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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Aug 15. 2016

정동진과 방태산에서 보낸 하루





화목 수업의 실습 모임이 있어서 비 맞으며 시내 중심을 배회(?)하고 나니 피곤했다.
예정된 또 다른 일정 때문에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도중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자정에 출발하는 사진작가회 출사를 준비하면서 갈까 말까 잠깐 갈등을 했다. 
추적추적 빗속을 무거운 카메라 들고 다닌 한나절 후라서 하루에 '두 번'은 벅찰 듯한데...    
지금껏 체력을 걱정하던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은근히 신경이 쓰여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체력이 달릴 듯싶으면 포기하곤 하는 요즈음이다.

'가 보자. 가보는 거야. 뭐~' 무조건 나섰다.
그냥 앉아있는 것보다는 나들이 삼아 나설지라도 그게 낫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도 버스 안에는 다른 작가님들이 모두 와서 앉아있다.
'오옷~~ 그래, 그런 거야... 못할게 뭐 있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고 이렇게나 그들의 열의가 뜨거운데 잠깐 마음 약하게 포기할 뻔하다니~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자정이 넘은 창 밖의 밤은 기분 좋다.
남들은 모두 잠들었을 이 시간에 나는 버스 타고 달린다는 것.
몇 시간 후면 여명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바다를 볼 것이고 그 바닷바람을 만날 것이다.
가만히 혼자 설레어 보는 것, 짜릿하다.~

이렇게 어둠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다가 깜빡 한 시간쯤 졸았었나.
눈떠보니 정동진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네온 불빛으로 반짝이는 바닷가 마을의 장식들이 눈에 들어온다.
부지런한 분들은 얼른 내려가  조명과 함께하는 새벽 바다를 찍어온다. 나는 도저히 일어날 기운이 없어 그냥 버스에 앉아 창을 통해 어촌의 새벽을 가만히 바라본다.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새벽의 찬기운이 느껴진다.

졸음을 떨치고 바닷가로 걸어간다.
아... 좋다~~~~~~ 단지 이 기분으로 다 표현된다...
어둑어둑한  모래밭을 밟으며 철썩 이는 파도를 향해 다가간다.

사람들이 바다로 한 둘씩 나온다. 아하~ 휴가철인 줄 그제서 안다.
여름이면 바다로 바다로 떠났던 시절이 있었지. 참 이상하다. 언제나 바다로 향했고 근래에도 바다엘 왔었는데도 아주 오래 전의 바다가 떠오른다. 친구들끼리 하하 호호하는 무리들, 손잡고 거니는 연인들, 어 린 아이들을 따라가는 부부들을 보며 그 시간들을 유추해보는 나를 본다. 추억 만들기를 많이 해두는 건 그래서 필요하다. 추억이 많은 나는 부자다.

철썩 이는 파도가 반갑고, 모래밭에 앉아 생각에 잠긴 그녀도 이쁘고, 바다 저 멀리 무연한 해무가 좋다.
장노출의 사진을 많이 담았다.
간간히 비 뿌리는 흐린 날씨에 아침해는 떠오르지 않아 일출을 찍지는 못했지만 그 바다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다.



9시에 가까운 곳으로 옮겨 아침밥상을 받았다.
해물 전복 된장이 아침메뉴로 좋다. 맵지도 않고 부드러운 된장에 개운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밥상으로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아침식사.~ 식당을 둘러싼 능소화가 비를 맞아 송골송골 더욱 이뻤던 곳이다.


다시 버스는 달린다.
조봇하고 긴 시골길을 달리고 양 옆의 녹음 우거진 산길을 달려 방태산 입구에 도착.
폭포까지 들어가는 길은 비켜설 길이 없이 좁아서 나오는 차를 모두 기다렸다가 들어가야 한다. 긴 기다림 끝에 우리 차례가 되어 버스가 산길을 살금살금 들어간다. 양쪽 계곡의 물소리가 세차게 들려서 시원하다. 얼른 들어가 계곡 밑으로 내려가고 싶어 진다.

비가 내렸던 후라 장노출의 폭포 촬영에 고맙게도 수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조금만 적었어도 좋았으련만... 그래도 좋아~
물소리 시원한 그 울창한 숲에 갇혀있는 행복감에 잠깐 전율한다. 


돌아오는 길에 같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더 친해진 기분으로 느긋해진 마음이다.
사진은 뭐.. 대충대충, 열씸히 찍진 않았았지만 그게 대순가~ 기분만은 가뿐~ 
고단해진 온몸이 뻐근하지만  하루를 뿌듯하게 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 흐뭇~.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 사이로 여전히 비가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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