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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Dec 04. 2019

나의 딸이 나에게 온 진짜이유

오늘따라 딸의 까꿍이 아가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첫 경험하는 제 1반항기로 육아가 환상이었음을 지대로 깨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애 못키우는 엄마구나 싶었다.

그토록 내엄마처럼은 육아하지않겠다! 선언했건만 그 선언한 입이 방정이었음을, 내 감정의 그릇이 간장종지보다도 작음을 깨달는데는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 1반항기를 거쳐 무법자시기, 미치는 5살, 더 미치는 7살 시기를 지나오면서 신에게 원망도 많이 했다.

왜 나에게는 애마저 지랄맞은 아이를 보내줬나 싶어서.

어느 누구보다 아이 잘 키워내고싶어서, 아이를 어떻게하면 상처투성이인 나와 다른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싶어서, 그 어린 것을 유모차를 태우고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그 산길을 수시로 헤치고다니며 도서관에 들락 거렸었다.

부족한 수면과 하루에도 끝나지않은 집안일과 육아로 책 한권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반납해하는 일이 반복되어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나와 다르게 잘 키울까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몰랐다.


한해한해 아이의 치댐, 발악,드러누움.징징댐을 24시간 365일 내 한몸으로 받아내다가 내가 감당이 안되어 죽을 것 같아 더 육아서에 매달리고, 육아심리서를 공부하기 시작했었다.

처음 나는 내아이는 나에게 왜 그럴까가 궁금했지만 점점 나는 내가 내아이에게 왜 그럴까가 궁금해졌다.

주변 어디를 봐도 내 아이처럼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는 없었다.

내 아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순하디순한 아이컨셉을 보이다 그들과 헤어지고 신랑과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본색을 드러냈다.

더 심한 본색은 나와 단둘이하는 시간 그 어느 누구도 보기 힘든 날 것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날것의 모습에 나는 미칠것 같았고, 그래서 신을 원망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안다.

아이가 나를 힘들게 했던 행동들이 결국 나를 살리기위한 행동들이었다.

나의 묻어둔 상처를, 나의 억압한 감정들을 마주해야지만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살 수 있었다.

나의 딸은 나를 살리기위해 나의 묻어둔 상처,억압한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내 아이는 나의 묻어둔 상처가 깊은만큼 내가 예측하지 못하는 지랄발광의 모습으로 차마 마주하기 두려운 모습으로 나를 힘들게 했었다.

엄마 너 그 때 그 일 기억안나? 내가 이리 반복적인 패턴으로 같은 상황에서 이러는데도 기억 안할테야?하는거였다.
내 아이는 나의 억압한 감정이 많을수록 내 앞에서 지랄발광하는 모습으로 발악을 해주었다.

엄마인 너도 발악해보라고. 나 따라해보라고,언제까지 그렇게 참고만 살거냐고.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그 때는 알 수가 없어 아이에게 왜 나를 힘들게 하냐고, 내가 너한테 잘못한게 뭐냐며 모진 말들로 나를 살려주기 위해 자꾸 신호보내는 아이를 내쳤다.

이제서야 모든 퍼즐들이 맞춰져 보인다.

왜 내가 그리 육아가 힘들었는지..

왜 내 아이가 나를 그리 힘들게했었는지..

내 아이가 나에게 온 진짜 이유를 이제야 알게되었다.

그동안 그 어느누구한테서도 받지 못한 무조건적인 사랑 자기가 주겠노라고 나에게 온거구나..

그동안 그 어느누구한테도 지랄발광못해봤으니 나한테라도 해보라고 내가 엄마의 누울자리가 되어주겠노라고 나에게 온거구나...

그렇게 내 딸은 나에게 온거였구나..

육아가 왜 축복이라하는지,육아가 왜 제대로 양육되지않은 나를 다시 키우는 과정이라하는지, 왜 아이들이 후천적어미이고 작은 스승님이라는지 내 딸의 7살 마지막 언저리에 나는 그 말들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이제는 훌쩍 커버려서 나도 안기 버거워진 딸.

엄마가 너무 늦게 깨달아 미안해.

엄마가 이걸 깨닫느라 올해 그리 아팠나봐.

엄마 끝까지 내치지않고 늘 그자리에서 엄마 기다려줘서 고마워.

너로 인해 엄마존재 자체가 사랑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아.

우주에서 많고 많은 엄마들 중 이 엄마 품에 와서 그 사랑을 알려줘서 고마워.

너한테 받은 그 사랑으로 엄마 꼭 다시 일어설게.

사랑해.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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