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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Apr 17. 2024

infp에서 enfj까지

정의 내리지 않는 기쁨, 편히 받아들이는 마음

"언니, 나도 다시 모임에 들어갈래요!"


일명 팔작프(잘 팔리는 작가 되기 프로젝트) 모임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몇 개월이 안되어 탈퇴 아니 예고 후 잠수를 탔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번아웃이 왔다. 사람들도 만나기 싫고 인생 자체가 꼬인 느낌이었다. 혼자서 찬찬히 꼬인 실타래를 풀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에 한두 번 멤버들이 지앵언니 집에 모여서 찍은 사진이 온라인 카페에 올라왔다. 요리솜씨 좋은 지앵언니표 파스타를 먹는 멤버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니 순간 질투가 났다. 그러고는 바로 모임에 다시 합류했다.(생각보다 매우 1차원적인 사람이다)


인프피라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나름 급속도로 친해졌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과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모습은 낯익은 본인들의 모습이기에 편안했다. 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도 잘 걸고 어려운 말도 툭툭 던지는 모습에서 I형보다는 E형이 보인다 했다. 즉흥적인 것도 좋아하지만 일정을 짜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P보다 J스러웠다.


과연 나는 이 자매들과 한 배에서 난 것이 맞는 것인가? 혼자 고민했다.

100일 글쓰기를 하자며 약속을 해도 중간에 파투 내 버리고 안 한다고 버텼다. 공저를 내기 위해 투고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죽어도 내 돈 10원도 못 내겠다며 버팅겼다. 뭐 하나 하자고 하면 말 안 듣는 개구리 같은 모습이 저마다 의젓하고 성실한 멤버들 사이에서 유달리 튀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좋았다.

글은 뭐 평생 쓸 거고, 언젠가 책은 계속 나올 거니 조급하지 않았다. 만나도 만나도 좋은 이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웃고 울다 아쉽게 헤어지는 것 자체가 좋았다.


최근 기회가 생겨 MBTI 검사를 다시 해보았다.(물론 정식은 아니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결론은 엔프제(ENFJ)

웃음이 나왔다. 해설을 읽어보니 딱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인프피라는 틀에 나를 억지로 맞추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실은 좋은 사람들 틈에 끼고 싶어 내가 아닌 내 모습인 척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앵언니 집에서 먹는 라면 맛은 세상 최고이다.

그래서 다음 주 모임이 벌써 기다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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