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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Oct 21. 2024

시월...

10월 먹고살기 근황토크 주저리






몇 년 전 사진 폴더에서 꺼냄


지난해의 김장김치가 두 포기 남았다.

정확히는 두 쪽이다. 큰 배추 한 포기를 4 등분한 것 중의 절반인 겨우 두 쪽을 남겨둔지 한참 되었다. 이것으로 무얼 할지는 일찍이 정해져 있다. 하나는 김치밥용이고 또 한 가지는 묵은지등갈비찜용이다.


아들네가 묵은지등갈비찜이 맛있었다고 말하곤 하는데 어찌 안 해줄 수 있나. 묵은지 한쪽은 아이들이 가져갈 등갈비찜에 이용할 예정이다.  


김치밥은 아주 오래전 먹어본 적이 있었고 결혼 후 몇 번 만들어본 적도 있었다. 작년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곧바로 무쇠솥에 김치솥밥을 만들었더니 의외로 다들 호평이어서 그 기분을 지금껏 지니고 있었던 탓도 있다.

    

드라마 속 배우 김서형이 분한 정다정이 암투병을 하면서 남편(한석규)의 간호를 받는다. 그리고 아내를 위한 한석규의 다양한 요리가 계속 이어진다. 그중에 삶의 끝자락에서 아내는 김치밥을 이야기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김치밥 한 번 해줄걸 그랬다. 어렵지도 않은데, 전기밥솥으로 하면 눌지 않아서 냄비나 솥에... 마지막에 참기름 대신 들기름 넣어. 그래야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야. 꼭 '솥밥'이랑 '들기름' 알았지'


드라마 촬영 중 사람들에게 인생의 마지막 끼니의 에피소드를 물어봤을 때 한석규는 어머니의 만둣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라마의 마지막 레시피로 김치밥을 제안했고 채택된 메뉴였다. 한석규 배우는 “김치밥은 내게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 사진관 같은 의미다. 초원 사진관도 내가 이름을 그렇게 제안해서 됐는데, 김치밥을 이호재 감독이 채택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나 여러 의미로 좋았다”라고 말했다.


눈물샘 자극하는 슬픔이 깃든 레시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의 레시피다. 함께 하는 맛은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세상에 살아있음으로 주변 모두가 함께하는 맛있는 메뉴가 만들어진다. 함께 밥 먹고 차 마시는,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맛있는 시간들이 오래도록 따뜻한 기억으로 남겨지기를...    




시월 하고도 중순이 지나고 있다. 마트에서 배추 두 포기 샀다.

배추값이 올랐다고 다들 걱정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그냥 무덤덤이다. 내 힘으로 달라지게 할 수 없는 일이니, 비싸서 손 떨리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힘없는 소견이다. 쩝~...

올해 김장은 일찌감치 해둘 생각이다.. 그동안 김장이라 하기엔 민망한 그냥 김치 담그기 정도의 소량만 해왔는데 올해는 내년의 묵은지를 위해 쪼오금 더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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