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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Feb 12. 2020

동네엄마모임 다녀오면 헛헛한 이유

아이낳고 동네엄마모임 안해본 사람들이 있을까?

아이낳으면 참 신기방기하게도 어디서 그런 사회성과 들이댐과 붙임성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아이낳으면 참 신기방기하게도 내 아이 또래 아이들과 엄마들이 그리 눈에 들어오고 자석같이 이끌려 눈에 레이져쏘면서 질문하는 용기도 생긴다.


아이 몇개월이에요?
아이 몇살이에요?



솔직히 이 질문이 그리 듣고 싶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아이낳고 어른 사람 중 신랑 외 아는 사람이라고는 1명도 없는 지역으로 이사오다보니 어른 사람과 대화나누고 싶고 초보엄마이다보니 다른 엄마들은 육아를 어찌하나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말하는 동네엄마라함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통해 맺어진 인연을 말한다.


나는 워낙 내향적인 성향이 강한 편인지라 다른 엄마들마냥 많은 무리로 모여다니는 것은 못하고 기껏해야 맘맞는 엄마 1~2명 정도하고만 교류하며 지내곤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육아하면서 교류했던 동네엄마들이 몇몇 머리에 스치는데 딸이 8살이 된 지금 나는 그 때 그 시절 교류했던 동네엄마들과 거의 연락도 안하고 만나지도 않는다.

대판 싸운 것도 없고 그냥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이사를 한 것들도 있지만.

아이낳고 동네엄마모임해본 엄마들의 공통된 속마음은 다 똑같다.


기껏 돈쓰고 시간쓰고뭔가 헛헛하다..

동네엄마모임이 처음에는 아주 인생최대 공통관심사들만 집합해놓아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초반에 그리 재밌고, 삶의  활력이 되는 동네엄마모임이 점점 뭔가 헛헛하고 시들시들해지곤 한다.


동네엄마모임의 대표 대화주제는
아이, 남편, 시댁




이 대표 주제 3개를 뫼비우스의 띠마냥 무한 반복하고 있다는거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남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면서 창피한지도 모르고 아이,남편, 시댁 이야기들 그것도 좋지 않은 이야기들만 모아 불행배틀 많이 했었다.

참 신기하다. 동네엄마를 만나게 되면 그 대화주제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게. 아주 자석같이 이끌리고 아주 물만난듯이 노젖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나도 동네엄마모임이 재밌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에 휩쌓여 이건 아닌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밀려오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막 밀려왔다.


내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은 동네엄마모임으로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져야하는데 뭔가 더 헛헛해지는 기분이랄까?

만나고 돌아서면 에너지가 충전되는게 아니라 에너지가 빼앗긴 기분이랄까?

그리고 늘 후회하곤 했다.

내가 내 얼굴에 침뱉는 격인 그런 이야기는 뭣하러 했을까.. 내 입이 방정이다...라고 자책도 했다.

어느순간 알게모르게 남의 집 남편과 내 남편을 비교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남의 집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고 있더라.

남의 집 남편과 아이와 시댁 이야기는 '아는게 힘'이 아니라 '모르는게 약'이더라.

그래서 나도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동네엄마들과 만나는게 불편해져서 굳이 안만나게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이 누군가에는 독립적인 모습으로, 누군가에는 사회성없는 엄마로 비춰지기도 했다.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점점 원래 나의 본성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남들따라가 아닌 나대로 살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오고, 나를 둘러싼 역할들을 집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 자체로의 나로 존재하고 싶어졌다.

솔직히 동네엄마모임나가서 '존재자체'로 존재할 수 있을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자식말고 그냥 개별적인 존재로써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아이 대변인, 내 남편 악플러 또는 보여주기용 자랑질말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그런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동네엄마들 만나서 이런 이야기는 하기 힘들거다.

아마도 동네엄마만나면 나는 속이 빈 강정같은 상태로 존재하시지 않나? 나의 진짜 이야기는 거의 없으니까.

인간에게는 모두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 함은 우리가 일궈놓은 결과, 환경에 대한 인정이 아닌 우리 '존재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존재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나 존재자체로 존재하고 싶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기본욕구라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싶은 것이다.

이 존재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정 안에서도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면 동네엄마모임을 나가셔도 그닥 헛헛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가정 안에서도 스스로 '존재자체'로 존재하지도 못하고,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 안되니 그걸 밖에서도 찾고 싶어서 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동네엄마모임도 기웃거렸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허한 마음 밖에서 채워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진짜 나'의 이야기는 쏘옥 빠진 동네엄마모임에서는 더더욱 안 채워지더라.

동네엄마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진짜 나'는 '진짜 나의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혹여나 동네엄마모임을 어쩔 수 없이 하면서도 뭔가 찜찜하고 헛헛한 분들은 동네엄마모임에서 오는 그 헛헛한 감정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어 왜 그럴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좋겠다.

동네엄마모임에서 오는 그 헛헛한 감정은 그 동네엄마들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간혹 그들의 문제일수도...)

나는 그 원인은 나의 문제에서 찾았다.

나의 문제라함은 내가 성격이상자도 아니고 사회성없는 문제있는 엄마도 아닌 그냥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써 인정받고 싶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언젠가부터 남의 이야기 떠드는 내가 너무 웃겼다. 언젠가부터 진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써 존재하는 그런 자리는 되도록이면 안가고 싶다.

그래서 굳이 동네엄마들과 친분도 만들려하지도 않고, 굳이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해지려고도 애쓰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써 존재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동네엄마모임이 아닌 혼자있는 시간을 주로 갖는다.

진짜 나의 이야기 타인하고 나누기 불편하고 힘들다면 나 자신하고라도 나누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루 중 존재자체로 존재하는 시간은 꼭 필요한 생명수같은 시간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고립은 위험하지만 고독은 필요하다 하나보다.

우린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이기 전에 하나의 독립된 한 여자이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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