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더위를 한 풀 꺾었다. 장맛비에 가슴 졸이던 시간이 지나고 더위와 함께 이젠 태풍이 몰아쳤다. 가능한 집안에서만 꼼짝 않고 있다. 오며 가며 뉴스에 집중한다.
태풍 경로 위험 시간에 자동차로 이동하는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문자를 한다. 혹시 오지랖이랄까 봐 3초쯤 망설이다가 그래도 위험을 무릅쓴 만용은 위험하니까 잔소리처럼 한 줄 안 보낼 수 없다. 잔소리란 듣거나 말거나.. 겠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멈칫하는 브레이크 역할은 해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고척스카이돔에서 야구관람을 하던 저녁 시간도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의 고척 스카이돔에 한화팀이 오는 날이다. 남편이 응원하는 팀이다. 어쩌다 더러 따라 가보지만 나는 큰 흥미가 있는 편은 아니다. 그냥 기분전환용이다.
예전에 아이들이 한참 클 때는 온 식구가 함께 야구장에 가곤 했다. 그때는 나도 좀 즐겼었다. 야구 보면서 아이들과 컵라면 먹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어린 두 아들이 야구장 옆동네로 이사하자고 조르기도 했었다.
이제는 야구장에 앉아 있으면 내 주변 젊은이들의 함성이 더 즐겁다.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그들이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각 선수별 테마송을 부르며 어깨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또한 즐겁다. 더위를 잊기에 좋다. 실내가 더없이 시원하다. 이 넓은 스카이돔 내부가 이렇게나 시원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전기를 돌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며. 이게 혹시 걱정 많은 꼰대발상일까. 암튼 더위를 잊게 하던 여름밤이었다.
고척스카이돔에 들기 전에 미리 조금 일찍 가서 아래층의 서울아트책보고에 들렀다. 앉아서 책도 읽고 쉬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책들을 잠깐씩 들여다보고 수많은 책 사이를 걸어 다니고... 어쩐지 숨통을 열어주는 듯하다.
이 여름 틈틈이 TV도 한 몫했다.
이제
노르웨이 겨울여행 <텐트 밖은 유럽>이 끝나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볼거리로 등장했다.
<두 발로 티켓팅>과
<형 따라 마야로(요건 아직은 별로...)> 이어지는데 제작진이 때때로 등장해서 참견하는 게 거슬리기는 하지만, 걷고 걷고 또 걷고 대자연의 풍경과 문명... 볼거리가 쏠쏠하다.
<알쓸별잡>에 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상 깊었다.
이제는 영화관에서 아주 큰 화면으로 영화 한 편 푸지게 보고 싶어졌다.
해외에 살던 친구가 서울에 왔다고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당연히 얼굴을 보아야 하는데 도무지 땡볕더위에 나갈 일이 엄두가 안 난다.
답장을 보냈다.
-만나서 5분 이상 걷기 불가.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곧바로 실내로 들어가는 식의 시간을 보냈다. 밀린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