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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석 Apr 01. 2021

신데렐라와 이복언니들

나는 신데렐라인가?이복언니인가?아니면 새엄마일까?

신데렐라는 20대에 예쁜 얼굴과 붙임성있는 말투로 돈많은 왕자님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복언니들은 얼굴도 평범하다 못해 못생겼고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말하는 직선적인 성격덕분에 남자들에게 인기도 없었습니다.남편없이 두 딸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거친 성격과 돈을 밝히게 된 홀어머니는 두 딸에게도 짐이였습니다.




두 딸 중 한 명은 예쁜 얼굴로 살아야 여자팔자 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알바를 하여 그 돈으로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눈,코,입을 포함한 전신 성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소개팅으로 돈 많고 키 작은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와 결혼을 했지요. 본인의 화많은 성격을 누르고 한결같이 남편과 시댁에 상냥한 태도를 보이며 3년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화를 참고 참다가 결국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진짜 본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 우울해지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동생 신데렐라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려 노력합니다.




이복언니 중 다른 한명은 돈 많은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거는 신데렐라가 오히려 속물같다 느꼈습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없는 살림에 워킹홀리데이비자를 갖고 호주로 떠나 1년간 일과 공부를 병행하여 돌아왔습니다. 그후에도 알바를 하며 틈틈히 독서를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니 작은 눈도 검은 피부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외모에 대해 당당해졌습니다. 가끔 그 당당함이 예뻐보였는지(아니면 이상해보였는지) 함께 일하는 남자들에게 대시도 종종 받았습니다.




신데렐라가 돈많은 왕자님과 결혼한지 30여년이 지났습니다.

계모는 노환으로 돌아가셨고 계모의 장례식장에서 자매들이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신데렐라는 역시나 곱게 늙은 얼굴에 뽀대나는 옷을 입고 여리여리한 모습이였습니다. 돈많은 왕자님이 왕에게 신임을 받지 못해 결국 왕권을 물려받지 못해 그저 이름뿐인 귀족으로 살아가고 있었지만요. 거기다가 몇년 전 왕자가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나 신데렐라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는 민폐 할머니가 되어있습니다.

이복언니 중 한 명은 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우울증약을 과다 복용하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10년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다른 한명은 흰 머리에 수수한 옷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상담분야에 두각을 드러내는 교수로 나타났습니다.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평범한 샐러리맨을 남편으로 두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들 중 어떤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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