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딸에게 업어달라고 딸의 등에 기대어 본 적이 있다.
그동안 그 어디서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포근함이 너무 좋았고, 알 수 없는 감정에 복받쳐오르는 감정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렀었다.
그 좁은 등에 다 큰 내가 기대어 있는데 세상 가장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딸의 심장소리와 체온이 나에게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난 왜 그 느낌을 여태 살면서 딸의 등에서 처음 느껴봤을까...
분명히 내 엄마도 아빠도 안아주고 업어 나를 키워줬을텐데 내 기억에는 단 한순간도 남아있는 그 순간의 기억의 조각이 없다.
아이 등에 기대어 흘린 뜨거운 눈물의 의미는 여태 애가 나한테 매달린게 아니라 내가 매달리고 있었다는 자각이었다.
내가 여태 딸에게 매달리고 살아왔다. 내가 여태 아이는 자신의 본성대로 훨훨 날 수 있는데 나의 외로움으로 아이의 날개를 잡고 있었다.
너마저 날아가버리면 엄마 다시 혼자잖아. 날아가지마.. 너라도 엄마 옆에 있어줘...니가 유일하게 엄마를 조건없이 바라봐주잖아..
이런 마음에 나의 무의식은 늘 아이를 놓아주지 못했다.
내가 유일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대상, 누울자리가 어쩌다보니..오죽하면 어린 딸이 되어버렸다.
정말 오죽하면....나는 그 어린 애를 나의 안전한 대상, 누울자리로 의지했을까...
어린시절 내 눈에 비친 엄마는 단 한번도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어린시절 내 눈에 비친 엄마는 늘 우리때문에 겨우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혹여나 내가 조금이라도 말을 안들으면 엄마가 우리두고 도망갈까봐 그러면 아빠랑 살아야할까봐..아니 엄마아빠에게 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움에 조금이라도 모나는 짓을 할 생각도 못하고 엄마에게 단한번도 내 생각을 드러내 본 적도 없다.
엄마 삶 자체로도 버거워보여 자식인 내 삶의 무게까지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생물학적인 내 엄마를 앞에 두고도 늘 거리감을 두고 살았다.
어차피 아빠는 엄한 사람이었으니까 다가가고 매달릴 생각은 아예 안한 듯 하다.
일찍감치 부모와의 자발적인 거리유지를 선택한 나는 늘 뭔가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이 있었다.
학창시절 엄마 아빠의 손을 잡아본 기억도, 제대로 안겨본 기억도 없다.
우린 늘 길을 길어도 각자 따로 간격을 두고 걸었다.
그랬기에 나에게는 부모의 따뜻한 온기를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없었다.
아빠에게 안겨본 기억은 아빠가 술에 취해 취기에 안겨본 기억이 다다. 그 기억의 순간은 나에게 굉장히 불쾌한 감정으로만 남아있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고 남들이 다 편한 유모차를 태워 다니고 남의 손에 잠시 맡길 때에도 난 아기띠를 고집했고 내 손으로 키우려는 집착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한테 느껴보지 못한 온기를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채우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랬기에 그렇게 내 손으로 키우려 했구나..
그랬기에 누가 애를 안아본다해도 얼른 내가 다시 받으려 했구나...
아이가 자기의 삶을 훨훨 날면서 살 수 있도록 잡고 있던 날개를 내가 놓아주어야 함을 안다.
그런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애 마저 날아가면 다시 내가 혼자가 될까봐... 혼자였던 그 감정이 너무 사무치게 외롭고 두려워서 아직은 아이의 날개를 놓아줄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음을 느낀다.
딸
엄마가 단 한번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온기를 너를 통해 처음 제대로 느껴봤어.
엄마 그동안 그 온기로 너무 충만했고 행복했어.
니가 엄마한테 오지 않았으면 느껴보질 못했을 그 따뜻한 온기..니가 주어 더 특별하고 고마워.
요즘 니가 8살이 되어서도 자꾸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하잖아.
넌 알고 있었던거지...엄마가 아직도 그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어한다는걸...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는 걸..
니가 이제 무거워 엄마가 너 안는 것도 버거워 안겨있는 너도 불편할텐데 넌 요즘 자꾸 나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안겨있더라.
엄마가 겉으로는 너 이제 무거워 안기 힘들다고 했잖아. 이제 애도 아닌데 왜 자꾸 안아달라고 하냐고 뭐라 했잖아.
근데...딸 엄마 사실 니 품이 미치도록 그리웠어. 엄마한테 세상 가장 포근함을 안겨주었던 니 품이 그리 그리웠어.
니가 이제 내가 안아달라고 해도 싫다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에 사실 두려워.
넌 역시 힐러였고, 치유천사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