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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r 16. 2021

해야 할 일을 미룰 권리

2021.3.16.(화)_나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래도 된다.

- 작은 방 정리를 하려고 일찍 퇴근했는데, 밥을 먹고 나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잠깐 30분만 눈 부친다고 전기장판 깔린 따땃한 데이베드에 누워 1시간을 잤다. 좋았다. 그리고 눈을 떠서 남편에게 말했다. 오늘 꼭 저 방 정리해야 할까?! 아니. 그럼 나중에 하자. 결국 그렇게 미루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늘 못한 건 내일 하자. ~ 41년 동안 미루기 대마왕의 썰



- 마음 병원에서 주는 약을 꼬박꼬박 잘 먹고 있다. 아침, 점심, 취침 약. 하루 세 번. 1여 년 전부터 1일 1식을 하며 밥은 하루 한번밖에 안 챙겨 먹는데  요번은 잘 챙겨 먹는다. 이제 숨을 쉴 수 있다. 숨 쉰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 아직도 내가 책을 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_스토리닷 출판사/2021) 책을 어떻게 썼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마감"과 함께 출판사 대표님이 미루기 대마왕의  게으른 나를 움직이게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왠지 귤이나 유자차와 함께 찍게 된다.


- 오늘은 점심때 샐러드를 먹고, 블로그에 리뷰 발행하느라 도서관에 못 갔다. 그래서 쪼끔 우울해졌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싶다. 사서 자격증을 따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 퇴근하는 길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어릴 때 좀 별났지? 아니, 엄청 순했는데. 엄마는 좋은 것만 기억하는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엄청  까탈스러워서 디지게 혼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억의 오류는 잘도 일어난다.



- 새벽 6시 기상 후 1시간 산책 및 운동 8시 출근해서 6시 퇴근(점심때 1시간 도서관에서 자유 활동) 저녁은 카페로 출근하여 커피와 베이커리로 가볍게 먹고 밤 10시에 집으로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 후 11시 취침. 5년 뒤 내가 꿈꾸는 데일리 플랜.(9살 딸아이가 얼른 커야 가능함)

요즘도 사실 가끔씩 행하고 있는 중(남편님 감솨)


- 오후에 30분간 주간회의를 했다. 정확하게 딱 30분. 꼰대가 아닌 존경받는 상사의 필수요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것. 꼭 필요한 말은 하는 것. 거기다 맛있는 호두파이는 서비스. 감사합니다, 원장님.



- 내일은 오랜만에 글동무들과 점심 먹는 날. 가족 이외의 누군가를 만나는 건 설레기도 하면서 조금은 귀찮을 때가 있는데, 특히나 너무나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 더 잘 대해주고  싶은 부담감이 있어 그런 듯하다. 그들을 조금만 덜 사랑하고 덜 귀하게 여기면 괜찮을까?!

은유 작가님 북토크때 우리는 참 잘도 좋았지.(함덕 만춘서점에서)



- 내일 새벽 6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독자들과의 줌 온라인 북 토크가 있다. 오늘 새벽 갑자기 맺어진 지현이와의 약속.

어디든 달려갈께요. 새벽 6시라도.


오늘의 나에게,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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