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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Dec 03. 2019

[7살 딸 육아] 내 아이를 심심하게 해야하는 이유

우리집은 요즘 아이키우는 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환경구성을 해놓은지라 집에서 아이가 심심할 때 단번에 아이의 심심함을 달래줄 막강파워 재미요소들이 없다.


집 거실에 TV도 없다.

집 거실에는 엄마책, 애 책과 애가 끄적일 문구류만 있을 뿐이다.

집 거실에는 아이 장난감도 나와 있지 않다.

아이 장난감은 모조리 한 방에 넣어버렸다. 심지어 왠만한 장난감은 붙박이장에 넣어버렸다.

심지어 우리집에는 내 딸과 놀아줄 동생도 없다.

그렇다보니 내 딸의 유일한 놀이대상은 엄마,아빠일 뿐.

이마저도 엄마,아빠가 딴짓하거나 뭐에 한 눈 팔려있을 때는 혼자 놀아야한다.


몇달 전 10여년전 내가 사놓고 방치놓은 MP3에 딸이 좋아할만한 동요와 동화들을 신랑과 합의하에 담아주었다.

그래서 내 딸은 종종 자신의 무료한 시간을 혼자서 MP3를 사용해서 듣고싶은 동요를 듣거나 동화를 듣는다.

이마저도 정말 어쩌다가 듣는다. 밖에서 뛰어노느라, 집에서 다른 놀이하느라.



어느날 저녁준비를 한참 하고 있는데 7살 내 딸은 어두워진 거실 베란다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찌나 귀엽기도하고, 웃기기도 하고, 감동스럽던지...

내 딸은 TV가 거실에 있었을 적에도 늘상 꺼져있었기에 TV를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삼아 춤추고 놀곤했다.

거실에 TV마저도 치워버리고 나서는 어두워지면 자신만의 모습을 오롯이 비추어 감상할 수 있는 베란다 창문을 거울삼아 춤추고 놀곤한다.

내 딸에게는 그냥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 비추어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눈이 있기에 대형거울도 필요없고, 가수연습생들에게 필요한 사방 거울벽면도 필요없다.


이 날도 엄마가 저녁준비하는 사이 우연히 MP3에 담긴 동요를 듣다가 필을 받았는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춤과 노래에 심취해 있었다.

아마도 저 밤에 딸의 춤추는 모습을 다른 동에서 보았다면 아주 재미난 광경이있었을듯^^;;

뒤에서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딸아이의 모습을 도촬하면서 드는 생각은 아! 내 딸은 역시나 나보다 낫다!이다.

남의 시선 구애받지 않고,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하는 춤과 노래가 아닌 오롯이 자신만의 흥에 맡기에 흥얼거리고 흔들어낸다.

나는 그런 딸 아이의 노래와 춤이 좋다.


그냥 혼자 신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뚫어버리는 자신만의 노는 저 시간.



어젯밤에는 엄마인 내가 씻으러 간사이 자신만의 실내화를 만들어놓았다.


엄마인 나는 단지 실내화에 이름이 없으니 이름을 써놓으면 좋겠다고 하였는데 내가 씻고 나오니 내 눈 앞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실내화 창작물이 놓여있었다.


공장에서 찍어나와 다 똑같은 것들이 천국인 요즘 시대에 이렇게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실내화를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둘도없는 실내화이기에 내 아이는 원에서 단번에 자신의 실내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아이의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깃든 실내화를 보면서 나와 다른 창의력과 나와 다른 몰입에 감탄하게 된다.

아이에게 실내화를 어떻게 이렇게 꾸밀 생각을 했냐고 하니 어린이집에서 어떤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꾸몄다고 한다.

역시 아이들은 일상에서 읽고, 보고, 듣는 것들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자신만의 창착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융합형인재의 자질이 다분하다.


나는 내 딸이 남들과는 다른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자랐으면 좋겠다.

요즘 너무나 판에 박힌 인재들이 넘치고 있는 세상에 내 아이가 가지고 있을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엄마인 나라도 지켜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아이에에게 멍때릴 수 있는 시간, 뻘짓이라도 널널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사수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멍때리는 시간, 뻘짓은 아이들이 심심한 시간 속에서 심심함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아이 주변에 마땅히 할게 없다보니, 심심하다보니, 단번에 아이 흥미를 끌어낼 자극적인 요소들이 없다보니 결국 아이 스스로 찾아내는 시간들이다.


어른들 눈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불안해보이는 그 시간들이 부모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국 내 아이를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 아이들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아이로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심심해봐야 심심한 시간 속에서 자발적으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요즘 아이 키우는 다른 집과는 달리 내 아이가 심심할 수 있을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내 아이의 내면의 힘을 믿고 지켜본다.

내 아이가 하는 남다른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은 쌓여서 내 아이만의 고유한 결을 만들어 나갈테니까.

나는 내 아이의 심심한 일상 속에서 내 아이의 고유한 결을 아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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