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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Mar 17. 2021

내일 회사에 안 간다면

2021.3.17.(수)_백수를 꿈꾸는 고수이고 싶다.

- 내일은 연가. 오늘 밤은 마치 금요일 같다. 놀기 위한 연가가 아닌 또 다른 일을 위한 연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막상 내일이 되면 그리 좋지 않다는 건 뻔한 진실.



- 요즘 나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갤럭시 핏(FIT)의 스트레스 지수는 언제나 녹색 즉 아래 단계이다. 분명 2주 전까지만 해도 출근만 하면 빨간 단계를 보였는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은 트라우마를 기억한다더니... 신기하도다.



- 점심때 오랜만에 지인 둘과 만나 식사를 했다. 가볍게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려 했지만 대학교 정문에 있는 관계로 인기 폭발, 줄이 너무 길어 지하에 있는 두루치기 식당으로 향했다.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그곳에 다녀오면 두루치기 향수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몸에 처바른 듯하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조금 머쓱해졌다. 내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동네방네 소문낸 듯.

그래도 맛있으면 장땡


- 3일째 브런치에 일기를 쓰는 중. 누가 볼까 싶었는데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자애로운 분들이 은근히 많다. 앞으로 딱 50년만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고 싶다. 나는 꿈이 매우 큰 편이다.



-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 책을 낸 지 오늘로 세 번째 북 토크를 했다.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주최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오소희 언니 공동체에서 내 친구 평범한 기적이 기획한 것이었다. 오늘은 서울에서 아는 동생인 클레멘스의 북클럽에 초대를 받아 새벽 6시에 북 토크에 참가했다. 흥미롭고 진지했다.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가슴이 덜 쿵쾅거렸다. 1시간 북 토크 후 7시에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전 8시에 일어나서 지각할 뻔했다.

멋진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나도 덩달아 멋져지는 것 같아 좋다.



- 평소처럼 퇴근하는 길에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엄마 나 교수가 되고 싶어요. 대학원도 가고 싶고 유학도 가고 싶어요. 엄마는 그런 걸 왜 하냐고 했다. 언제나 나에게 힘들게 살지 말고 편하게 좀 살라고 하시는 엄마. 네일이나 받으며 머리도 기르고 곱게 화장하고 좋은데 다니며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람. 평생 못 이루어드릴 것 같다. 난 크리스털이 박힌 손톱보다 짧게 자른 손톱이, 풍성한 긴 머리보다 터벅거리는 쇼트커트가, 곱게 눈 화장하고 마스카라 한 얼굴보다 기미와 점으로 뒤덮인 내 얼굴을 더 좋아해요, 엄마.



- 인생 공수래공수거. 내가 무엇을 가지고 이 세상에 왔을까, 그리고 무엇을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갈까, 갈 때 무슨 생각이 들까. ~ 마흔한 살 죽음 마니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 오늘은 마침 급여일. 한 달 동안의 품삯이 나오는 날. 마님, 다음 달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밥만 잘 주십시오.



- 내 책이 나온 후로 서평단 활동(무료로 책을 받아 읽고 리뷰를 올려주는)을 자제해야 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SNS를 보다 보면 어찌나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들이 많은지 나도 모르게 구글 폼을 입력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서평단으로 유명해지는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다 못해 자기 합리화가 심한 편이다.



- 나무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목련을 따서 말리고, 볶고, 밀폐용기에 담아 선물로 주는 이의 마음은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말라버린 목련이 물속에 빠진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한컷. 비염에 특히 좋다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돈다.



9살 우리 딸은 게임 삼매경 중. 오늘도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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