 홈페이지(komount.kr) 등록

      ▶탐방인원: 일 80명 내외

      ▶대     상: 가족단위(2인 이상)

      ▶장소/시간: 울진군 금강송면 대광천길 83/오전 10시

      ▶복      장: 등산화, 등산복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안도현


소나무의 政府가 어디 있을까?

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

묻지 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

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치면

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

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

하늘 지붕의 기둥이 되는 

금강송의 나라,

여기에서 누가 누구를 통치하는가?

여기에서 누가 누구에게 세금을 내는가?

묻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다스리며 그윽하게 바라보자 

지금은 햇빛의 아랫도리 짱짱해지고

백두대간의 능선이 꿈틀거리는 때, 

보이지 않는 소나무 몸속의 무늬가

만백성의 삶의 향기가 되어 퍼지는 때,

우리 울진 금강송 숲에서 

한 마리 짐승이 되어 크렁크렁 울자 


산행 후 점심시간에는 울진군 소광리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을 맛보게 되는 곳이다. 도시락은 미리 주문 예약을 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우린 그러하질 못해서 이곳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다..


1구간 :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 1리 232
2구간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산 45-45
3구간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 1길 336
4구간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 2길 1
5구간 :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232  


금강소나무숲길 안내센터 : 054-781-7118, 054-782-6118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 054-781-1201~3
한국등산, 트래킹지원센터 : 042-620-6350  

매주 화요일 휴무
매년 12월 ~ 4월 산불조심기간으로 출입 통제
자유 탐방 금지, 숲 해설가와 함께 동반하여 탐방 가능
최대 한 달 ~ 최소 3일 이내 예약(단체 예약 시 전화상담) 
http://www.uljintrail.or.kr/



'게짜박이'라는 독특한 밥상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게살을 발라 졸이듯 짭짤하게 보관해서 먹었다는 음식, 이제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어 짜지 않게 그 맛을 살렸다. 손이 많이 가는 상차림에 정성이 느껴진다. 마침 산행을 마친 후라서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죽변항에서의 아침,

곰치국,

어부들이 배에서 돌아와서 식사하는 집이라고 한다. 식당 벽에 다녀간 사람들의 무수한 사인들이 빼곡한 것을 읽어보니 유명한 식당인 모양이다. 울진의 겨울 별미라고 한다. 곰치국이라는 것이 특별하다 해서 먹어보려 했다. 생선살이 묽은 젤리처럼 흐물흐물 부드럽다. 독특하고 개운하다며 다들 맛있게 먹는다. 나는 처음 먹어보는 그 맛에 적응이 안되어서 조금만...

  

활기 넘치던 울진 죽변항의 아침,

지금쯤 겨울을 맞고 있겠다.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009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_w.aspx?CNTN_CD=A0002590942&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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